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회사 업무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래서 그런지 팀원들도 유튜브를 보거나, 영화를 보거나, 이어폰을 끼고 뭔가를 하거나, 책을 읽거나, 수다를 떠는 시간이 많아졌다.
내가 한국에서 해외영업으로 입사를 했는데 한 달 수습으로 품질관리팀에서 일을 했었다. 당시에 나는 품질업무를 부여해주지 않았고, 컴퓨터 지급도 안 해줬고, 신입시절 할 일이 없어서 무역영어 공부를 했는데 어디 감히 회사에서 공부를 하냐고 혼났었다. 나는 실무에 관련된 공부라 해도 된다고 생각했다.
팀에서는 이어폰 끼고 있어서 이름 2번 불러도 부르는지 모르는 애도 있다. 근데 여기는 한국이 아니니까 본인의 하는 일만 제대로 한다면 나 역시 각자가 뭘 하든 터치를 하지 않는 편인데, 최근에 팀원 한 명이 게임을 하는데 총소리가 와 다다닥 우다다당탕 소리를 내면서 하고, 본인의 남자친구이자 회사 동료인 애랑 대각선에 앉아서 게임 상황으로 생중계를 하는 것이다.
와 이건 못 참는다.
이 행동이 절대 한국의 정서에 맞지 않아서가 아니라고 판단했고, 이건 다른 폴란드 로컬회사에서도 용납되지 않는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직장에서 근무시간에는 핸드폰 게임하는 것을 하지 말라고 경고를 줬다. 핸드폰으로 게임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정상적인 행동이라고 생각하냐며 이렇게 말했으면 알아서 이해하고 눈치 챙기고 게임을 안 할 줄 알았다.
그런데 총소리를 우다다닥 내면서 또 게임을 하는 것이다. 그래서 게임을 하는 행동을 멈추라고 했다. 그랬더니 다른 애들도 수다 떠는데 왜 본인에게만 게임하는 행동을 지적하냐며 불만을 제기하는 것이다. 나는 황당했다. 회사에서 게임하는 행동이 뭐가 잘한 행동이라고 저렇게 당돌하게 나한테 대드는 것일까 너무 어안이 벙벙했다.
게임을 하느라 내가 질문을 해도 즉시 대답을 하지 않고, 다른 팀 동료가 와서 질문을 하면 게임하느라 질문에 대한 대답을 잘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도 들어서 이건 진짜 문제라 생각하고 윗선에 보고를 했다.
그러고 며칠이 지나고 나의 경고를 듣고 본인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것을 알았는지 게임을 하는 일은 없었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출근했는데 팀원이 나한테 메신저를 보냈다.
"너 왜 내가 이어폰 안 끼고 게임을 한다고 윗사람한테 말했어?"
"나는 이어폰 없이 게임을 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어"
난 너무 황당했다. 갑자기 이 얘기를 왜 하는 것이며 이 내용을 왜 윗선에 보고하냐며 따지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네가 이어폰 끼든 안 끼든 게임을 하면서 총소리를 내는 것을 여러 차례 들었고, 하지 말라고 경고도 하지 않았냐고 답변했다.
그 뒤에 하는 말이 가관인데,
"네가 소음을 들었다고 해서 내가 이어폰을 안 끼고 게임을 했다는 게 말이 돼?"
"소리는 이어폰을 꼈다고 하더라도 밖으로 소리가 새어 나올 수 있어"
'그리고 난 항상 매일 이어폰을 끼면서 핸드폰을 했었어"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어?
다른 동료들이 영화를 보는 것은 옳지만, 내가 게임하는 건 문제야?"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이 무슨 문제가 있어?
다른 동료들이 영화를 보는 것은 옳지만, 내가 게임하는 건 문제야?"
"내가 게임을 하는 것을 해고의 사유로 변명하는 거야?"
"넌 내가 없으면 내 일을 대신할 수 있어?"
"나는 다른 사람들이 수다를 떠는 것을 지적하지 않았잖아"
"왜 다른 사람들도 딴짓을 하는데 나한테만 뭐라 해?"
"넌 나를 왜 그렇게 싫어해?"
난 이 메신저를(러시아어) 읽고 머릿속에서는 한국어로 번역을 하면서 부디 내가 이 해석을 단 한 점의 주관적인 감정 없이 객관적으로
해석하고 의미를 받아들이기를 원했다.
그리고 답변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어떤 상황에서든 근무 중 사무실에서 게임을 하는 것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근무 시간 외에 다른 일을 한다는 사실이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잠깐의 휴식은 괜찮지만, 큰 소리로 게임을 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이런 행동은 비정상적인 행동이며 다른 사람들에게 방해가 됩니다.
헤드폰을 썼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소리가 여전히 들린다면 말입니다. 이는 변명이 될 수 없습니다.
이것은 공식적인 경고입니다.
만약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한다면 심각한 결과가 초래될 것입니다.
직장에서 게임을 하는 것이 정말 괜찮다고 생각하시나요?
그렇다면 무엇이 허용되고 무엇이 허용되지 않는지
이해하는 데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계속 헤드폰을 꼈다고 하시네요.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문제는 헤드폰 자체가 아니라, 직장에서 게임을 했다는 거예요.
헤드폰 얘기로 돌리지 마세요. 잘 들어보세요.
근무 시간에 게임을 했다는 사실 자체가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절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죠.
네 행동만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사람, 모든 사람의 잘못을 했다면 그건 지적할 문제야... 잘못된 행위는 동등하게 취급돼.
대화를 하고 적당히 이야기하면 알아듣겠거니 했는데,
끝까지 본인이 할 일 다 하고 게임하는 게 뭐가 잘못된 행동이냐고 하길래
대화 내용 싹 캡처해서 윗선에 리포트했다.
그리고 윗사람과 팀원이 2시간 동안 이야기를 했다.
그 대화가 끝난 후 나도 윗사람과 면담을 했는데
팀원이 하는 말이 이렇다더라.
난 할 일을 다 하고 게임을 했어
다른 사람들은 수다도 떨고 영화도 보는데 왜 난 게임을 하면 안 되는 거야?
난 내가 뭘 잘못했는지 인정할 수 없어
그래서 윗사람은 너의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는데 왜 자꾸 다른 사람 행동과 비교를 하냐고 했고
이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게임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은 행동이라고 지적하고 그것을 인정하지 못하면
지금 당장 퇴사해도 좋다고 했더니
그만두고 싶은 것 아니라면서 울먹거리면서 게임하는 행동 잘못된 거 인정하고 사과를 했다고 한다.
해당 내용을 대표에게 보고해도 되냐고 했더니 그러지 말라고 했다고 한다.
그럼 관리자인 라다의 경고를 왜 무시하고 반박하냐고 하는 질문에 본인이 잘못했다고 인정을 했다고 한다.
그럼 본인이 할 일을 다하고 게임하는 게 안 된다면 어떤 행동까지 허용이 되냐고 물어봤단다.
아니 애새끼도 아니고 저걸 질문이라고 하냐?
난 진짜 이 일을 겪으면서 도대체 문화 차이와 외국인의 사고방식으로는 어떤 상식이라는 게 통하지 않는다고 느꼈다.
아예 생각 자체가 다른 뇌를 가진 사람과 같이 일하는 일이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외국인이라고 다 저런 생각을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또 개인의 업무 시간에 하는 행동에 대해서
어쩌면 이렇게까지 지적하는 것은 한국인이라서 하는 경고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업무시간에 게임을 하는 행동, 그 행동으로 지적받았을 때의 태도가 이런 식이라면
그 어떤 회사의 오너도 용납하지 않을 잘못이다.
아무리 문화가 다르고 아무리 사용하는 언어가 달라도 정상적으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는 일의 한계라는 것이 있는데
이 팀원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선을 넘어버렸다.
겉으로는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를 했겠지만 나는 알고 있다.
진심으로 본인의 잘못을 뉘우치지 않았을 것이다.
그저 해고를 면하기 위한 변명의 뉘우침이었을 것이다.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정말 생각도 못 해본 일을 겪고, 사람의 다양성에 대해서 알아간다.
굳이 경험하지 않아도 되는 일로 감성소모, 에너지 소모를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