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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 유감

수영을 배우느라 좌충우돌하는 이야기

by 정석진

예전부터 수영을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수영 배우기를 여러 번 시도했었다. 공교롭게도 늘 겨울에 수영을 시작하게 된다. 그래서 강습에 몇 번 참여하고는 감기 몸살에 걸려 지속하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는 경우가 여러 번 있다 보니 결국 수영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


수영을 못하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물을 무서워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특별히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것은 아닌데 깊은 물이 있는 곳은 공연히 심장이 오그라 드는 느낌이다. 두려움을 떨치는 것이 관건이겠지만 쉽지는 않은 것 같다.


수영을 못해서 가장 아쉬웠던 것은 유럽 여행을 하는 중에 아드리아해나 지중해의 맑고 푸른 물에서 자유롭게 뛰어들 수 없었다는 점이다. 특히 동유럽 여행 시 두브로닠 절벽 카페에서 바닷물에 뛰어들어 자유로이 유영하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그래도 나름 즐기려는 마음에 얕은 바닷물에 몸은 담가봤지만 만족할 수는 없었다.

수영을 기필코 배우겠다고 올해는 작심하고 아내가 다니는 수영장에 등록을 했다. 아내가 먼저 수영강습을 다니고 있는 중이었다.


3월부터 시작은 했지만 진도는 형편이 없었다. 뚱뚱하지도 않은 몸은 왜 그렇게 잘 가라앉는지 도대체 물에 뜨지 않았다. 오히려 뚱뚱한 사람들이 고무풍선처럼 뜨는 것을 보면 너무 부러웠다. 힘을 빼라고 하는 데 가만히 있어도 물에 가라앉으니 어쩌란 말인가? 킥판도 소용이 없었다. 킥판을 잡으면 몸이 떠야 하는데 그것도 쉽지 않았다. 남들이 다하는 것을 나만 못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수영에 정말 재질이 없다.


진전이 없어도 이를 악물고 꾸준히 다녔다. 시간이 약이 되었는지 조금씩 진전이 있었다. 남보다는 엄청 느리지만 나만의 속도로 물을 제쳤다. 그렇게 7개월이 흘렀다. 실력과 관계없이 진도는 착착 나가서 접영을 배우는 단계가 되었다. 남들이 들으면 대단한 진보를 보이는 것으로 알겠지만 지금도 25미터를 자유형으로 지치면 거의 숨이 막혀 죽을 지경이다. 분명 음파를 하면서 숨을 쉬는 데 왜 숨이 이토록 막히는지 알 길이 없다. 평소에는 오래 달리기를 할 때도 지치지 않고 잘 달리는데 왜 물속에서는 그렇게 안 되는지 미스터리가 아닐 수 없다.


지금도 킥판을 잡고 발차기를 연습하면 끝까지 못 간다. 발에 쥐가 날 것처럼 힘들다. 게다가 숨도 막히니 중간에 쉬었다 가야 한다. 배영은 머리가 물에 잠겨 꼭 더러운 수영장 물을 들이켜게 된다. 그나마 위로받는 것은 그중 평형은 속도는 느리지만 좀 나은 편이다.

지금은 접영을 배우면서 오리발을 착용하기 시작했다.

오리발은 신세계였다. 몸이 물에 뜨지 않은 효과가 엄청났다. 물속에서 오리발을 유유히 저어나가니 엄청나게 속도가 붙었다. 순식간에 도착점에 도착한다. 드디어 나도 수영다운 수영을 하게 되었다. 워낙 속도가 빠르니 숨을 계속 쉬지 않아도 25미터를 거뜬히 헤엄칠 수 있었다.


몸이 물에 뜨지 않는다고 힘들어했는데 이 점이 오히려 장점이 될 줄이야! 세상 오래 살고 볼 일이다.

아내는 오리발을 신어도 속도가 나지 않았다. 발이 물속에 잠겨야 하는데 물 위에서 첨벙거리니 속도가 붙질 않는다. 수영실력이 완전 역전이 되는 순간이다. 제자리에서 헤매는 아내를 보고 제대로 하라고 잔소리를 하며 거드름을 피운다. 쨍하고 해 뜰 날 있다더니 요즘이 그렇다.


우스운 것은 오리발을 벗고 수영을 했더니 마치 제 자리에 정지한 느낌이다.

오리들이 수영을 잘하는 이유가 있었구먼!!!!


#수영 #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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