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높이, 이를테면 저 하늘 별처럼
정말로 멀리 날아오르고 싶다면
날개 따위는 버려야 하는 법일까
— 혹은 어느 사막 모래 언덕에서
뱀에게 부탁을 해야 하거나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작은 것들이
육신을 그보다도 더 작은 것들로
소화하고 분해하고, 또 기나긴 세월
햇빛과 바람에 잘게 쪼개지고 부서지면
언젠가 내 몸의 아주 작은,
원자보다도 작은 입자 하나가 어쩌면
지구의 중력을 벗어나 마침내
별에 가 닿는 것인지도 모르지
그러니 날개 같은 것, 잃는다고
슬퍼하거나 서러워할 필요는 없지,
별에 이르는 꿈을 잃지 않는다면
희망은 언제나 잔해로부터
시작되는 법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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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