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리집가장 May 16. 2024

건강이 제일 어렵습니다만

류마티스 피검사와 사랑니

이전 글에서 썼듯 손가락과 손목 통증으로 신경외과와 정형외과에 다녀왔는데, 다른 곳이 더 아파만 져서 오늘 결국 류마티스내과에 갔다. 잉잉..


초음파 또 찍고… 또음파에선 별 거 없다는데, 일단 아픈 부분들이 순차적으로 추가되는 것 때문에 류마티스 항체 피검사를 하기로 했다. 뭔 엽떡 사리 추가도 아니고 아픈 데 추가욘~! 이러고 있다.

요즘 하루에 메일을 몇 통 쓰는지 모르겠고. 일하면서 “아 못하겠다“는 말이 육성으로 튀어나온다. 정신노동은 덤. 사실 정신병원부터 가는 게 맞을지도.

피를 한 바가지 뽑고 진료비도 한 바가지 나오고… 이 통증 때문에 도합 20만 원을 썼다. 미치셨나요. 아무튼 결과는 다음 주에 보는 걸로 하고 징징거리며 귀가하며 작년 겨울 사랑니 때문에 고생한 게 생각났다.

내 상악의 사랑니는 진짜 유별나다. 치아 뿌리와 머리 위치가 바뀐 역위 사랑니이며 완전 매복이었다. 그리고 위치가 너무 높아서 거의 광대뼈에 달린 수준이었다. 그냥 하나만 해도 어려운데 희한하다… 엄마는… 니는 사랑니도 별나다며… 저기요 누가 낳았는데요…


사실 이런 사랑니는 안 뽑아도 된다. 너무 깊게 박혀있어서 잇몸 밖으로 나올 일도 없고 그냥 반려사랑니로 덮어둬야 하는 게 맞다. 사랑니의 존재는 20대 후반에 알았는데, 그 어느 치과에서도 빼라는 소리를 안 했다.

그러다 치아 교정을 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한 것이다. 나는 비돌출 치열이었으나 앞니가 뉴트리아

그 자체였기에… 앞니 배열을 맞추는 건 앞니 옆의 치아들을 앞으로 꺼내는 작업이었고, 고로 전체적으로 치아들이 튀어나오게 되었다. 둘리 여친 공실이 그 자체… 그래서 치아를 조금 넣으려면 뒤에 공간이 필요했고, 딱 하나 난 사랑니를 뽑았어야 했다.


교정쌤은 이 치과에선 못 뽑는다며… 뽑아 오라고 소견서를 써주셨다. 무조건 구강악전문의 있는 치과만 갔다. 분당 제생병원에 갔는데 못 뽑는다고 했다^^; 정 뽑아야겠으면 대학 병원 전신마취각이고 예후도 안 좋을 거 같다며. 이때 좀 멘탈 나갔다. 그래도 사랑니 경험자들의 말을 들으면 오히려 큰 병원에선 보수적으로 말하고, 사랑니 발치 전문 치과(일명 사랑니 공장)에 가면 워낙 발치 사례도 많고 하니 뽑아준댔다.

분당에서 후기 제일 많고 젊은 전문의가 있는 치과에 갔다. 못 뽑는댔다.(…) 너무 미안하다며… 대학 병원으로 가랬다. 설대병원 안 되면 단대병원 가라며… 후기 보면 희한한 사랑니 다 뽑던데 내 사랑니의 난도 도대체 뭐길래…? 암튼 마지막 희망이 박살 났달까. 설대병원은 대기가 거의 반년 정도고, 단대병원도 초진은 오픈런해야 하는데, 그렇게 진료를 봐도 발치 일정은 n개월 이후랬다ㅋㅋ; 나는 교정 때문에 다음 월치료 전까지 뽑아야 하는데…  교정기 뜯고 싶고 좀 울고 싶었다. 스트레스 최고조.

상악만 먼저 브라켓을 붙인 교정 극초반. 앞니 왕크니까 왕귀여운디왜 교정을 했는지^^

무엇보다 나는 단지 뉴트리아 앞니라는 심미적인 요인 때문에 치아 교정을 한 것인데, 그런 이유로 전신마취까지 하면서 위험한 사랑니를 뽑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포기하는 마음으로 치과에 사랑니 못 뽑을 거 같다고 말하니 한 군데 추천받을 수 있었다. 거기선 뽑아줄 거라며…(하나도 안 믿음) 그냥 속는 셈 치고 가봤다…(라고 하기엔 편도 90분 거리)


치아 사진 찍고 나서 역시나 발치가 어려운 케이스라 하셨다. (놀랍지도 않아) 하지만 교정 때문에 뽑아야 하는 거 아니냐며. 례. 맞지요. 한번 해보신 댔다. 중요한 건 “뽑을 수 있어요”가 아니라 “한번 해보죠”라는 거… 엄청난 차이^^ 잇몸 열어보고 다시 덮고 나올 수도 있다고 하셨다^^;; 너무 무서워서 집에 가야 하나 생각하면서 멍 때리는데 선생님이 마취 가글을 내미셨고, 나도 그냥 해보자라는 생각으로 마취를 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사랑니를 뽑으면 정말 명의가 될 거 같다 말하셨고 나는 이때 제일 도망치고 싶었다.


마취 기다리면서 간호사선생님께  발치하다가 포기한 사람 있냐고 질척거리니까 있다고 하셔서 (오 역시 했으나) 딩초였다. ㅋ 내 나이 32세. 딩초를 낳았을 나이다.

암튼 머쓱해하면서도 불안을 여실히 드러냈더니 폼폼푸린 인형을 주셨다… 례… 시간이 흐르고 쌤이 오셔서 잇몸을 열어보는데… 너무 아팠다. 례… 마취 추가욘~! 마취를 또 하고 또 기다리는데 너무 무서웠다. 친구들은 카톡이 없어 죽은 줄 알았다고. 암튼 잇몸을 다시 째고 뭔가 연장들이 오가고… 선생님이 온몸의 힘을 실어 뚝딱거렸다… 나는 사실 금강불괴라 물리적 고통은 좀 참는다. 너무 가만히 있으니까 간호사쌤과 의사쌤이 나를 다급하게 깨우듯 의식을 확인했다. 나 그때 심지어 눈 뜨고 그냥 누워 있었는데… 깡깡하는 소리가 나더니 철제 트레이에 뭔가 떨어지는 소리가 났다. 그게 내 사랑니였고…(?) 이제 슥슥 잇몸을 꿰매는데 이게 고난도였다. 사랑니가 완전 광대 밑에 나있어서 바늘을 엄청 깊게 넣어야 했다. 아프진 않았는데 의사쌤이 엄청 고생하셨다. 아 그리고 유별난 사랑니인 만큼 남들은 지혈솜을  1-2개 쓴다는데… 나는 4개 썼다. 하나에 2만 원ㅎㅎ….


일어나서 보니 신기한 게 치아를 쪼개지도 않고 통으로 뽑으셨다. 의사쌤 너무 뿌듯해하시고… 명의 된 거냐며… 나 약간 감동했다. 누운 채로 발박수 칠 뻔. 암튼 간호사쌤들도 뽑혀서 다행이라며… 치아 사진 찍어서 보여주셨는데, 그냥 그냥 갓벽하시고 대한민국 최고의 사랑니 명의셔요. 하지만 사랑니 위치가 너무 높아서 코와 입 사이 천공이 생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그래도 회복을 잘하면 된다 하셨다.


암튼 거의 한 달간 마음의 짐이었던 사랑니를 간신히 발치했고, 피떡이 생기지 않아 걱정했으나 하나도 덧나지 않고 천공도 잘 붙고, 굉장히 잘 아물었다. 역시 회복탄력성 미친 사람.


30대가 되고 나선 아픈 부위(한돈이세요?)도 많아지고 병원을 찾는 빈도가 늘어난다. 병원에 가도 뭐 나아지는 게 없어서 이리저리 옮기며 초진 진료비로 텅장되는 건 덤이다. 건강 챙기자는 말이 고루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나이다.


라고 쓰고 바로 요가를 왔으니 언행일치일지도…

아무튼 시간이 많아서 운동을 하고 글을 쓰는 게 아니라, 시간을 쪼개고 내서 그 모든 것들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라는 정체성를 잃지 않기로.










작가의 이전글 병원은 꼭 두 군데를 가보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