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JoYo May 21. 2024

039 잠깐만 입어보려던 거예요, 정말이지


잠깐만 입어보려던 거예요,

지난 설에 산 색동옷이 너무 고와서


소만도 지나고 강 건너 모내기하러

엄마 아빠 새벽같이 나가신 다음

정말이지 잠깐만 입어보려 했다니까요.


근데 무얼 두고 가셨다고

엄마가 돌아올지 누가 알았겠어요,

보자마자 등짝을 때리시길래

토라져서 빽,

소리치고 뛰쳐나오긴 했는데,


제가 또 가긴 어딜 가겠어요,

누렇게 익어가는 보리밭에

새들이 낟알을 쪼아 먹을까

지켜보러 올 밖에요.


이제 내일모레면 수확도 하겠지요.

그러면 이 헛헛한 속을 채울

따뜻한 보리밥도 먹을 수 있을 텐데요.


그래서 잠깐 지키고 있는 거예요.

정말 잠깐만이라니까요,

이렇게 날씨도 더워지는데.




서울 | 2019

매거진의 이전글 038 별루년년첨록파 (別淚年年添綠波)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