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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협아 Mar 03. 2020

민감한 주제가 대화라는 도마에 오를 때

민감한 주제를 민감하다고 부르는 이유


나라의 상황이 안정적이건 요즘 같이 불안정한 때이건 정치나 종교처럼 사람의 가치관가 직결되어 있는 민감한 주제가 자주 언급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이런 주제들에게 [민감한]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어서 함부로 이야기를 꺼냈다가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거나 끌 수 없는 불을 피우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나는 생각을 한다.



가족이나 친구와 같이 가까운 사이라면 더더욱 골치가 아프다. 집에 내려가서 부모님이 나와는 정반대의 정치나 종교 성향을 반복적으로 내비치시는 걸 듣는 것도 꽤나 골치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과의 갈등도 골치 아픈 마당에 다른 이들과의 갈등은 굳이 불씨를 피우고 싶지 않아 가능하면 도마에 잘 올리지 않는 편이다. 보수냐 진보냐 이분법적으로 전 국민을 나누는 프레임도 싫고.



하지만 막무가내로 본인의 생각을 있는 대로 없는 대로 다 분출한 후에 "안 그래?"라고 그 외침을 마무리하는 건 나에게 본인의 생각에 동조해주길 바라는 막무가내식 강조인가, 아니면 나와 다른 의견이 있으면 내놓아 보아라, 어디 한 번 말로 싸워 보자는 은근슬쩍 도전장인가.


진중하고 조리 있게 각자의 신념을 펼칠 수 있는 자리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하지만 본인의 관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부분을 다 들춰내며 스트레스를 푼 후 본인의 신념이라는 죽창을 우리의 대화라는 땅바닥에 마음대로 꽂아버린 후 나에게도 똑같이 해보라고 판을 깔아주는 건, 그건 이미 나와 동등한 자격에서 대화를 하겠다는 의도가 없는 거라고 해석이 된다. 내게 그 죽창이 있건 없건, 그 죽창을 사용할 생각이 있고 없고는 이미 안중에 없는 거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피하는 편이다. 무조건 안전 지향적이라고 해야 하나. 논리적으로 내 의견을 설명할 자신도 없지만, 그렇다고 이미 분에 넘쳐 본인의 신념을 다 배설한 후 나에게 동조를 바라는 상대방의 초대장에 응답할 생각도 없다.



그래서 그런 주제는 피하려고 한다.

그게 불가능하다면 그 사람을 혹은 관계를 피하려고 한다.


그냥 이게 나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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