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친구 있는 친구들을 경계하게 된다.
청첩장을 거부하게 되는 요즘
30살을 앞두고 있는 요즘 오랜만에 연락 오는 친구에게 '설마 결혼해?'를 말하게 된다.
미래의 계획에 단 한 번도 결혼을 생각한 적이 없다.
결혼을 해야 한다는 생각도 하고 싶다는 생각도 없었다. 애초에 연애를 할 생각이 없어서 그랬다. 결혼보다 나의 미래 계획에는 내가 어떻게 하면 나 혼자 지금보다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일들을 고민한다. 결혼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어쩌다 결혼을 결심했는지 궁금해졌다. 누군가와 결혼을 통해서 나의 행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을 하던데 나는 그 말에 대한 믿음이 없다. 물론 나도 결혼을 하는 상상을 아예 안 해본 것은 아니다. 결혼을 해서 내가 얻는 행복을 예상해 봤는데 잃는 행복이 더 많아서 결혼에 대한 계획을 늘 삭제했다.
나에게 결혼의 이미지는 뭔가 단단히 준비를 하고 굉장히 고심해서 결정하고 결혼 상대도 이런저런 것들을 나와 맞는 사람인지 판단해야 하는 거창한 일이라 생각했다. 또 결혼식을 올리기 위해서 필요한 돈과 절차들이 너무나 대단한 일이라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 생각을 해 본 적이 없고 내가 사는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들이 하는 일이라는 것이 결혼이었다.
근데 또 요즘은 결혼을 생각보다 큰 준비 없이 가볍게 하는 사람들도 많아 보여서 뭐랄까 결혼에 대한 이미지가 허벌스러워졌다. 결혼은 내 통장에서 축의금 빼가는 존재로 밖에 생각이 안 된다. 그래, 인생에서 그 수많은 사람들 중에 평생은 아니지만(살다가 이혼할 수도 있잖아요.) 꽤 오랜 시간을 함께하기로 약속한 존재를 찾은 것은 축하는 하지만 그 축하를 꼭 돈으로 해야 하나 싶다.
근데 나는 결혼을 하지 않을 것인데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으면 그만큼 내 통장 거덜 나니까. 나의 바람은 잦은 주기로 사람들이 결혼식이 나를 부르지 않았으면 한다. 한 달에 결혼식 2개 이상이라면 내 통장 위험해요.
결혼한 친구들의 뒷 이야기를 들으면 드라마보다 재밌는 일화들이 많다. 보통 친한 친구에게 가방순이를 부탁하게 된다. 수고하는 의미로 가방순이를 담당해준 친구에게는 선물이나 적당한 수고비를 챙겨준다. 그런데 친하다는 이유로 가방순이를 부탁하고 아무런 고마움의 표시를 안 하는 경우도 있더라.
또한 요즘은 결혼을 하기 전에 브라이덜 샤워 파티를 한다. 브라이덜 샤워를 해달라고 대놓고 요구를 하는 예비 신부도 있다. 브라이덜 샤워를 하려면 장소 찾기, 음식 준비, 맞춰 입고 사진 찍을 의상 준비 등 얼마나 챙겨야 할 것이 많은데 이것을 당당하게 바라는 양심 없는 사람도 있구나 싶다.
난 내가 아무리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해도 브라이덜 샤워 같은 것을 해 줄 마음이 전혀 없다. 옷 맞춰 입고 사진 찍고 그런 것 너무 불편하다. 언제부터 우리나라에 브라이덜 샤워 문화가 생긴 것일까?
또 축의금 대신 결혼선물을 했는데 축의금을 왜 안 하냐며 축의금을 요구하는 사람도 있다. 일반적인 축의금보다 꽤 비싼 선물을 했는데 축의금까지 바란다면 누가 보면 이 세상에서 그 사람만 결혼하는 줄 알겠다.
결혼 선물을 해 줬는데 거기에 축의금까지 한다면 한 사람의 결혼을 위해서 도대체 얼마 정도의 돈을 써야 하는 곳을 기대한 것일까?
가장 친한 친구가 결혼을 하면서 서로 상대에게 기대하는 것이 달라서 싸움을 하며 서로 멀어지기도 한다. 이런 것을 보면 정말 인간의 세계에서 결혼이라는 것이 뭘까 생각해 보게 된다.
누군가의 결혼식에 참여하기 위해 입지 않던 옷을 다림질하고 단정한 신발을 신고 깔끔한 옷차림으로 집 밖을 나간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결혼을 하면 좋겠지만 타 지역으로 가야 한다면 이동 시간에서부터 벌써 피곤하다. 결혼식에 참여한다는 것 자체가 꽤 부담스러운 일이다. 청첩장이라는 초대장을 받으면 참석을 고민하는 것도 일이다. 예상하지 못했던 사람에게 결혼식의 초대를 받는 것만큼 당황스러운 일은 없다.
결혼식에 가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아, 이제 결혼하면 저 사람들의 자유는 없어지겠구나. 저 사람에게 이제 새로운 가족이 생기는구나. 이제 가정에 더 집중하는 사람들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든다.
나이를 먹음을 실감하는구나. 사회가 정한 삶의 루틴을 따라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구나. 예전에는 결혼을 하는 사람을 보면 '왜 해?' 했다. 근데 내가 결혼을 안 하듯이 결혼을 하는 사람도 존재할 수 있다. 내가 안 한다고 타인도 안 해야 하는 것이 아니다. 또 타인이 한다고 해서 나도 꼭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각자의 삶의 모습을 꾸리는 방식은 다양하니까 존중한다. 다만, 나와 일상을 나누던 가까운 사람들과 결혼으로 인해 나의 교집합이 점점 범위가 줄어든다면 그것은 조금 꽤 서운한 일이다.
점점 결혼을 해서 내 주변에서 머무는 시간이 줄어드는 존재들이 많아지니까 나와 비슷한 가치관과 공통된 관심사를 가진 더 많은 지인들을 많이 만들어야겠다 그런 생각도 했다. 결혼을 하는 지인들과 연락을 잘 안 하게 되고 그들의 우선순위는 이제 남편이나 자식이 되었기 때문이다.
남자 친구 있는 친구들을 경계하게 된다. 어느 날 갑자기 만나서 나 결혼해를 말할까 봐. 나의 결혼식에 와 달라고 청첩장이라는 통장에서 축의금을 빼가는 악마의 초대장을 받기가 두려워지는 나이가 되었나 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