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 먼지 자욱한 날 여의도 공원에서
삼 월이 중순을 향해 달려간다. 기온이 올라 봄기운이 가득한 듯해도 여전히 주변 풍경은 변화가 없다. 지난 계절 그대로 모습으로 나목이나 마른풀에 봄의 생기가 느껴지지 않는다.
숲해설동기들과 여의도 공원을 찾았다. 그곳은 다양한 수목들이 자라고 있어 나무공부하기에 좋은 장소다.
전철역을 내려 공원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잘 빠진 소나무들의 멋진 자태다. 쭉 뻗은 키에 선명히 붉은 수피가 건강해 보이고 푸른 솔잎도 무성해서 생동감이 풍긴다, 우아한 소나무들의 존재로 인해 공원에 격조가 있어 보인다.
운 좋게도 먼저 도착한 동료가 소나무에서 오색딱따구리를 발견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만나기 힘든 진객이 아닐 수 없다. 한걸음에 뛰어가 보려 했는데 갔더니 이미 자리를 떠난 후다. 나도 보고 싶은 마음에 공원을 돌면서 혹시나 하고 열심히 찾아봤지만 아쉽게도 눈에 띄질 않았다. 숲이 우거진 탓인지 새소리는 끊이지 않는다. 그만큼 잘 가꾼 건강한 숲이라는 증거다.
숲을 돌아보았다. 잎이 져 버린 나무들이라 무슨 나무인지 얼른 알 수가 없다. 참나무 외에 큰 가시와 길고 커다란 콩꼬투리가 특징인 주엽나무와 가로수로는 보기 힘든 다릅나무가 있었다. 모임의 리더가 그 차이점과 특징을 알기 쉽게 들려준다. 나무에 대한 공부를 시작은 같이 했지만 배움을 멈추지 않고 공부를 지속한 것과 그러지 못한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커지는 것을 실감한다. 정기적인 모임을 할 때마다 나무 공부에 대한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 친구를 사귈 때 벗은 자신보다 나은 사람을 만나야 하는 법이다.
작은 새들이 많이 날아다녀 잣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새들을 불렀다. 과연 새들이 다가올까 궁금했는데 쇠박새와 곤줄박이가 주위를 맴돈다. 쇠박새는 눈치만 보고 오지 않은 반면, 곤줄박이가 접근해 온다. 아마도 곤줄박이는 새 중에 호기심도 많고 용감한 것 같다. 어디서나 모이를 손에 들면 처음 찾아오는 새는 곤줄박이다. 마침내 곤줄박이 한 마리가 가까이 왔다. 손끝에 앉더니 잣 한 알을 물고 간다. 신기한 것은 손에 앉자마자 곧바로 잣을 물지 않고 잠시 있다가 모이를 문다. 그 짧은 시간이 주는 희열이 굉장하다. 핸드폰에 담느라 셔터를 누르는 찰칵 소리에 놀라기는 했지만 확실히 사람을 덜 두려워는 새다. 야생의 자연과 만남은 언제나 경이롭다.
공원 끄트머리에서 봄의 전령을 만났다.
봄꽃이다!
귀엽고 앙증맞은 노란 꽃이 피어났다. 기대하지 않아서 더 반갑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제대로 핀 꽃을 만난 감동이 가슴을 적신다. 다정하게 여러 송이가 사이좋게 어울려 피는 것도 보기 좋은데, 한 송이가 함초롬이 피어있는 모습도 예쁘다. 선명한 노란 꽃빛이 완연한 봄빛이다. 햇살을 받아 금빛이 반짝이는 자태는 더 황홀하다. 전에는 이 꽃이 복수초인줄 알았는데, 이 아이들은 개복수초다. 복수초는 꽃이 땅에 가까이 피고, 개복수초는 긴 줄기 끝에 꽃이 핀다. 잎도 복수초는 가늘고 섬세한 반면 개복수초는 넓고 톱니모양이다. 대충 아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하나를 알 때 올바르고 정확한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서양측백나무에 핀 꽃도 만났다. 꽃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소박하지만 점점이 박힌 붉은 빛이 보석 같아 보인다. 조팝나무도 새순이 돋아나 마치 장미꽃처럼 예쁘다. 확실히 우리 곁에 봄이 왔다.
봄꽃을 실컷 구경하고 나니 주변 환경도 달라 보인다. 연못에 자신의 모습을 비춰보는 정자의 풍경도 어쩐지 다정하게 느껴진다. 계절이 더디 바뀌는 것 같아도 자연은 시간의 흐름에 맞춰 제 걸음으로 제 길을 간다. 사람들만 시기를 분간하지 못하고 여전히 겨울잠을 자고 있는 것 같다.
그래도 봄이 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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