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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세니 May 11. 2023

명작 소설에서 배운 직장에서 무례한 사람 제압법

젊은이는 꼰대를 싫어하고, 어른은 꼰대가 될까 봐 걱정합니다. 청년이 어른에게 '꼰대'라는 꼬리표를 붙이는 건, '조언'이 잔소리로 들리고 전혀 공감되지 않기 때문이에요. 하지만 이해는 상대적인 겁니다. 청년만 어른을 이해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 어른도 청년을 답답하게 느끼기에, 서로 '공감'이 일어나지 않죠. 


제가 2004년부터 기숙학원에서 아이들을 지도했는데, 당시에는 아이들이 확실히 인사를 더 잘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인사를 제대로 하는 아이들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었죠. 워낙 많은 학생을 지도했다 보니, 시대에 따라서 아이들의 태도가 변해간다는 사실을 절감했습니다. 20살 남짓한 학생들과 20년 세월을 지냈음에도, 가끔 학생들을 온전히 공감하지 못할 때가 있었어요. 

MZ세대가 극한의 개성과 자유를 추구한다는 점에서, 어른들의 조언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는 반항아처럼 비칠 수 있는데요. 실상은 다릅니다. 2019년 20~30대 남녀 2,009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을 때, 70%가 "내 인생에 멘토가 필요하다."고 답했어요. 젊은이들은 여전히 자신을 이끌어줄 리더를 원하고 있죠. 과거와 달리 그냥 나이가 나보다 많다고, 학교 선배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이에게 복종하는 건 아니라는 거예요. 예전보다 더 깐깐하게 자신이 따라야 할 대상을 찾는 것뿐입니다.


서로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공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핵심 철학을 공유해야 돼요. 공자는 기소불육, 물시어인己所不欲勿施于人 "자신이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도 시키지 말라"고 했어요. 성경에는 "무엇이든지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고 적혀 있습니다. 젊은이든 어른이든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타인을 하나의 인격체로 온전히 존중할 때, 서로가 조금 더 공감할 수 있게 됩니다. 

사실 최대한의 공감을 이루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상황을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좋아요. 옛날에 순진하고 세상 이치를 모르는 백인 여성이 있었어요. 그 여인은 불행하게도 2살도 되지 않은 아들을 전염병으로 잃었죠. 아이는 여인의 눈앞에서 괴로워하다가 죽었습니다. 아무런 손을 쓸 수 없었던 절망적인 기억이 그녀를 항상 괴롭혔어요. 백인 부인은 훗날 노예 시장에 팔려간 흑인 아들과 절망의 눈물을 흘리는 흑인 노예 어머니를 보면서, 그들이 느끼는 슬픔을 깊게 공감하게 돼요. 이것을 바탕으로 백인 부인은 <톰 아저씨의 오두막>이라는 명작 소설을 탄생시킵니다. 


신분 제도가 존재할 때, 주인과 노예는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백인과 흑인도 넘을 수 없는 거대한 인식의 벽이 존재했겠죠. 그러나 사랑하는 자식의 죽음이, 백인 여성에게 노예 제도의 잔혹함과 불합리함에 의문을 던지게 했고, 나와 생판 다르다고 생각한 존재에게 깊은 공감을 느끼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심도 깊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명작 소설이 된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명작 소설처럼 모든 사람의 삶을 경험해 볼 수는 없어요. 그래서 어떤 분은 이렇게 말하죠. "남을 공감하려고 해도 진짜 이해가 안 돼요." 천 길 물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고, 원래 남을 100% 이해하고 공감하는 건 불가능해요. 그래서 공감은 타고난 재능으로 보이기도 하죠. 하지만 공감은 훈련을 통해서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어요. 핵심은 공감의 메뉴얼 대로 행동부터 바꾸는 거예요. 


사랑하는 제 아내는 사람들한테 정말 인기가 많아요. 만나는 사람마다 제 아내를 칭찬하고 좋아하죠. 아내는 상담학 석사를 5학기 정도 수강했어요. 처음에는 교수님으로부터 '공감'에 대한 이론과 지식을 배웠을 때 그런 아내도 조금은 실천하기 어려워했죠. 마음속에서 진심 어린 '공감'이 안되니까요. 그런데 교수님을 관찰하면서 그분도 타인을 완전히 이해하는 게 아니라, 공감 메뉴얼에 따르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돼요. 


그래서 본인도 상대의 말을 경청하고, 적극적으로 리액션 하는 등 반복 훈련을 했더니, 타인의 마음도 더 잘 느끼게 되었고요. 몸이 먼저 움직이니 마음도 따라가게 된 겁니다. 인간은 누구나 말과 행동 그리고 내면이 일치되기를 원하기 때문에, 행동부터 바꾸면 마음도 거기에 동해서 움직이게 됩니다. 

제 아내는 나중에 기숙학원에서 하루 10명이 넘는 아이들에게 개인 상담을 했는데, 처음에는 별로 공감이 안되었어요. 수능이 코앞인데 아이들이 시덥잖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는 생각만 들었죠. 하지만 훈계하지 않고, 프로 답게 매뉴얼대로만 행동했어요. 공감이 안되는 마음은 잠시 내려놓고, 상담사가 보여야 하는 올바른 자세로 소통했죠. 그랬더니 놀랍게도 아이들의 마음을 점점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나중에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이 되었어요. 


혹자는 마음이 그렇지 않는데, 행동만 그렇게 하면 진정성이 없는 게 아닌가요? 라고 물을 수 있어요. 하지만 자신이 친절과 공감하며 살겠다고 결심했고, 그에 맞춰서 행동하는 게 진짜 진정성이 있는 거예요. 그러니 학교나 직장에서도 다른 사람이 공감되지 않는다고, 팔짱 끼고 구경만 하지 말고, 공감의 태도부터 갖춰보세요. 

사람은 대단한 사람의 말을 따르는 게 아니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말을 듣습니다. 

그러니 지인 추천으로 무언가를 하는 사람이 많은 것이죠. 공감의 기본은 경청이고, 내가 타인의 말을 잘 듣는다는 것은 그만큼 상대를 존중한다는 의미예요. 사람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합니다. 그러니 상대를 공감하면, 자신이 존중받는다고 생각해서 서로에 대한 호감이 두터워지고, 관계의 선순환을 그리는 돼요. 그러니 누군가를 진정으로 이끌고 싶다면 '공감'의 무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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