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시도 그리기
그간 시립대 스케치 과정을 두 달 남짓 받은 덕분으로 수업을 잘 따라왔다. 선긋기부터 음영 연습까지는 수월했다. 덕분에 자신감도 넘쳤다. 그런데 4주 차 수업에서 그 치솟았던 자신감이 꺾였다. 투시도를 그리는 시간에 선도 삐뚤빼뚤 엉망이고 물감 색칠은 더 했다.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그림 같다. 처음 수채 물감을 사용하는 데 쉽지 않다. 물감을 붓에 개어 팔레트에 농도를 맞추고 칠하는데 얼룩덜룩 초보티가 팍팍 난다. 겸손이 저절로 내게 찾아든다.
눈으로 보이는 그대로 그리는 그림이 투시도다. 투시도를 이해하면 그림의 반은 그린 것이라고 한다.
투시도에는 소실점이 있다. 나란한 두 선이 먼 곳에서 모여서 점으로 보이는 것이 소실점이다.
소실점의 개수에 따라 투시도가 달라진다.
1점 투시도는 소실점이 하나로 시선의 정면 그림이다. 수직선과 수평선은 그대로 유지된다.
2점 투시도는 소실점이 두 개로 보통의 시선의 그림으로 두 개의 면이 보인다. 수직선은 그대로 유지된다. 모서리에서 바라본 것으로 입체적인 그림을 묘사할 때 쓰인다.
3점 투시도는 소실점이 세 개로 극단적인 시선의 그림이다. 위에서나 아래에서 보는 모습이다. 수평선 좌우에 소실점이 있고 보는 시점에 따라 위, 혹은 아래에 소실점이 있다. 극적인 효과를 표현할 때 이용되는 기법이다. 수평, 수직선이 없다.
그리는 연습 과정은 4절지를 연필로 반으로 선을 그어 나누고 1점 투시도를 그린다. 크게 그리라고 했는데, 마음대로 안된다. 우선 부족해도 그린 대로 연필 선을 따라 아트펜으로 윤곽을 선명히 그린다. 지우개로 연필선을 지운다. 그리고 물감을 개어 붓으로 채색을 한다. 선도 바르지 않고 물감도 번져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다음은 2점 투시도다. 똑같은 과정으로 그리는데 여전히 어설프다.
투시도에 맞게 그리면 눈으로 보는 것과 같이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한다. 겨우 2점 투시도를 연습하는데 어리바리 해진다. 제대로 그린 것인지 확신이 없다. 많았던 자신감 상실이다.
수업이 끝나고 맥이 다 빠졌다. 실망이 되긴 했지만 차차 나아질 것으로 기대해 본다. 수업 후 겸허한 마음으로 선긋기 연습을 했다. 기본을 다지는 것이 필요해졌다. 투시도 그리는 연습을 했는데 딸이 보자마자 틀렸다고 한다. 소실점이 없단다. 전문가의 눈은 다르다.
딸은 설명을 해주는데 뭐가 틀렸는지 잘 모르겠다.
큰 일이다.
#그리기 #스케치 #UrbanSketc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