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감기의 횡포
최근에 마라톤 열기가 차고 넘쳤다. 나뿐 아니라 아내까지 이 대열에 이끌었다. 우리는 저녁마다 뛰러 나갔다. 기본은 30분이고 나는 거기에 더하여 최소 20분 이상을 더 뛰었다. 뛰는 것이 크게 힘들지 않았고 땀을 흘리는 것이 성취감으로 이어졌다.
날씨가 차가워져도 그 열정은 멈추지 않았다. 아내가 주간에 근무를 하는 관계로 저녁 식사 후 한두 시간 지나서 뛰곤 했다. 이 주일 전, 기온이 급강하해서 찬바람이 쌩쌩 불었다. 그날도 어김없이 외대운동장으로 뛰러 나갔다.
그날 컨디션도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마라톤의 효능에 심취한 나는 달리기가 컨디션도 끌어올릴 것으로 믿고 더 열심히 뛰었다. 근자에 가장 빠른 속력으로 한 시간도 채 안 걸려 10킬로 미터를 뛰어 버렸다. 스스로 기록을 작성한 것 같아 아주 뿌듯했다.
하지만 그 여파는 너무 컸다. 목감기를 제대로 앓았다. 한 주 정도면 나을 것으로 가볍게 여겼는데 그게 아니었다. 이 주일이 지난 지금도 코감기로 고통 중이다. 코가 막히고 콧물이 심하고 두통도 이어진다. 물론 그 사이에 병원도 두 번이나 다녀왔고 약도 계속 먹고 있다.
더구나 12월에 들어서는 초등학교 돌봄 교실 생태환경부 강의도 월화수목 4번을 맡게 되었는데 감기로 캘록대니 입장이 말이 아니었다. 월요일은 정신도 멍한 상태에서 새로운 학교에서 새로운 학생들과 만나서 수업을 해야 했다. 아이들 숫자도 지난번 보다 배나 늘어서 힘이 더 들었다. 잠긴 목소리로 큰 소리를 내야 하니 더 정신이 없었다. 수업을 마치고 나니 그야말로 그로기 상태가 되었다.
아침에는 조금 나은 듯하다가 저녁이 되면 다시 코가 꽉 막히고 두통도 심했다. 이런 상황이 자꾸 반복이 된다. 이 주일이 다 지난 오늘까지도 콧물이 그치지 않는다. 약은 더 먹어도 소용이 없을 것 같아 그만뒀는데 다시 병원에 가야 하나 걱정이다.
달리기를 열심히 했는데 왜 이렇게 감기 하나를 이겨내지 못하는지 한심하기 짝이 없다. 아내도 비아냥거린다. "달리기 많이 하면 뭐 해 감기 하나도 못 이겨내면서.... 그러게 독감 예방 주사 맞으라고 그렇게 이야기했는데 안 듣더니 지금 이게 뭐냐고" 핀잔이다.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다. 달리기 열정 뒤에 감기로 골골대는 나의 모습이 나도 수긍이 안된다. 운동 열심히 한 결과가 이렇게 초라하다니...
이 얄미운 감기가 제발 이젠 떨어져라! 지겹다 지겨워!!!
#감기 #건강 #달리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