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필부 Jul 28. 2023

에로틱 우정

2. 문득, 일상에 들어온 사사로운 감정


알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오십이 넘은 남자가, 세상 일에 어느 정도는 시달렸을 나이이며, 아내와 아이까지 있는 한 집안의 가장이고, 또 자기 세계에서는 나름대로의 위치와 명성도 누리고 있었을 남자가, 뜨거운 열기가 가득한 여름 날, 예술적인 성취를 위해 직장을 그만두었다니....


그녀는 아직 짐작할만큼 나이를 먹지 않았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했다. 사람은 그 나이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하지만 그 나이가 된다고 반드시 모든 사람이 그것을 알 수 있는 건 아니다. 서로 안지는 꽤 시간이 흘렀지만 사실 아는 것은 그뿐이었다. 그 날도 여느 날과 다름이 없었다. 그런데 문득 그녀는, 아주 잠깐 그가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 아마도 그의 그림을 궁금하게 여긴 것은 그때부터였을 것이다.


하지만 사사로운 것에 개의치 않는 평소의 그녀답게 잠깐의 호기심을 잊고, 그동안 잠시 소홀히 했던 책을 다시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녀를 향한 그의 마음이 잠못이루는 해변가 캠프파이어의 활활 타오르는 불빛과 같다면, 그녀는 책을 읽다 잠들기 적당한 정도의 불빛에 불과했다.


(에로틱한 우정에 관한 작가적 상상력을 더한 가상의 이야기와 이를 표현한 그림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사랑을 찾으려는 남자와 자신으로부터 사랑을 찾는 여자의 이야기로, 프레스코 & 유성페인트 & 라이트브러쉬 & 콘크리트블럭을 활용하여 그렸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에로틱 우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