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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Oct 20. 2020

내가 해외생활이 맘 편한 이유

타인의 의견을 건강하게 존중하는 개인주의

독일 생활 3년 차,

한국사람들을 만날 때면 언어적인 편안함 대신 여러 가지 불편함이 존재한다. 그리고 반대로 독일에서 사람들을 만나면서 서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는 않지만 오히려 마음이 편할 때가 많다.

왜 그럴까?



다른 의견을 서로 건강하게 말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문화 덕분이라는 결론을 얻었다.


일전에 이웃 할아버지가 우리 집 딸내미가 놀러 오면 티비 보여줘도 되냐고 물어서 보여주지 말라고 말씀드린 적이 있다. 그리고 얼마 전엔 같이 밥을 먹다가 "내 생각엔 너희 딸이 어린이 채널 보면 독일어 많이 배워서 좋은 거 같아"말씀하셨다. 부족한 독일어로 천천히 대답했다. "맞아 나도 너의 생각에 정말 동의해. 근데 우리 아이들이 두 달 전부터 티비를 안 보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아이들이 하루 종일 티비 볼 생각만 해서야. 나도 같은 이유로 예전에 티비를 하루에 한 번씩 보여줬는데. 이젠 일상에 더 집중하는 의미로 안 보고 있고 또 그 생활에 적응했어."


가만히 듣고 계시던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의견을 수용했고 대화가 마무리되었다. 내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 건 아니었다. 다만 내 의견을 그대로 존중해 준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건 그 대화로 인해 우리의 관계가 불편하거나 어색해지지 않았다.


한국에 있을 땐 상대가 내 생각과 다른 말을 하면 어색해지는 게 싫어서 '그래요?' 웃고 넘기거나 아님 '맞아요' 긍정을 하며 지나가는 경우가 많았는데, 독일에 살면서 나와 다른 의견을 이야기하는 타인에게 내 의견을 화내지 않고 정중하게 그리고 약간은 논리적으로 말하는 법을 배우고 있다.


다른 의견을 말하는 것이 "날 싫어하거나 싸우자는 의미가 아니다"라는 걸 아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것이 이렇게 마음이 편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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