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한 지붕 아래, 네 개의 언어가 뒤섞일 거라고는...
엄마는 한국어로 말하고, 아빠는 중국어로 말하고, 아이의 세상은 일본어로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제, 유치원에서는 영어가 스며들고 있다.
처음엔 뭣도 몰랐다.
내가 한국말을 하고, 남편이 중국말을 하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4개 국어를 할 수 있게 될 거라 생각했다.
보통 국제부부들의 자녀를은 으레 기본적으로 2개 국어쯤은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일본에 거주하는 여러 국제부부를 만나며 깨달았다. 한일부부, 한중부부, 또는 다른 제3 국 사람과 결혼한 부부들을 부지런히 찾아다녔지만, 실상은 예상과 달랐다.
부모가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아이의 모국어는 일본어였다. 국제학교에 다닌다면 영어였고, 부모의 언어는 종종 희미해져 있었다.
수많은 임상(?) 케이스를 수집한 뒤에야 비로소 깨달았다.
아이들은 스펀지와 같아서 언어를 바로 흡수하지만, 그 언어를 등한시하면 바로 스펀지에서 물을 짜내는 것처럼 빠져나간다는 사실을...
주변에 나를 아는 지인들은 항상 아이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아이는 좋겠네요~
당연히 기본 4개 국어 하겠어요!
나도 깜빡 속을 뻔했다. '당연히', '기본', '4개 국어'라는 달콤한 말들에 취할 뻔했다.
하지만 언어에 당연한 건 없다. 나조차도 한국어라는 하나의 언어를 모국어로 만들기 위해 20년 넘게 한국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엄청난 인풋과 아웃풋을 반복하지 않았나...
아이에게 한국어, 중국어는 오직 부모에게만 인풋을 의존해야 하는 상황이니 내가 얼마나 더 노력해야 할지 아득해져 왔다.
그래서 스펀지 같은 아이들이 습득한 언어를 다시 다 토해내지 않도록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많은 언어 속에서 우리 아이가 언제 어떤 언어를 습득하고 지켜나가야 할지, 우선순위를 정하고 길을 만들어 줘야 했다.
이 매거진은 바로 그런 이야기다.
4가지 언어가 뒤섞인 한 집에서 엄마의 한국어, 아빠의 중국어, 살아가는 사회의 주류언어인 일본어, 아이의 유치원에서 영어. 이 모든 언어와 공생하기 위한 몸부림에 관한 이야기이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삶 속에서 여러 언어를 품고 살아가고 있거나,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이라면,
외국어를 한번쯤 배워본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외국어가 늘지 않아 갑갑하고 답답한 마음을 가진 적이 있는 사람이라면,
서툴고 어설퍼도 매일 조금씩 서로를 통해 배우고, 이해하며 웃고 울었던 우리 가족의 이야기가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란다.
한 지붕 4개 언어.
한국어, 중국어, 일본어, 그리고 영어.
그렇게 우리는, 매일 서로의 언어를 품으며 살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