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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담 Feb 13. 2021

바르게 살기 프로젝트 1

나를 아껴주기

 만족스럽지 못한 연봉협상과 함께 시작한 새해.
 1월 한 달 내내 '힘들다', '이직하고 싶다'라는 고민에 묻혀 살았다. 그런 탓인지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근무 특성상 신체리듬이 바뀐 탓도 있겠지. 계속 쑤시는 통증에 이곳저곳 병원들을 들렀다.


 의사 선생님들이 하나같이 묻는 말은 '최근에 스트레스받으신 적 있어요?' 곰곰이 생각해보니 입사 이후로 하루도 마음 편히 지낸 날이 없었다. 0.1초마저 중요한 촌각을 다투는 일을 매일 하는 데다, 시차근무까지 더해졌다. 게다가 바쁜 업무에 잡생각들까지 나를 괴롭혔다.



 난생처음으로 위장약과 함께 신경안정제를 처방받아 집으로 돌아왔다. 약봉투를 보고 있자니 나에게 미안함 마음이 몰려왔다. 바쁘고 피곤하다는 핑계로 내 몸 보살피기를 소홀히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성한 곳이 없었다.  그 순간 무거워진 내 몸과 굳어버린 근육들이 느껴졌다.


 일단 밀가루와 유제품을 피하고 건강에 좋은 음식을 먹자 다짐했다. 마트에 가서 장을 왕창 봐서 밑반찬을 여러 개 만들었다. 인스턴트나 고기 대신에 영양분을 채우기 위한 풀들로 가득 채웠다. 꽤나(?) 손맛이 좋은 터라 다 맛있었다. 오랜만에 집밥을 먹으니 속이 편안하면서도 배불러 좋았다.


유튜브 서리요가


 설거지를 끝내고 거실 한가운데 요가 매트를 펼쳤다. 유튜브에 요가를 검색하고 초보자 요가를 재생했다. 30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유튜브 속 선생님이 시키는 대로 동작을 따라 했다. 오랜만에 내 호흡과 근육에 집중할 수 있었다. 한층 뻣뻣해진 몸을 느끼며 꾸준히 노력해 변해보겠노라 다짐했다.


 요가로 마음의 안정을 찾고 처방받은 약을 먹은 뒤, 따뜻한 차를 마셨다. 여기까지 하니 굉장히 바르게 열심히 사는 사람 같이 느껴졌다. 가만히 앉아 캔들을 켜고 찻잔에 둥둥 떠 있는 꽃잎을 바라봤다. ‘독서까지 하면 딱 알찬 하루를 보낸 여유로운 직장인 같을 거다!’ 생각했다.


 책은 잠시 미뤄두고 바르게 살고자 새롭게 시작한 2월 1일을 기념하며 글을 써 내려갔다. 글을 쓰면서 나의 일상을 돌아보고, 나를 돌아보게 됐다. 일을 한다는 이유로 ‘나’를 챙기기에 참 소홀했던 시간들이었다.



 명상 음악을 들으며 새로움을 깨달을까 싶을 때쯤 어지럽기 시작했다. 신경안정제 때문인가? 머리가 지끈거리고 눈꺼풀이 무거워졌다. 속도 울렁거리는 것 같았다. 호흡을 천천히 가다듬고 가만히 누웠다. 오늘은 이만 쉴 때인가 보다.


 그러다 번뜩 ‘늦잠 자면 어쩌지?’라는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픈 와중에도 충분히 휴식 취할 시간 없이 못 일어날까 신경을 쓰며 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신경을 너무 많이 써서 신경안정제를 먹었는데! 이러면 무슨 소용이람! 세상은 스트레스 투성이인가!


 이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다. 어쨌든 내일은 나을 좀 더 사랑해야지! 그리고 조금 더 행복하게 하루를 채워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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