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만에 재회한 친구, 욜란다와 함께
여행기가 아닌 탐험기라고 이름을 붙이고 싶다. 탐험(探險, explore); 여행보다는 아무것도 모르는 미지의 어딘가를 직접 찾아가고, 무언가를 우연히 발견하고, 조금은 위험을 무릅쓰기도 하고, 정해진 루트 없이 좀 더 자유로운 느낌이다. 딱 내가 느꼈던 감정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였다.
나와 욜란다는 재회한 다음날 마치 '탐험가' 가 되어 네덜란드의 북부를 마음껏 담았다. 암스테르담 시내에 앞서, 네덜란드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았던 시간을 먼저 기록해본다.
북부를 탐험하게 된 계기는 순전히 교통권 덕분이었다. 사실 살인적인 유럽의 교통비에 비해 한국이 저렴해서일까. 우리에게는 교통권이라는 개념이 사실 익숙지 않다. 시간대별, 커버되는 지역별, 교통수단별, 횟수별 다양한 기준으로 교통권 하나에 주어진 수많은 선택지에 압도되어, 유럽을 다닐 때마다 그 나라에서 처음 교통수단을 타던 순간이 나에겐 가장 어려운 숙제였다.
가격도 천차만별. 교통권 중에 혹여나 더 좋은 선택지를 놓칠까 조마조마하다. 계획없이 온 여행이였고, 아직 어디로 갈지 무엇을 할지 나조차 모르는 상황인지라, 그제서야 이 도시에서의 동선을 급하게 짜보기도 한다. 그러다 이내 포기하고, 이왕 이렇게 된거 어디든 갈 수 있는 가장 유연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통권으로 고르게 되었다.
그렇게 어려운 숙제를 풀다 탄생하게 된 네덜란드 북부 탐험기. 암스테르담은 물론 근교 도시까지 사용가능한 교통권은 우리를 어디든 데려다 줄 수 있었다. 원래 목적지까지 가는 도중 즉흥적으로 내리고 싶은 곳에 마음껏 내려볼 수도 있었다. 버스 기다리는 시간만 제외한다면, 마치 로드트립하는 기분이었다. :)
한 달의 긴 여행중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고, 스스로 '아! 너무 좋다!' 를 연신 외쳤던 하루였다.
이곳은 원래 목적지로 향해 끝없는 평야를 달리다 수많은 양떼를 보고 무작정 덥석 내린 곳이다. 북부 이곳 저곳의 지명조차 모르는 어딘가에 내려 우연했던 그 풍경을 지나쳐 보내지 않고, 직접 찾아가 마주했을 때. 그 전율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렇게 여행해본 적은 처음이었기에 더욱 감정이 격양되었다. 한국에 돌아가자마자 정말 면허를 따야지 다짐을 했던 기억이 난다.
이 탐험이 더욱 기억에 남는 이유는 나의 친구 욜란다와 함께였다는 점.
여행 방식도 좋아하는 것도 참 잘 맞았다. 이 탐험을 모두 함께 오롯이 즐길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
네덜란드 북부에서 다녀온 곳은 총 세 곳이다. 볼렌담(Volendam), 에담(Edam), 마큰(Marken).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기억에 남는 곳은 사진 속 이름조차 알 수 없는 길 한복판, 끝없는 들판, 도심에 조금 떨어진 버스정류장, 신호등 앞이었다.
앞으로도 이렇게 떠나는 탐험을, 내가 탐험가가 되는 순간을 즐기게 될 것 같다.
함께 한 시간이 길지 않아도, 국적이 같지 않아도, 언어가 완벽하게 통하지 않아도,
인생의 소중한 친구가 될 수 있음을
목적지가 없어도, 뚜렷한 계획이 없어도, 도착한 곳이 어디인지 알지 못하더라도,
기억에 남을 순간이 될 수 있음을.
떠난지 며칠도 채 되지 않았는데, 나에게 정말 많은 생각과 감정을 알려준 암스테르담에서의 여행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