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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진 Sep 23. 2020

함께 글썽여주는 사람

우연히 서로에게 향기를 선물했던 날이었다. 여행을 정말 좋아하는 언니에게 잘 어울리는 인센스 향을 선물하였고, 나는 이솝 룸 스프레이를 받았다. 야경이 멋진 곳에서 연포탕에 소주를 마시며 많이 웃었고, 때론 글썽였다. 오래 산다는 것은 더 많은 헤어짐을 견디는 일이라는 것, 영원히 헤어질 수 없는 헤어짐, 사랑들이 있다는 것, 시간이 흐른 뒤에야 깨닫는 사람, 사랑, 운명에 대해서 말했다. 나는 자주 눈물을 글썽이는 편인데, 같이 글썽여주는 언니가 있어 참 좋았다. 집에 와서는 언니가 만들어준 안주랑 와인을 먹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함께 보았다. 이렇게 건강하고 맛있는 안주를 뚝딱 만드는 언니는, '감사합니다'라는 말보다는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하려고 노력하는 언니는, 작지만 단단하고 강한 에너지를 가진 언니는, 어떤 운명이 주어져도 잘 살아낼 수 있으리란 확신이 들었다. 선물해 준 향기,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남겨준 폴라로이드 사진, 선물과 같은 시간을 함께 해줘서 참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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