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냉이콘의 투자 지표 입문서
독일의 작가 괴테는 회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복식 부기는 인간의 지혜가 낳은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곱씹어보면, 회계는 인간이 만들어낸 매우 정교한 언어입니다. 기업이라는 복잡한 생명체를 숫자로 번역해 내는, 인공적이면서도 치밀한 언어 말입니다. 정확한 재산 기록과 수지타산을 계산하기 위해, 옛 이탈리아의 상인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고민하며 계산서를 들여다보았을까요. 장부 위의 숫자 하나에도 생계와 미래가 걸려 있었을 그 시간을 떠올려보게 됩니다.
그리고 인간은 거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갔습니다. 수많은 회계 계정들을 바탕으로, 기업의 상태와 주가를 가늠하기 위한 도구, 곧 투자 지표라는 또 하나의 언어를 만들어냈습니다. PER, PBR, ROE 같은 숫자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기업을 조금이라도 더 정확히 이해하고자 했던 사람들의 고민과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숫자를 이렇게 조합해 보고, 저렇게 비교해 보며 ‘조금 더 나은 판단’에 다가가려 했던 노력의 결과들입니다.
하지만 이 책에서 계속 이야기했듯이, 투자 지표는 기업의 미래를 정확히 보여주는 답안지는 아닙니다. 숫자들이 해주는 말은 언제나 조심스럽고, 우리가 보고 싶은 방향으로 쉽게 단정해주지도 않습니다. 재무제표와 투자 지표는 다만 몇 가지 단서를 남겨줄 뿐입니다. 그 단서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느 지점에서 멈춰 설 것인지는 결국 투자자 스스로의 몫으로 남습니다.
그래서 투자 지표를 열심히 공부하다 보면, 오히려 예측이 더 어려워졌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정답에 가까워지는 대신, 생각해야 할 질문만 늘어난 것처럼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힌트들을 통해 감정을 최대한 배제한 판단으로 한 번이라도 투자에서 작은 성공을 경험해 보았다면, 그 차분한 짜릿함은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인간은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위대한 도구들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아마 그 불완전함 덕분에, 이 언어와 도구들은 앞으로도 계속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어쩌면 확실해 보이는 정답을 찾는 것보다, 보이지 않는 답을 향해 계속 고민하고 질문을 던지는 과정 속에서 인간의 위대함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이 그 고민을 시작하게 만드는 작은 계기 정도로 남아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