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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석진 Dec 21. 2024

눈 내린 용평의 아침

밤사이 눈 세상을 맞은 용평에서

친구 부부와 용평에 놀러 왔다. 용평 스키장의 스키어들설원을 질주하는 모습이 시원하다.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산책을 하다 숙소로 들어왔다. 김치 수제비로 기억에 남을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면서 티브이를 보다 잠이 들었다.

밤 사이 거짓말처럼 눈이 내렸다. 먼저 잠을 깬 친구가 우리가 눈에 갇혔다고 너스레를 떨어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코웃음을 쳤다. 그러자 친구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커튼을 제쳤다.


커튼을 여는 순간, 

와우! 탄성과 함께 눈이 왕방울처럼 커졌다.

눈으로 완전히 새하얗게 변해버린 신세계가 나타났다. 자고 일어나니 전혀 딴 세상이다. 아직 해가 뜨지 않아

어둑어둑한 분위기에 눈발이 날려 시야희끄무레하다. 흰 눈과 남은 어둠이 뒤섞여 경계가 모호 미혹으로 뒤덮인 땅이다.

밖에 나가 보고 싶지만 베란다에 눈이 많이 쌓여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밖이 너무 궁금해서 베란다 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냉기를 품은 공기가 훅 밀려와 정신이 번쩍  든다. 창을 열어도 시야는 여전히 희미하다.

용기를 내어 맨발이지만 눈 속으로 걸어간다. 좀 더 깨끗한 시야로 더 넓은 눈세상을 보고 싶기 때문이다. 발바닥은 차갑고 경치는 마음을 끌고...  참다 참다 결국 몸이 견디지 못해 방으로 뛰어든다.

실내가 따뜻해서 아늑하고  밝은 불빛이 사랑스럽다.

참 묘하지 않은가?

같은 상황이지만 대조적인 상태가 되어야 사물이 지니고 있는 가치를 알게 되니 말이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평범한 일상이 이어지면 그 소중함을 알 길이 없다. 재난이 일어날 때야 비로소 조용한 일상이 얼마나 귀한가를 깨닫는다.


잃어버려야 알게 된다는 것은 슬픈 일이다.


날이 밝아짐에 따라 점차 풍경이 선명해진다. 베란다 문 밖을 들락날락하며 똑같은 경관을 보고 또 본다. 시시로 변하는 경관에 눈길을 거두지 못한다.


아침을 간단히 들고 온실을 벗어나 과감히 눈세상을 탐험하러 길을 나선다. 자동차가 말 그대로 눈 속에 파묻힌 형국이다..

차에 쌓인 눈을 비로 쓸어내리는 동안 주변 경관을 눈에 담는다. 바람에 눈보라가 일고 산 너머로 황금빛 태양이 빛을 뿌리며 동이 튼다. 아이도 즐거운지 벌써 밖에 나와 눈을 만지고 논다. 현실이 아닌 이상한 세상 속에 들어선 아침이다.


오늘 하루 여정이 기대가 된다.


#폭설 #용평 #눈 #설경 #눈오는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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