캘리포니아 산타바버라에 위치한 Solvang을 찾아가는 길이다. Solvang은 미국 속 덴마크 마을이다. 일반적으로 목적지에 도달해서 돌아보는 것이 여행이지만 가는 여정도 즐거운 시간이다.과정도 목적만큼 소중한 것이다. 차를 직접 몰고 다니며 하는 여행이라 경치 좋은 곳을 만나면 언제든 멈출 수 있다.
바다를 유난히 좋아하는 가족들이라 해변을 만나면 그냥 못 지나간다. 바다는 흐리고 꽤 쌀쌀한 날씨인데도 서핑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들어온다. 놀랍게도 바다에는 돌고래들도 보였다. 너무 멀어서 사진은 찍지 못하고 눈으로만 담았다. 생각보다 많은 돌고래들이 떼를 지어 노닌다.
도로를 달리다 보면 경치 좋은 곳에는 표지판이 서 있다. 급할 게 없으니 차를 멈춘다. 산마루에서 보는 전망이 좋다. 민둥산 같으면서도 오아시스처럼 숲이 있다. 풀들도 토끼 꼬리처럼 복스럽게 자란다.
이곳에는 특이하게 시대별로 소풍을 다닐 때 소지품을 새겨놓았다. 식기 도구들의 변천이 흥미롭다.
미국은 오토바이 천국이다. 고속도로나 시내 도심에서도 오토바이를 볼 수 있다. 자유와 낭만이 넘친다.
드디어 Solvang이다. Solvang은 미국에 있는 덴마크 마을이다. 솔뱅이라는 말의 의미는 덴마크어로 햇빛이 가득한 들판이라는 의미다. 1911년 세 명의 덴마크 이민자들에 의해 세워진 마을로 이들을 기리는 입상이 마을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인 덴마크 하우스 입구에 세워져 있다.
첫눈에 아기자기하고 고운 건물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마치 동화 속 세상 같다. 마을 규모는 크지 않지만 거리 전부가 예쁜 유럽식 건물들로 가득하다. 같은 모양의 건물을 하나도 없고 각기 다른 디자인으로 보는 눈이 즐겁다.
덴마크 마을이니 바이킹은 필수다. 가게 입구에 걸린 바이킹 사진이 용맹하고 거칠 것 없는 야만의 매력을 그대로 선보인다. 가게 안에는 다채로운 상품들이 진열 중이다. 귀여운 인형들도 있고 디자인 강국답게 세련된 제품들도 많다.
건물 하나하나가 세심하게 계획되고 건축되었다. 지붕도 색다르다. 독특한 개성을 지닌 건물들이 모여 박물관처럼 보인다. 풍차도 눈길을 끈다. 과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화려함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미감을 최대한 살려 외양을 장식해서 아름다움과 격조를 함께 보여준다.
가게를 돌아보는 즐거움도 쏠쏠하다. 가게마다 파는 상품들이 다 다르다. 인사동에 가보면 비슷비슷한 가게들이 줄지어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관광상품으로 론칭을 할 때는 치밀한 기획하에 시행되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면이 많이 부족하다. 가진 것은 많은 데 제대로 보여주지 못한다. 안타까운 일이다.
건물들로만 꾸미지 않고 적절하게 꾸민 공원 공간도 있다. 무엇이든 단조로우면 심심해진다. 예술가의 감성이 필요한 대목이다.
둘러보다 운 좋게 화랑도 만났다. 원색으로 화려하게 그려낸 동물들이 생생하고 인상적이다. 바쁜 중에도 멋진 그림을 만나 즐겁다. 다른 화랑에는 나무들을 주제로 독특한 풍의 그림들이 전시 중이다. 사진에 담고 싶었지만 찍을 수 없었다. 작가가 원치 않았다. 하지만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아주 반가워했다.
안데르센의 나라답게 이곳에는 안데르센 박물관이 있다. 꽤나 넓은 공간이다. 안데르센과 관련된 홍보물과 그가 쓴 동화들로 가득 찬 책방도 함께 있다. 무엇보다 다양하게 그려진 안데르센의 초상화가 눈길을 끌었다. 흉상 조각에서 사진 그리고 캐리커쳐 그림까지 있다. 동심을 사랑한 작가의 순수함이 담겨있다. 어린아이들이 부모 손을 잡고 함께 방문하는 모습이 보기가 좋다.
그래도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아름다운 건물들이다. 많은 관광객들이 마을의 아름다움에 젖었다. 누이들도 아이들처럼 신이 났다. 조카들의 장신구를 사면서 즐거워하는 것이 소녀들 같다.
마을에는 옛날 버스가 운행을 하고 있다. 옛 감성을 고스란히 지닌 버스다. 유명한 간식도 맛보고 빵을 사서 점심으로 즐겼다.
미국에 와서 유럽 감성이 가득한 아름다운 곳을 만났다. 하루 종일 동심에 젖어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