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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빈 Feb 05. 2021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자연스러운 만남 추구, 이른바 ‘자만추’의 시대는 갔다. 연합 동아리에서, 교양 수업에서 눈이 맞고 카페 알바를 하다 손님과 썸타는 상황을 우리는 숱하게 들어왔다. 남자친구와 만난 썰을 풀 때, 소개팅으로 만났다 하면 ‘아하..’로 맹물처럼 끝나지만 자만추의 낭만적인 운을 띄우면 ‘우와!’로 시작된다. 그러나 지금이 어떤 시국이던가. 카페를 가도 버스를 타도 우리는 서로의 눈만 볼 수 있다. 로맨틱한 의미의 눈동자를 바라보고 교감하는 그런 장면이 아닌, 텍스트 그대로의 ‘눈’만.



마스크를 쓰면 아는 사람조차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자만추’를 할 수 있을까. 싸이버 강의에서 보이는 건 교수님의 얼굴과 학생들의 검정 화면. 그리고 가끔 학교에 갈 때면 보이는 텅 빈 교정. 20학번에게 새내기 CC란 먼나라 이웃나라 일일 것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서도 하는 애들은 다 하더라)


예전엔 친구들이 소개 받으라고 닦달해도 ‘아 됐어~ 난 자만추야~’로 일축한 후, 진짜 운명적인 만남을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틀렸다. 집 아니면 모자, 마스크로 싸맨 채 가는 카페가 내 활동 반경의 전부인데 도대체 어디서 나온 자신감일까.



겨울이라 그런가, 외롭다. 나도 쟤네처럼 오늘 하루 있었던 일 조잘대면서 새벽 늦게까지 통화하고 싶다. 집 앞에서 ‘니가 먼저 들어가, 아니야 너 가는거 보고 갈게’ 하며 아웅다웅대고 싶다. 연애를 많이 하고 잘 하는 내 친구 M의 말에 의하면 소개는 다다익선이란다. 소개를 받고 안 맞으면 쿨하게 바이바이, 잘 맞으면 행복하게 사귀면 된단다.


맞는 말이다. 예전에는 소개팅이 시간 낭비, 돈 낭비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사람 만나기 귀찮았던 나의 핑계거리였다. 그러면서 하늘에서 남자친구가 뚝 떨어지길 원하다니, 나 원 참. 연애도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 우리 집에 운명처럼 짜잔하고 나타나는 건 드라마에서나 로맨스지, 현실에선 강도일 것이다.



가만히 누워서 유튜브만 보면 드라마 같은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침대에 누워 김선호 같은 남자만 상상하지 말고 쟁취해야 한다. 이제는 인위적인 만남 추구, ‘인만추’의 시대가 올 것이니.

그러니 친구들에게 공표한다.


얘들아,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시켜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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