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쓰기 리더를 하면서 신기했던 건, 나 같은 내향인이 이끄는 모임에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 모였다는 것이었다. 더 신기한 건 나의 걱정과는 달리 이 모임이 나름 잘 굴러간다는 것이다. 1기도 2기도 그랬다. 처음엔 모임을 이끄느라 에너지를 많이 쓰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멤버들에 의해서 저절로 이뤄지는 일이 많다. '지앵님 덕분에 글쓰기에 재미를 붙였어요.', '지앵님이 판을 깔아줘서 고마워요.'와 같은 말을 들을 때면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어 진다. '아니에요, 제가 뭘 했다고요...'라는 말이 나오려는 순간 그 말을 그냥 꿀꺽 삼킨다. 지나친 겸손은 오히려 교만에 가깝다는 말이 떠올라서.
예전엔 모임의 리더는 무조건 목소리가 크고 외향적이고 사람들과 금세 친해지는 유형의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나 같은 소심쟁이는 잘해야 부회장 정도 하면서 조력자 역할을 하는 게 더 맞는 일이라는 생각도 했었고. 그랬던 내가 40대 후반 이후로 5~6개의 모임의 리더를 해왔다. 이건 나의 숨은 저력이었을까? 어찌 된 일인 걸까? 가끔씩 궁금해지기도 했다.
내일은 백일쓰기 정기모임이 있는 날이다. 모임은 여전히 잘 진행되고 있지만 매달 한 번씩 있는 모임을 하기 며칠 전부터 마음이 불안하다. 첫 모임 때는 두통약과 소화제를 한 움큼 먹고 갔더랬다. 모임이 시작되면 늘 '괜한 걱정을 했어.'라는 생각이 들고 걱정했던 것과는 달리 분위기도 대부분 좋은 편이다.
생각해 보니, 내향인인 내게 모임의 규모도 참 중요한 요소인 것 같다. 주로 6명이 기준이다. 6명까지는 괜찮은데 그 숫자를 넘어가면 부담이 몇 배가 된다. 여섯 명이면 둘러앉아서 이야기를 하는 게 가능한 최대의 숫자이기 때문이다. 7명부터는 이야기가 두 그룹으로 나뉜다. 지난번 50일 기념 모임엔 대구 멤버 한 분을 제외하고 모두 참석해서 모두 10명이었다. 가운데 앉은 나는 10명 모두에게 말하는 것도 부담스럽고(목소리가 작은 편이라 더더욱), 대화가 두 그룹으로 나뉘면 이쪽 신경 쓰라 저쪽 신경 쓰랴 정신이 없었다. 한쪽 그룹의 분위기가 왠지 어색한 것 같으면 분위기 맞추다가 다른 그룹에 소홀해지는 게 마음에 걸린다. 아무튼, 지난번 모임은 인원이 많아서 힘들었다. 어느 순간 에너지가 달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얼른 집으로 오고 싶었지만 2차까지 가야 해서 완전히 녹초가 되어서 돌아왔다.
내향인의 리더노릇은 결코 쉽지 않지만 나름의 장점도 있다. 그건 멤버들에게 조용히 보조를 맞추면서 필요한 것을 살피는 능력이 내향인이 아닌 사람보다 더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외향적인 리더보다 나같이 수줍고 목소리 크지 않은 리더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았다.
내일 모임에는 약을 먹지 않고 갈 수 있기를... 내일 모임도 성공적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