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이른바 ‘자만추’의 시대는 갔다. 연합 동아리에서, 교양 수업에서 눈이 맞고 카페 알바를 하다 손님과 썸타는 상황을 우리는 숱하게 들어왔다. 남자친구와 만난 썰을 풀 때, 소개팅으로 만났다 하면 ‘아하..’로 맹물처럼 끝나지만 자만추의 낭만적인 운을 띄우면 ‘우와!’로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국이던가. 카페를 가도 버스를 타도 우리는 서로의 눈만 볼 수 있다. 로맨틱한 의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교감하는 그런 장면이 아닌, 텍스트 그대로의 ‘눈’만.
마스크를 쓰면 아는 사람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만추’를 할 수 있을까. 싸이버 강의에서 보이는 건 교수님의 얼굴과 학생들의 검정 화면. 그리고 가끔 학교에 갈 때면 보이는 텅 빈 교정. 20학번에게 새내기 CC란 먼나라 이웃나라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하는 애들은 다 하더라)
예전엔 친구들이 소개 받으라고 닦달해도 ‘아 됐어~ 난 자만추야~’로 일축한 후, 진짜 운명적인 만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 집 아니면 모자, 마스크로 싸맨 채 가는 카페가 내 활동 반경의 전부인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겨울이라 그런가, 외롭다. 나도 쟤네처럼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조잘대면서 새벽 늦게까지 통화하고 싶다. 집 앞에서 ‘니가 먼저 들어가, 아니야 너 가는거 보고 갈게’ 하며 아웅다웅대고 싶다. 연애를 많이 하고 잘 하는 내 친구 M의 말에 의하면 소개는 다다익선이란다. 소개를 받고 안 맞으면 쿨하게 바이바이, 잘 맞으면 행복하게 사귀면 된단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는 소개팅이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사람 만나기 귀찮았던 나의 핑계거리였다. 그러면서 하늘에서 남자친구가 뚝 떨어지길 원하다니, 나 원 참. 연애도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 우리 집에 운명처럼 짜잔하고 나타나는 건 드라마에서나 로맨스지, 현실에선 강도일 것이다.
가만히 누워서 유튜브만 보면 드라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김선호 같은 남자만 상상하지 말고 쟁취해야 한다. 이제는 인위적인 만남 추구, ‘인만추’의 시대가 올 것이니.
그러니 친구들에게 공표한다.
얘들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