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구적인 오류—인류의 문명이 잉태한 쓰레기와 잔해 속에서
어떤 사진에서는,
냄새가 난다—
코를 찌르는, 눈이 아릿아릿한,
폐부를 찌르는 역겨운,
기어코 밭은기침을 토하게 하는,
그런 냄새.
타오르고 있는 것은 잔해,
우리의 찬란한 전자-기계 문명이
잉태한 쓰레기,
껍데기는 녹아내리고
플라스틱 피복이 끓어오르고,
유독한 연기가 피어오르다
마침내 잉걸불만 남을 때쯤에야
모습을 드러낼 금, 구리와 알루미늄,
그밖에 돈이 될만한 쇠붙이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출신의 사진가
피터 휴고(Pieter Hugo)의 시리즈
‘Permanent Error’는,
대략 2009년에서 2010년 사이
가나의 수도 아크라 인근의
‘쓰레기 처리장’인 아그보그블로쉬에를
기록한 것이다.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와
주변환경, 그리고 생명체에 대한
어떤 안전장치도 없는,
유해물질의 수출입을 금하는
바젤 협약과 그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선진국에서 저개발국으로 떠넘겨진
디지털 시대의 쓰레기들을
불태우고 남은 잿더미에서
재활용할 금속들을 거둬들이는,
말이 ‘쓰레기 처리장’이지
그것을 버린 부유국 국민들의 시각으로는
지옥도와 같은 풍경들이 펼쳐지는 곳.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전에 다른 글에서 언급했듯이)
희망이 있어 분투하는 것이 아니라
분투하기 때문에, 오직 분투함으로써만
희망이 생겨나는 것.
불타오르는 쓰레기 더미와
그 와중에도 한가로운 소들 앞에 서있는
저 소년의 자세는 얼마나 당당한가.
어쩌면 이 사진들을 보면서
눈이 아릿한 것은,
피어오르는 연기와 냄새 탓이 아니라
저 물건들 가운데 어느 것은
내가 버린 것일 수도 있겠다는
부끄러움 탓은 아닌가.
나는 지난 한 해에만 얼마나 많은
전기전자 폐기물들을 어디로인가,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얼마나 많은
문명의 부스러기들을
눈앞에 보이지 않는 어디론가
속 편하게 떠넘기고 있는 것인가.
사고, 이내 버리고, 사고, 또 버리고,
다시 사고, 다시 버리는
악순환 속에서,
어쩌면 그 쓰레기들은
어느 고고학 발굴 현장인 양,
이역만리 땅속으로 파묻히며
훗날 ‘인류세(人類世)’라고 부를
하나의 지층을 형성하고 있는지도.
그렇다면 이 즈음에서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Permanent error’란 어쩌면,
인류의 문명이 무차별적으로
부주의하게 생산하고 폐기하는
저 셀 수 없는 쓰레기들만이 아니라,
인류의 문명 그 자체를 칭하는 것은 아닐까.
다른 존재들과 나눠 써야 할
지구상의 모든 자원을 독차지하고,
다른 생명체들의 터전을 짓밟고,
심지어 다른 인간들의 건강과 기본권을
침해하는 방식으로 유지되는 문명이라면,
영구적인 오류가 아니라면
과연 무엇일 것인가.
우리의 삶 자체가 오류라면,
어디서부터 바로잡아야 할 것인가.
지금 이 순간 전자기기에서 씌어진,
또 다른 전자기기와 수많은 통신장비와
데이터 센터를 거쳐 당신에게,
당신의 전자기기에 전송될 이 글이,
오류를 바로잡는데 또 과연
어떤 도움이 되겠는가.
오랜만에 피터 휴고의 책을 들여다 보며
이것저것 생각이 많아지지만,
어쩌면 중요한 것은 생각이 아니라 분투,
이 생산-소비-폐기의 쳇바퀴로부터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를 찾아낼
나의, 당신의, 우리 모두의
분투(奮鬪)—
이 글은 그저 해답을 찾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란다면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는지도.
피터 휴고의 프로젝트는 사진책,
Pieter Hugo, ⟨Permanent Error⟩,
Prestel, 2011 으로 발간되었다.
그의 홈페이지에서도 이 가운데
일부를 볼 수 있을 뿐 아니라,
다른 프로젝트들도 관심이 있다면
둘러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