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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드리 Oct 19. 2020

학원강사 10년, 사교육의 모순과 실체

내가 이민을 결심한 이유 1-2

초등학생 영어캠프 보조교사를 시작으로, 입시학원, 전문과외까지 10년간 사교육 시장에서 다양한 학생들을 만나왔다. 처음엔 실력이 부족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실력을 향상시켜주는 일에 보람을 느끼던 내가 언젠가부터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다.


연차가 쌓이면서 유능한 강사로 살아남기 위해선 나를 따르고 배우러 오는 학생 수가 중요한데, 학생들이 성적을 적당히 올리면서 동시에 학원에 의존하게 만들어야 했다. 학생이 성적이 많이 올라 스스로 공부를 시작하면서 학원을 그만두게 된다면 결국 학원은 소위 말해 돈이 안 되는 장사를 하는 것이다. 채용된 강사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학생이 계속 빠져나가는 현상만으로 무능한 강사로 평가받는다.


너 학원 끊으면 혼자서 어떻게 하려고 해?
내가 주는 예상문제없이 상위권 유지 힘들 텐데.


 결국 실력이 오르면서 학생이 자신감을 찾을 때 스스로 공부하도록 권유하는 이상적인 모습과는 다르게, 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성적이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주입시키는 것이 학원 유지에 필연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특히 상위권 학생들을 많이 데리고 있는 것은 학원 홍보효과가 있기 때문에 상위권 학생들일수록 불안감을 건드려 강사에게 의존하게 하는 것이 잘 나가는 강사들의 비밀 같은 것이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 주도학습을 내세워 광고하는 사교육의 모순이라 느꼈다.


한국에서는 초등학생만 되어도 학원을 안 다니는 학생을 찾아보기가 어렵다. 심지어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학습지와 전집, 방문학습이 넘쳐나는 시대를 살고 있다. 많은 수의 아이들이 필요보다는 사회적인 분위기에 따라 사교육을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받아들이는 느낌이다. 교육사업이 과열된 현시대에 아이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부분의 사교육은 장사라는 생각이 짙었기 때문에 아이를 낳으면 본인이 하고 싶은 것을 찾도록 기다려주고 하고 싶을 때 지원해주는 엄마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자유롭게 그리고 아이의 적성과 개성을 존중하며 아이를 키우고 싶었다. 그러나 첫째가 만 2세가 채 되지 않았을 때, 주변인들을 보면서 나의 신념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다양한 정보와 광고에 귀를 닫고 내 신념을 지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18개월이 된 아이는 한글 학습지를 시작했다.


 다들 하는데 우리 아이만 안 하면 정말 괜찮을까?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에 대한 아주 사소한 부정적인 평가도 엄마의 불안감을 크게 자극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걸 안 하면 이렇게 안 좋게 될 수 있다는 등의 이야기는 부모의 교육관을 끊임없이 흔든다. 그리고 시간이 흐르면 나 역시 필요보단 유행을 따르듯 내 아이에게 사교육을 강요할 것만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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