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람들을 만날 때면 언어적인 편안함 대신 여러 가지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반대로 독일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다른 의견을 서로 건강하게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덕분이라는결론을 얻었다.
일전에 이웃 할아버지가 우리 집 딸내미가 놀러 오면 티비 보여줘도 되냐고 물어서 보여주지 말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엔 같이 밥을 먹다가 "내 생각엔 너희 딸이 어린이 채널 보면 독일어 많이 배워서 좋은 거 같아"말씀하셨다. 부족한 독일어로 천천히 대답했다. "맞아 나도 너의 생각에 정말 동의해. 근데 우리 아이들이 두 달 전부터 티비를 안 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티비 볼 생각만 해서야. 나도 같은 이유로 예전에 티비를 하루에 한 번씩 보여줬는데. 이젠 일상에 더 집중하는 의미로 안 보고 있고 또 그 생활에 적응했어."
가만히 듣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을 수용했고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 건 아니었다. 다만 내 의견을 그대로 존중해 준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대화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어색해지지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땐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그래요?' 웃고 넘기거나 아님 '맞아요' 긍정을 하며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일에 살면서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타인에게 내 의견을 화내지 않고 정중하게 그리고 약간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이 "날 싫어하거나 싸우자는 의미가 아니다"라는 걸 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이렇게 마음이 편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