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개월 차 신입의 속마음
한국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해서 회사를 다닌 곳은 이 회사가 처음이다. 그동안 짧게나마 여러 회사에서 소속돼서 일을 해 봤지만 한국 회사이고 또 첫 회사라서 안 좋은 점을 비교할 대상들이 마땅히 객관적이지 않았다.
신입의 입장으로 회사를 바라봤을 때와 그리고 지금 이 회사를 다니면서 직장에 소속돼서 조직원으로 바라봤을 때의 차이가 뚜렷하게 느껴지는 상황들이나 교훈들이 있었다.
1. 나는 회사를 못 바꾼다.
내가 이 회사를 바꿔야겠어! 이건 굉장히 어리석은 생각이다. 이 회사가 바뀔 거였다면 진작 바뀌었겠지?
회사를 다니다 보면 점점 실무에 투입되면서 이것저것 마음에 안 드는 시스템이나 업무 처리 과정들이 발견된다.
나의 노력으로 이런 점들을 변화시키려는 생각이 들겠지만, 막상 그런 변화를 하려고 하면 그 회사에서 나가는 것이 더 현명하다고 말하고 싶다. 신입사원이 회사가 그동안 지켜오던 어떠한 고집들을 바꾸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따라서 회사의 마음에 안 드는 점을 바꾸려 하지 말고 그냥 회사를 나가면 된다.
나도 입사 초기에는 이런 점이 마음에 안 들고 저런 점이 불만스러워서 건의도 해 보고, 열심히 일해서 인정받아서 목소리를 내세우면 회사에서 내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을까? 내 편이 되어주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했다.
하지만, 5년을 다니던 사수도 바뀌지 않는 것은 어떤 짓을 해도 바뀌지 않기 때문에 그냥 회사를 나가는 것이 바뀌는 것을 기다리는 것보다 빠르다고 했다.
회사에는 대부분 10년 이상 다닌 꼰대들이 있다. 이 꼰대들이 가장 싫어하는 것이 변화이다.
회사가 꾸준히 하던 어떤 것을 바꾸는 것은 정말 불가능하다.
2. 나는 생각을 말해야 한다.
앞 서 회사를 변화시키려 하지 말고 그냥 회사를 나가라고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 회사를 다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나가기 전에 다니는 동안이라도 조금이라도 나은 환경에서 일하기를 꿈꾼다.
이 회사에 입사해서 바꾸고 싶은 업무처리 방법, 수많은 페이퍼 작업, 비효율적인 업무 시스템이 불만족스러웠다. 그러나 회사가 그동안 고집해온 것들을 내가 바꾸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하지만, 내가 목소리를 내서 의견을 내면 충분히 바뀔 수 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적극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서 노력했다.
아무리 꼰대라도 합당한 이유가 있으면 적당한 변화는 수용한다.
밑져야 본전이라고 한 번 건의해보고 반려당하면 포기해야겠지만, 도전조차 하지 않고 포기하기에는 너무 아쉽다. 사소한 의견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외에도 회의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하거나 회사에서 이슈가 되는 사건들에 대한 의견을 내야 할 때가 있다.
신입사원이라서 부끄럽고 감히 내가 그런 의견을 내세워도 될까 싶지만, 된다.
회사에 입사했다면 신입사원도 회사의 조직원이다. 이 기회로 인정받으면 좋다. 또, 입 꾹 닫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것보다 다양한 의견이 필요한 회사는 뭐라도 말하는 사람을 더 좋아한다.
3. 내가 실수한다고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또 신입사원이 되면 아직 익숙하지 않은 업무에 긴장하는 마음과 함께 뒤돌아보면 멍청한 실수를 하게 된다. 하지만, 실수라는 것은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 아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의 내가 저지른 실수를 미래의 내가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이미 한 실수로 자책하지 말고 재빠르게 상사에게 보고하고 해결책을 찾는 것이 우선시돼야 한다.
신입사원과 기존 직원들과 다른 점은 실수를 얼마나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습하는 것의 속도 차이다. 신입사원들을 실수를 하면 회사가 망하면 어떡하지? 나 때문에 일이 잘못되면 어떡하지? 걱정하고 초조해한다. 그러나, 고작 그 실수로 회사가 망하지 않는다.
모든 실수에는 수습 방법이 있고 해결책이 있다. 스스로 실수를 수습하면 좋지만, 아직 회사를 다니면서 익숙하지 않은 업무 루틴에 낯선 당신들은 재빠르게 상사한테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실수를 알리는 것이 두렵겠지만, 실수를 해서 혼나는 것보다 나중에 이 실수를 숨기고 수습하지 못해서 더 커지는 일을 막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런 생각을 한다. 저 팀장은 어떻게 팀장이 된 거지? 저 팀장은 왜 하는 것도 없는데 나보다 월급을 많이 받지?
그런 사람들의 존재 이유는 당신의 실수를 수습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괜히 팀장이 아니다. 회사를 오래 다니고 그동안 신입이 해 왔던 과정을 다 거친 사람이기 때문에 실수의 해답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단, 나처럼 부장이 낙하산 부장이라면 모든 이야기가 달라진다. 안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