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ROE, ROA와 ROIC를 통해 기업이 자신의 자산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있는지를 확인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효율만으로 기업에 대한 판단을 마무리하기에는 아직 부족해 보입니다. 기업의 자원을 잘 굴리는 것도 물론 중요합니다. 하지만 상황이 나빠졌을 때도 버틸 수 있고 갑작스러운 충격 앞에서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안정성'에 대해서도 생각해봐야 합니다.
이번 장에서는 바로 그 '안정성'과 관련된 지표를 살펴보겠습니다. 안정성 지표는 기업이 얼마나 빠르게 성장하는지를 보여주지는 않는 대신, 어려운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체력이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이러한 안정성 지표의 대표적인 예로 부채비율, 유보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이 있습니다. 이제 이 네 가지 지표를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부채비율입니다. 부채비율은 자기자본 대비 부채가 얼마나 되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쉽게 말해, 내 돈에 비해 얼마나 많은 빚을 함께 끌어안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부채비율 = 총부채 ÷ 자기자본 × 100
부채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닙니다. 적절한 빚은 성장의 속도를 높여주기도 합니다. 이른바 레버리지 효과를 누릴 수 있다고 하죠. 다만 문제는 균형입니다. 이익이 줄어들거나 금리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인지, 아니면 작은 변수만 생겨도 빚의 부담이 빠르게 커질 수 있는 구조인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래서 부채비율은, 이 기업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체력에 맞게 빚을 써왔는지를 가늠해 보는 지표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다음은 유보율입니다. 유보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 중 얼마나 많은 부분을 회사 안에 쌓아두었는지를 보여줍니다.
유보율 = 유보이익 ÷ 자기자본 × 100
통장에 일정한 여윳돈이 있는 사람은 예상치 못한 지출이 생겨도 덜 불안합니다. 기업도 마찬가지죠.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당장 눈에 띄는 성과를 위해 모든 것을 써버리기보다, 미래의 불확실성을 대비해 여력을 남겨두고 있다는 뜻입니다. 기업의 유보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의 체력이 강하다는 뜻입니다. 다만 유보율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은, 회사 안에 현금이 과도하게 쌓여 있다는 신호일 수도 있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쌓아둔 현금은 새로운 투자나 사업 확장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기업의 성장 속도를 늦출 수도 있습니다.
유동비율은 조금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지금 당장 갚아야 할 돈을, 지금 당장 쓸 수 있는 자산으로 감당할 수 있는가를 묻는 지표입니다.
유동비율 = 유동자산 ÷ 유동부채 × 100
유동자산은 1년 안에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자산을, 유동부채는 1년 안에 반드시 갚아야 할 빚을 뜻합니다. 이처럼 유동자산과 유동부채를 비교하는 유동비율은, 부채비율보다 훨씬 단기적인 자금 사정을 현실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유동비율이 낮다는 것은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더라도 단기적인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유동부채, 즉 1년 내에 갚아야 할 빚이 더 많다는 뜻이니까요. 반대로 유동비율이 적정 수준 이상 유지되고 있다면, 일시적인 충격이 와도 급하게 흔들릴 가능성은 상대적으로 낮아집니다. 이 때문에 유동비율은 부채비율보다 기업의 단기적인 자금 압박을 훨씬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자보상배율입니다.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몇 번이나 감당할 수 있는지를 나타냅니다.
이자보상배율 = 영업이익 ÷ 이자비용
이 숫자가 낮다는 것은, 벌어서 이자를 내고 나면 남는 여력이 크지 않다는 뜻입니다. 레버리지 효과를 제대로 보고 있지 않다는 의미로 볼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이자보상배율이 충분히 높다면, 금리 상승이나 일시적인 실적 둔화가 오더라도 비교적 여유를 가지고 대응할 수 있겠죠.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재무 구조가 외부 환경 변화에 얼마나 민감한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부채비율, 유보율, 유동비율, 이자보상배율은 기업의 안정성을 서로 다른 각도에서 보여주는 지표들입니다. 안정성 지표들은 공통적으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진 않습니다. 대신, 잘 보이지 않는 위험 앞에서 기업이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를 말해줍니다. 아무리 성장성이 좋아 보이는 기업이라 하더라도, 재무 구조가 불안정하다면 한 번의 충격만으로도 크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투자를 하다 보면 우리는 자연스럽게 성장성과 수익성에 먼저 시선을 두게 됩니다. 하지만 오래 함께 하고 싶은 기업이라면, 한 번쯤은 이 회사가 힘든 시간을 만나도 무너지지 않을지에 대해 체크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