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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희선 Mar 17. 2024

3월 17일

남편 칠순을 이틀 앞둔 날 가족들이 모였다.

큰딸이 가족그림을 그려왔다. 큰손주 그림 스타일로 그려봤단다.

거기에 더해 큰딸도 작은딸도 금일봉 입금확인증을 봉투에 담아왔고, 서방님과 동서 부부는 플래카드와 꽃다발을 가져왔다(금일봉은 미리 받았다). 조금 민망하지만, 그 플래카드를 식당에 붙이고 식사를 했다.


나도 남편 계좌로 금일봉을 입금하고 거기에 더해,

"44년을 넘게 살고서야, 지금에서야 당신이 귀한 걸 알겠네."라고,

남편에게 말했다.

남편이 귀하다는 말 진심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수면 습관, 식성, 영화 취향까지~

패션 감각에서 교육관, 정치 성향까지~

도무지 같은 점이 한개도 없어 함께 지내는 게 쉽지 않았다. 그래서 서로가 서로를 벼리며 각자 사람답게 되었다.

서로 곁을 떠나지 않고, 맞춰왔다. 그렇게 다름에도 남편이 나를 지극히 아꼈다. 언젠가부터 나도 그를 아끼기 시작했고,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그렇다. 살아온 모든 날들이 귀하다. 아깝지 않다.


'과연 혼자가 아니라 함께 살면서 자유로운 삶이 가능할까?' 누군가 묻는다면, 내가 할 수 있는 답은 '그렇지 않다'다.

그럼에도 결코 누려보지는 못해서 알 수 없는 그 '자유로운 삶'보다 함께 살아온 삶이 못하지 않을 것 같다.


구속, 절제, 절망을 경험하고서 얻어진 것이 있다. 그게 뭔지 꼭 집어 말할 수 없지만, 너무나 달라서 얻을 수 있었던 것임에 틀림없다. 만일 여러 면에서 둘이 같았다면, 우리 둘과는 다른 성향의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했을 테고, 그런 이들을 배척하거나 혐오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


우리 둘 사이에서 아이들이 생겼고, 그로 인해 기쁘고 슬프고 아프며 얻은 것들이 있다. 아이들이 데려온 아이들(사위들), 그아이들의 아이들을 얻은 것도 감사하다.


그저 모든 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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