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주 - 선 긋기 연습
%%% (회차 발행 오류)처음 연재발행 하느라 첫 글이 매거진 선택없이 게재되어 재발행하였음을 알립니다^^
나는 그림에 관심과 흥미가 많다. 보는 것도 좋지만 그리는 것도 마찬가지다. 어렸을 적에 선생님께서 그림을 잘 그렸다고 칭찬을 받은 적이 있다. 지금도 기억이 선명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칭찬이 지닌 힘이 얼마나 큰지를 가늠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온 시대는 안타깝게도 칭찬이 부족했다. 참 아쉬운 대목이다. 그 한 마디 칭찬이 그림에 대해 내게 우호적인 생각을 각인시켰다. 칭찬 한 마디가 누군가에게 평생 동안 잊히지 않고 기분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다는 사실은 참 놀라운 일이다.
은퇴를 한 후에 하고 싶은 일들을 찾다가 시립대 평생교육원에서 스케치 과정이 있어 등록을 했었다. 매주 두 시간씩 수업을 받았다. 10명 안팎의 인원이었고 수강생들의 수준차이가 많이 났다. 전문가 뺨치게 잘 그리는 분들이 많았다. 처음에는 기가 죽었다. 선생님은 보타니컬 화가로 정밀화를 그리는 분이었다. 선긋기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풍경을 그리는 수준으로 나아갔다. 어느 정도 그리게 되니 흥미가 커지고 그림실력도 좋아졌다. 한참 그리기 실력이 느는 중에 코로나사태가 발발했다. 당연히 수업이 중지되었다.
코로나가 끝났지만 어쩌다 보니 다시 수업을 듣지 못하게 되었다. 미완으로 끝난 그리기가 마음 한구석에서 미련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던 중에 은행 퇴직동우회에서 Urban Sketch과정이 새로 생겼다. 곧바로 신청을 했다. 하지만 다수 회원들의 공평한 혜택을 위한 제한으로 수강할 수가 없었다. 회원 수는 많은 데 활동에 참여하는 회원 수는 한정적이었기 때문이다. 아쉬움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그러다 올해 초에 다시 모집을 하게 되었다.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과정이 이었다. 기쁜 마음으로 수강신청을 했다.
수업에 참여하면서 기초부터 하려니 엄두가 나지 않았다. 길지는 않아도 시립대 교육받은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담당 선생님에게 상담을 했더니 과정이 달라 중급반에 참여하는 것보다 기초부터 하는 것이 낫겠다고 하셨다. 겸손하게 처음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기초부터 참여하기로 했다.
첫 시간은 선 긋기였다. 4절 도화지에 연필로 선을 그었다.
선은 과감하게 그려야 한다. 멈춰서도 안된다. 단번에 긋는 연습을 반복했다. 과감하게 선을 쓸 줄 알아야 그림도 시원하게 그릴 수 있다고 하셨다. 처음에는 수평으로 길게 긋기를 반복했다. 그리는 것으로도 성격이 드러난다. 급하게 선을 긋고 있는 나를 보고 천천히 그리라고 하신다. 빨리 마치려는 마음을 붙잡고 천천히 그리려고 애를 쓴다.
다음에는 수직으로 선 긋기의 반복이다. 반듯하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똑바르게 그어지지 않는다고 도중에 멈출 수는 없다. 쉼 없이 한 번에 그어야 한다. 그렇게 선을 긋다 보니 비장한 마음이 든다. 단칼에 무엇인가를 베는 검술 연습을 하는 것 같다. 과단성이라는 단어를 몸에 익히는 연습이다.
마음을 집중해서 같은 선을 반복해서 긋다 보니 몰입이 되고 마음이 정돈되는 것을 느낀다. 오로지 선에만 집중해야 조금이라도 반듯한 선이 나온다. 자칫 다른 생각을 먹게 되면 곧바로 선이 비뚤어진다. 수직선이 끝나면 끝인 줄 알았더니 이제는 사선이다. 사선은 더 어렵다. 마음은 직선으로 긋고 있는데 둥근 선이다. 마음을 다잡고 바르게 그리는 데 집중을 해본다. 사선은 가장 길게 그려야 해서 더 어렵다. 사선도 한 방향이 끝나면 다른 방향의 사선을 그어야 한다. 선의 방향은 하나가 아니다. 방향은 사방으로 열려있다. 사고도 한 방향으로 닫혀서는 곤란하다. 다른 방향도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쉽지 않은 첫날 수업이 끝났다. 기초가 가장 어렵다. 인내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반복에 반복을 해야 한다. 그것도 가장 단순한 행동을 기계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기초가 튼튼해야 높은 건물을 지탱할 수 있다. 힘들어도 그 가치를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여한다. 수업시간 외에도 연습이 필요한데 쉽지는 않을 것 같다. 첫 수업을 잘 마쳤다. 선 긋기도 쉽지 않은 것을 보면서 겸손하게 기초부터 하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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