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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Jun 27. 2024

하늘바라기

다양한 하늘의 매혹에 빠져 살기

푸른 밤이 좋다. 밤이 찾아와 빛이 사라진 자리, 하늘이 여명을 품고 내비치는 깊은 블루의 빛깔은 황홀하다. 그윽하고 오묘한 색감은 참으로 신비롭다. 고흐가 별이 빛나는 밤에 담아 감동을 전하는 바로 그 컬러다.


푸른 밤은 아라비안 나이트의 밤이고 몽룡과 춘향이 사랑을 다짐하던 그 밤이다. 깊고 푸른 밤은 우리를 현실에서 불러내  환상의 세계로 인도한다.

한낮의 눈부시게 빛나는 구름 한 점 없는 명징한 하늘도 좋다. 깨끗함과 완전함을 볼 수 있어서 기쁘다. 밝음 마음을 환하게 하는 강한 힘이 있다. 순수함과 맑음을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정돈이 되고 기분도 좋아진다.


티 없는 하늘만 좋은 것은 아니다. 자투리 구름 하나  혹은 뭉게구름이 피어오르는 하늘도 좋다. 어울림은 정겹다. 한여름의 추억은 푸른 하늘과 흰 뭉게구름으로 대변된다.

해질 무렵의 하늘도 아름답다. 하늘을 물들이는 장밋빛 붉은 노을은 매혹적이다. 아름다움을 온몸으로 보여주는 하늘의 선물이다. 하루의 수고를 위로하는 부드러운 손길이다.

하늘은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볼 때마다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맞이한다.


사람들은 언제나 하늘을 보지 않는다. 반복되는 일상에서는 잊고 지내는 경우가 오히려 더 많다. 그런 면에서 하늘은 평범하지 않은 특별한 존재다. 잊고 지내다 불현듯 떠올라 멈춰 서게 하고 되돌아보게 하는 그 무엇이다.


언제 하늘을 볼까?

여유가 있거나 간절하거나 막막하거나 혹은 외로울 때, 힘들 때 비로소 하늘의 존재를 느낀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숨통을 틔우는 일이다. 꽉 막힌 답답함을 풀어놓는 일이다. 마치 잉크 한 방울이 물에 떨어져 점차 엷어지듯이 뾰족한 감정을 조금씩 무디게 갈아내는 일이다.

고개를 하늘을 향해 드는 일은  희망을 바라보는 일이다.  간절한 염원을 담아 다시 일어서기 위해 단단한 의지를 다지는 일이다. 격렬한 운동을 앞두고 준비 운동을 하는 것과 유사하다.


슬픔이 찾아올 때도 우리는 하늘을 본다. 차오르는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머리를 든다. 가슴에 맺힌 응어리를 한 올 한 올 풀어내는 일이다. 들어 삶의 쉼표가 필요할 도 우리는 하늘을 본다.  바를 몰라 방황할 때 들끓는 불안을 잠재우고 냉정을 불러낸다.


하늘은 그리움이다. 먼 하늘을 응시할 때 잊고 있던 그 누군가가 떠오르고 누군가 그리워 때도 하늘을 본다. 거기서 잊고 지냈던 얼굴을 만나고 흘러간 추억도 필름이 재생되듯 선명 떠오른다.


하늘은 우리의 해우소가 되고 감정의 저장고 된다. 무엇이든 자주 볼 수록, 가까이할수록 닮는다. 하늘을 가까이하고 사는 사람은 하늘을 닮게 된다. 영원을 인지하고 인생의 짧음과 덧없음을 안다. 작은 일에 연연해 전전긍긍하는 삶을 벗어 버릴 수 있고  자유로운 삶을 해 날개를 펼게 된다.


어디서나 언제나 바라볼 수 있는 하늘을 늘 마음에 담고 살고 싶다. 광화문 대로를 지나며 멀리 북악산 위로 펼쳐진 하늘이 아름다워 사진에 담다 신호가 바뀐 줄도 몰랐다. 헐레벌떡 뛰어야 했지만 마음은 평화롭고 여유롭다. 고운 하늘 하나를 마음에 담아서다.


#밤 #푸른밤 #하늘 #하늘바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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