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우리는 흔히 “이 회사 돈 잘 벌어”라는 말을 쉽게 합니다. 하지만 ‘잘 번다’는 건 무엇일까요? 매출이 많다는 뜻일까요, 아니면 이익이 크다는 뜻일까요?
기업이 벌어들이는 돈의 크기보다 더 중요한 건, 그 돈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벌고 있느냐입니다. 같은 100억을 벌더라도, 10억을 들여 벌었는지, 100억을 들여 겨우 벌었는지는 전혀 다른 이야기니까요. 당연히 10억을 들여 100억을 번 사람이 사업 수완이 훨씬 좋다고 판단할 수 있죠.
이 효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바로 ROE, 즉 자기자본이익률(Return on Equity)입니다.
ROE는 기업이 주주의 돈으로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나타냅니다. 공식은 간단합니다. ROE는 부채가 아닌 주주의 자본, 즉 순수한 밑천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바로 한 기업의 순수한 밑천입니다.
ROE = 당기순이익 ÷ 자기자본 × 100(%)
예를 들어 내가 어떤 회사에 100만 원을 투자했는데, 그 회사가 10만 원의 순이익을 냈다면 ROE는 10%입니다. 즉, 내가 넣은 돈이 1년 만에 10% 늘어났다는 뜻이죠.
그래서 ROE는 “기업이 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굴리고 있는가”를 보여줍니다. 이익의 크기보다 이익의 질을 보여주는 숫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ROE가 높은 기업은 보통 다음 세 가지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익을 꾸준히 내는 기업 — 업황이 흔들려도 수익이 급격히 줄지 않음
자본을 효율적으로 사용하는 기업 — 쓸데없는 자산을 쌓지 않음
경영진의 투자 감각이 좋은 기업 — 돈이 투입되는 곳과 나오는 곳을 구분함
예를 들어, 월마트(Walmart)는 대표적인 예입니다.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전 세계적 충격 속에서도, 수년 동안 두 자릿수 ROE를 꾸준히 유지해 왔습니다. 경기 변동과 소비 환경의 변화 속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보여왔다고 할 수 있죠. 이는 효율적인 재고 관리와 규모의 경제, 그리고 보수적이지만 확실한 경영 전략 덕분입니다.
ROE는 단기적인 실적보다, 기업의 수익 구조가 건강한지를 판단할 때 유용합니다. ROE는 단순히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이 회사의 수익 체질이 얼마나 탄탄한가를 보여주는 척도입니다.
예를 들어 ROE가 25%인 기업은 투자한 자본의 1/4을 해마다 벌어들이고 있다는 뜻입니다. 25억을 투자해 매년 약 6억 정도의 순이익을 내는 셈입니다. 이런 기업은 설비나 인력 등 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대로 ROE가 3~5% 수준이라면, 이익이 나긴 하지만 자본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을 수 있습니다. 이익이 조금만 줄어도 적자로 돌아설 위험이 높죠.
ROE는 직접적으로 ‘적정 주가’를 알려주진 않습니다. 하지만 그 주가가 합리적인 이유를 설명해 주는 근거가 되죠.
예를 들어, PER(주가수익비율)이 높은 기업이라도 ROE가 높다면 그 높은 가격에는 이유가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PER이 낮더라도 ROE가 낮다면 싸 보이지만, 그만큼 체력이 약한 기업일 수 있죠. 즉, ROE는 PER의 해석을 돕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익 대비 주가만 볼 게 아니라, 그 이익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만들어진 결과인지’를 함께 봐야 한다는 뜻입니다.
결국 ROE는 단기 실적보다 기업의 내구성을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즉, ROE는 단기 실적의 점수가 아니라, 기업이 오랜 시간 이익을 낼 수 있는 힘, 즉 체질의 건강함을 보여줍니다. PER과 PBR이 가격의 높낮이를 말해준다면, ROE는 그 가격이 버틸 수 있는 기반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