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안정성 지표를 통해 기업이 부채를 감당할 수 있는 구조인지, 당장의 자금 압박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체력이 있는지를 확인해 봤지만, 안정성만으로 기업을 판단하기에는 아직 한 가지가 더 남아 있습니다. 바로 돈이 얼마나 잘 ‘돌고 있는가’입니다.
ROE, ROA, ROIC를 통해서 기업이 자본과 자산을 통해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익을 만들어내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장에서 살펴볼 지표들도 효율성과 관련된 지표이지만, ROE, ROA, ROIC와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로 “이 회사의 돈과 자산은, 가만히 머물러 있지 않고 잘 움직이고 있는가?”라는 기준에서 보는 지표입니다.
이번에 소개할 효율성 지표는 총자산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입니다. 이 지표들은 성과의 크기보다 속도와 흐름에 주목합니다. 같은 자산, 같은 매출이라도 그것이 얼마나 빠르게 순환되는지에 따라 기업의 체감되는 체력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죠.
총자산회전율은 기업이 보유한 모든 자산을 활용해 얼마나 많은 매출을 만들어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총자산회전율 = 매출액 ÷ 총자산
ROA가 ‘자산 대비 이익’을 묻는 질문이었다면, 총자산회전율은 그보다 한 단계 앞에서 이익 이전의 움직임, 즉 매출액을 토대로 살펴봅니다. 같은 자산 규모를 가진 두 기업이 있을 때, 한 기업은 매출이 빠르게 늘고 다른 기업은 정체되어 있다면, 그 차이는 자산의 크기가 아니라 자산을 돌리는 속도에서 갈린다고 볼 수 있습니다.
총자산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가지고 있는 돈과 자산을 가만히 두지 않고 계속 매출을 만드는 데 쓰고 있다는 뜻입니다. 같은 자산을 가지고도 더 자주, 더 많이 장사를 하고 있는 기업이라고 이해할 수 있죠.
재고자산회전율은 기업이 보유한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판매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재고자산회전율 = 매출원가 ÷ 평균 재고자산
ROE, ROIC나 ROA가 ‘얼마나 잘 벌었는지’를 본다면, 재고자산회전율은 물건이 실제로 얼마나 빨리 팔리고 있는지, 즉 장사가 얼마나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재고는 팔리기 전까지는 아직 현금이 아닙니다. 오랫동안 창고에 머무르는 재고는, 겉으로는 자산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움직이지 않는 돈에 가깝습니다.
재고자산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제품이 시장에서 원활히 소화되고 있다는 뜻이며 자금이 막힘없이 순환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물론 재고가 너무 적다면 기회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이 지표는 항상 업종과 사업 구조를 함께 보며, ‘너무 빠르지도, 너무 느리지도 않은가’를 살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출채권회전율은 조금 더 현실적인 질문을 던집니다. 매출로 기록된 돈이, 실제 현금으로 얼마나 빨리 들어오고 있는지를 말이죠.
매출채권회전율 = 매출액 ÷ 평균 매출채권
재무제표 중 손익계산서는 현금이 실제로 오간 시점이 아니라, 계약이 이루어진 시점을 기준으로 작성되기 때문에 장부상의 숫자와 실제 현금 흐름 사이에 차이가 생길 수 있습니다. ROE나 ROIC가 장부상의 성과를 보여준다면, 매출채권회전율은 그 성과가 현금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게 해 줍니다.
외상 매출이 늘어나면 매출과 이익은 좋아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돈이 늦게 들어온다면, 기업은 늘 자금 압박에 시달릴 수밖에 없습니다. 매출채권회전율이 높다는 것은, 회사가 고객에게서 돈을 비교적 빠르게 회수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이는 곧 영업 활동이 실제 현금으로 잘 연결되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현금을 많이 확보한 기업은 비교적 안정성을 더 확보하게 되는 셈입니다.
총자산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은 공통적으로 기업의 돈과 자산이 얼마나 막힘없이 순환되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ROE, ROA, ROIC가 ‘성과의 질’을 본다면, 총자산회전율·재고자산회전율·매출채권회전율은, 기업이 돈과 자산을 얼마나 빠르고 막힘없이 굴리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효율성 지표들이 이상적이라면 기업은 위기 상황에서도 상대적으로 대응력이 좋습니다. 돈이 한 곳에 묶이지 않고 잘 돌고 있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총자산회전율, 재고자산회전율, 매출채권회전율은 생소하고 말도 어렵기도 합니다. 그러나 투자를 하다 보면 우리는 종종 ‘얼마나 벌었는가’, ‘이익률이 얼마나 되는가’에 먼저 확인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 이익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이 느리고 막혀 있다면, 숫자는 언제든 흔들릴 수 있습니다.
효율성 지표는 기업이 돈을 얼마나 자연스럽고 무리 없이 쓰고 있는지를 보여줍니다. 다른 지표들에 비해 생소하지만, 장사가 막힘없이 돌아가는 기업의 힘은 이런 지표에서 조금씩 드러나는 경우가 많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