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만 입어보려던 거예요,
지난 설에 산 색동옷이 너무 고와서
소만도 지나고 강 건너 모내기하러
엄마 아빠 새벽같이 나가신 다음
정말이지 잠깐만 입어보려 했다니까요.
근데 무얼 두고 가셨다고
엄마가 돌아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보자마자 등짝을 때리시길래
토라져서 빽,
소리치고 뛰쳐나오긴 했는데,
제가 또 가긴 어딜 가겠어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에
새들이 낟알을 쪼아 먹을까
지켜보러 올 밖에요.
이제 내일모레면 수확도 하겠지요.
그러면 이 헛헛한 속을 채울
따뜻한 보리밥도 먹을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잠깐 지키고 있는 거예요.
정말 잠깐만이라니까요,
이렇게 날씨도 더워지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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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