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육면체 그리기
스케치 교육으로 매주 금요일 오후를 정기적으로 할애한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시작할 때는 바쁜 일이 없어서 별일 없을 줄 알았는데, 막상 닥치고 보니 아니었다. 당장 오는 금요일에 함백산 산행 일정이 한 달 전에 잡혀 있었던 것이다. 겨울산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모처럼의 기회를 놓치기가 아까웠다. 그렇다고 그리기 수업을 시작하자마자 빼먹기도 곤란했다. 선택의 여지없이 아까운 산행을 포기하고 수업에 참여했다. 산을 다녀온 이들이 후일담으로 이구동성으로 설경이 끝내줬다고 하는 바람에 속이 좀 쓰렸다.
어딘가에 매이면 반드시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하나를 얻으려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한다. 소중한 기회를 놓쳤으니 지금 하고 있는 일에 전심을 다해야 아쉬움도 없고 후회하는 일도 없을 것이다.
Urban Sketch 3주 차는 그간 연습했던 선과 음영 그리기 연습을 기초로 정육면체를 스케치하는 과정이다.
입체적인 그리기는 새로운 영역이다. 물론 그리기의 기본은 같다. 윤곽을 잡을 때, 어려움은 똑바로 선 긋기다. 여전히 잘 안된다. 그었다 지웠다 하면서 보이는 대로 그린다고 했는데 샘플과는 조금 다르다.
몇 번의 수정 뒤에 음영 작업이 시작된다. 폭이 좁을 뿐이지 지난주 수업 내용의 연장이다. 수평선, 수직선, 사선이 차례대로 반복된다. 단순 반복의 시간이다. 그리기도 인내가 비중이 큰 재료다. 시간을 들인 만큼 겹칠 한 부분이 짙게 부각된다.
입체면에 따라 눈에서 멀어지는 부분은 짙어진다. 빛의 방향에 따라 밝고 어두움이 차이가 난다. 조금씩 윤곽이 드러난다. 선을 겹쳐 내는 음영의 효과는 깊이가 담겼다.
그림자를 그릴 때 가장 공을 들인다. 진하게 그려야 하기 때문이다. 동료들이 그린 그림을 보니 선이 투박하여 그림의 맛이 덜 나는 것 같다. 그림에도 정성이 필요하다. 세심하게 선을 쓸수록 부드러운 음영이 깊이 있게 보인다.
칠하듯 음영을 묘사하는 것보다 선의 겹침과 반복이 확실히 내용이 있는 그림이 된다. 반복의 시간이 흐르고 도형의 윤곽은 그럴듯한데 선을 똑바로 긋지 못해서 정육면체가 아닌 사다리꼴 도형이 되어 버렸다. 선을 잘 쓰는 일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부족하면서 그럴싸하게 보이는 것이 흥미롭다. 괜찮다는 선생님의 한 마디가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기분 좋게 3주 차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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