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영어로 이메일을 쓰고 일을 하지만 영어를 못한다. 잘한다의 반대는 못한다 아닙니까?
솔직히 부끄럽지만 저는 영어를 못해요. 왜냐하면 대학에서 제2외국어를 전공하면서 교양수업으로 들은 영어 수업 외에는 영어공부를 전혀 안 했습니다. 변명이지만 그렇습니다. 취업 당시에도 난 토익 만점도 아니었고 제2외국어 자격증도 만료된 상태였다.
대학 졸업 이후에는 캐나다에서 1년 정도 지냈지만 역시나 한국인이 많은 도시였고 영어를 못해도 죽지는 않더군요.
한국에 와서 정말 운이 좋게 중소기업 해외영업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는데 매일 영어 공부해야지 생각만 하고 퇴근하면 늘 녹초가 되었다. 그래도 정신 차리고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해서 화상 영어, 영어 스터디, 영어 교재 구매해서 스스로 공부도 하면서 영어 공부를 멈추지는 않았다.
그렇게 살다가 운동을 시작하면서 도저히(?) 공부까지 병행하는 것은 힘들어서 스터디를 탈퇴하고 공부를 아예 놓게 되었다. 중간에 토익도 보고 유튜브 영어 강의도 보고 그랬지만 지속성이 어려웠다. 또 피티를 하면서 카드 할부를 공부를 위해 또 긁기에는 월급이 너무 작디작더라.
아무튼 최근에 파키스탄 바이어랑 메일을 주고받다가 처음 겪는 상황을 영어로 설명할 일이 있었는데 도저히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몰라서 구글 검색으로 대충 썼다.
그때 드는 생각이 한국어처럼 영어로 망설임 없이 메일을 쓰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했다. 자주 쓰는 영어 표현은 당연히 쉽게 쓰지만 이렇게 처음으로 영어로 상황을 설명하기에 내 어휘력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또 현재 회사에서는 바이어와 화상 회의를 하거나 전화를 하는 일이 거의 없고 이메일로 소통을 하기 때문에 영어 공부의 필요성도 크게 와닿지 않았다. 해외출장을 가지도 않았기 때문에 더 그렇다.
아마 지금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일하라고 한다면 나는 아마 영어를 못해서 해고당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커졌다. 영어를 못하는데 앞으로 이 회사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해외영업 직무를 수행할 수 있을까?
타회사에서 나와 같은 직무로 근무하는 사람들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어떤 고민을 하는지 블로그와 유튜브를 통해서 확인했다. 해외 출장을 다니고 시차에 맞춰 야근을 하면서 바이어들과 화상으로 미팅을 한다. 능력 있는 직장 상사들에게 커리어 고민 상담을 하고 이직을 한다. 그런데 나는 영업보다 관리 위주의 업무를 하고 있어서 출장도 안 가고 시차 때문에 야근을 하지도 않고 화상 미팅을 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내 위로 부장님 말고 상사가 없다. 중간관리자가 없어서 업무적으로 궁금한 점을 물어볼 사람이 없다. 이건 내가 상상했던 해외영업의 일이 아니다.
B2C 형태의 회사에서 영업을 하는 친구는 무역사무 업무는 전혀 보지 않아서 아무것도 모르더라. 그저 물건을 많이 판매해서 실적을 달성하는 것에 집중하여 일한다. 개인적으로 영업은 나의 성향과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 만약 다른 회사에서 영업의 비중이 크다면 난 아마 실적 압박으로 매우 고통받았을 것이다. 보통 신입 1-2년 차에는 독립적으로 계약을 성사하거나 영향력이 있는 업무를 하기보다 루틴 한 기본 업무 위주로 한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 회사는 나보다 오래 일한 사람들도 나와하는 일이 같았다. 3년 차가 돼서도 나의 선배가 하는 일을 똑같이 하고 있다면 업무의 발전이 없고 커리어는 성장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솔직히 루틴 한 업무를 하면 스트레스는 덜 받고 마음도 편하다. 하지만 늘 그 자리에 머물기만 하겠지. 조금 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업무를 경험해 봐야겠다는 목표가 생겼다.
한편으로는 다른 회사에 가도 해외영업 직무 특성상 나와 맞지 않는 부분을 견딜 수 있을까 그런 고민도 있다.
능동적인 업무는 아니라 생각한다. 유관부서와 협력하는 일도 많고 내 마음대로 조절되는 영역들이 없다 보니 스트레스가 상당하다. 겉보기와 다르게 정말 많은 부분을 신경 써야 한다. 또 나는 영어로 업무를 할 정도로 영어를 유창하게 하지도 않는다. 해외영업은 영어가 기본이다. 이 기본 자질을 갖추기 위해 수많은 도전과 경험을 한 사람들을 단기간에 따라잡을 수 없다.
이런 고민하고 도전하는 과정들을 겪어야 미래에는 내가 한 팀을 리드하는 팀의 리더가 될 수 있겠지?
조금 더 큰 회사에서 더 큰 사업을 담당하고 싶다.
영어 공부도 더 열심히 하고 직무 관련 공부도 더 열심히 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가끔은 이 루틴 한 업무 자체도 싫증이 나기도 한다.
편한 일을 하고 돈을 많이 버는 일은 없겠지?
버는 만큼 일한다!라는 말이 있듯이 거저 얻는 것은 없다. 성장하고 발전하려면 끝없는 두려움을 맞서서 새로움과 늘 함께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