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만난 중국인 남편과 결혼해 아이를 낳았다.
그런데 아이의 태명(胎名)을 정하는 것부터 난관이었다. 나와 남편 모두 발음할 수 있으면서 뜻도 좋은 이름을 지어야 했기 때문이다.
마침 임신 초기, 우연히 대학 시절 후배를 만났다. 장소는 일본의 '이케부쿠로(池袋)'. 우리가 태명에 대해 고민하자, 후배는 '이케부쿠로'의 발음 중 ‘후쿠(ふく)’를 따서 ‘뿌꾸’는 어떠냐고 제안했다.
듣자마자 떠오른 것은 애니메이션 속 귀여운(?) 강아지 캐릭터 ‘두치와 뿌꾸’. 발음도 사랑스럽고 귀에 잘 붙어, 우리 부부는 그 자리에서 마음이 동했다.
게다가 놀랍게도 이 ‘뿌꾸’라는 이름은 세 언어 모두에서 ‘복(福)’을 의미하는 단어와 비슷했다.
한국어: 뿌꾸
일본어: 福 (후쿠, ふく)
중국어: 福 (후, fu)
태명 하나에 이렇게 삼국어의 의미와 발음을 담을 수 있다니, 아이가 마치 언어의 교차점에서 태어나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 뒤로 본격적인 이름 짓기에 돌입했다. 선택지는 다양했다.
1. 완전한 한국식 이름
2. 한국과 일본에서 모두 통하는 이름
3. 한국과 중국에서 모두 통하는 이름
4. 한국, 일본, 중국 어디서든 통하는 이름
5. 아예 제3국의 이름
하지만 결국 이름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정해졌다.
시댁 아버님이 내 이름에서 따온 '은혜 은(恩)' 자를 넣어 여러 후보를 만들어 주셨고, 그중 전통적인 한국식 이름이 선택된 것이다.
이렇게 날 때부터 세 나라의 언어와 문화를 품고 태어난 아이는 의외로 평범한 한국식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다.
그러나 그 이름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에는 한중일을 넘나드는, 작지만 깊은 언어적 고민과 사랑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