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JoYo May 08. 2023

037 ​희망은 언제나 잔해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


아주 높이, 이를테면 저 하늘 별처럼

정말로 멀리 날아오르고 싶다면

날개 따위는 버려야 하는 법일까

— 혹은 어느 사막 모래 언덕에서

뱀에게 부탁을 해야 하거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들이

육신을 그보다도 더 작은 것들로

소화하고 분해하고, 또 기나긴 세월

햇빛과 바람에 잘게 쪼개지고 부서지면


언젠가 내 몸의 아주 작은,

원자보다도 작은 입자 하나가 어쩌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마침내

별에 가 닿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러니 날개 같은 것, 잃는다고

슬퍼하거나 서러워할 필요는 없지,

별에 이르는 꿈을 잃지 않는다면


희망은 언제나 잔해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

서울, 2015


매거진의 이전글 036 다시 또 시작입니다, 봄이니까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