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그림을 완성하다
지난주에 이은 작업이다. 주 중에 시간을 내서 따로 그리기 연습을 해야 했는데 어쩌다 보니 일주일이 훌쩍 흘렀다. 선긋기도 꾸준히 할 필요가 있었고 잘 안 되는 스케치도 반복해서 그려봤어야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 중요한 일이라 생각하고 먼저 했어야 하는데 뒷전으로 미루다가 결국 수업 시간이 다 되어 버렸다. 시간이 흐르는 속도가 나이가 들수록 빨라진다는 게 사실로 느껴진다.
사진을 보고 그대로 따라 그린 스케치를 가지고 작업을 이어 간다. 어설프게 연필로 그린 밑그림을 유성펜으로 다시 그린다. 어느 정도 숙달이 되면 밑그림 없이 바로 드로잉펜으로 그릴 수 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이 그려야 그렇게 될까?
일단, 연필 자국은 고무지우개로 깨끗이 지우기다. 이렇게 할 줄도 모르고 스케치할 때, 지저분하게 여러 번 연필로 덧칠을 했다. 게다가 손에 묻은 흑연이 하얀 여백을 더럽힌다. 다음 수순을 미리 생각하지 않은 까닭이다. 무엇을 하든지 그 사람이 지닌 성격은 저절로 드러나게 되어 있다. 평소에도 눈앞의 일만 처리할 줄 알았지 한 걸음 나아가 향후 전개될 상황은 염두에 두질 못한다. 지금까지 별 탈 없이 살아온 게 놀랍다.
덧입혀 가며 유성펜으로 그릴 때도 망설임 없이 한 번에 선을 그어야 하는 데 자꾸 망설여진다. 선이 삐뚤빼뚤 할 까봐 걱정이 되는 것이다. 선생님은 반듯하게 그리는 것이 좋지만 그렇게 그리지 않아도 그 나름대로 그림의 맛이 있다고 한다. 어수룩한 데서 편안함과 정감이 느껴지는 것이다. 무엇이든 완벽한 것이 최고요, 무조건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여백과 틈이 있어야 편안하다
연필 자국을 지우개로 다 지우고 보니 산뜻하고 정갈한 느낌이 난다. 이것으로 끝인 줄 알았는데 해칭 작업이 기다리고 있다.
"해칭(hatching)은 스케치에서 음영과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사용하는 기법이다. 짧은 선이나 긴 선을 일정한 방향으로 반복적으로 긋는 방식이며, 선의 간격과 방향을 조절함으로써 다양한 효과를 낼 수 있다."
해칭 작업을 할 때도 투시도 개념을 올바로 가지고 있어야 틀리지 않고 바로 할 수 있다. 해칭을 넣어야 할 곳은 빼먹고 하지 말아야 할 곳은 손을 댈 수 있기 때문이다. 해칭 작업이 끝난 후 다시 보니 음영이 부각된다. 실제로 어두운 부분을 사선으로 반복해서 채우니 그림이 달라 보인다.
그다음은 채색 작업이다. 수채 물감으로 색을 입힌다. 샘플을 참고하여 물감을 고른다. 밝은 청회색 색깔을 내보려고 흰색을 찾았더니 보이지 않는다. 딸이 사용했던 팔레트의 물감을 사용하는 중이라 어렵다. 이미 짜 놓은 물감마다 다른 물감이 덮여 색이 구분이 안된다. 선생님은 흰색을 섞어서 쓰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기본적으로 수채화에서는 밝게 그릴 목적으로 흰색을 섞지 않는다. 물의 양을 조절해서 쓰는 것이 일반적인 방법이다.
과감하게 물감을 택해 칠을 시작했다. 원본과 비슷한 느낌으로 채색하려고 했는데, 전혀 다르다. 다 칠하고 보니 엉성하기 짝이 없다. 마치 초등학생 그림 같다. 다른 사람이 한 것을 보니 나보다 훨씬 낫다. 그 이유는 채도를 비슷하게 해서 전체적으로 부드러운 분위기인데 반해 나는 너무 대조적인 원색을 썼다.
이제 시작이니 실망할 필요는 없다. 두 번째는 틀림없이 좋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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