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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요, 경찰관 아저씨..  집을 잃어버렸어요!

10살 앤은 7살 동생과 함께 드디어  모험을 시작했다 | 0101

[2020년 8월 1일 토요일 현재 시각 01:08PM]


프로젝트마감까지 8일, 작가신청을 위한 첫번째 글

엇저녁 늦게까지 그림을 그렸고, 아침에 다른 버전을 하나더 그렸다.

네이(네이하나 피커링 : 내 남편)는 정신없이 글과 그림에 빠져있는 나를 보고, 슬슬 장난이 아님을 느끼는 것 같고, 엇저녁부터 혼자서 집안일과 아이들보는 일을 하고 있다.


땡큐, 네이. 이번에 이건, 정말 해야 할 것 같아.

이 프로젝트를 보는 순간부터,

내가 찾던 따뜻하고 밝은 빛이 눈앞에 보이기 시작했거든.

사랑해. 빨리 쓰고 함께 할께.


고마워. 너를 만난 순간부터 난 내 인생이 더 고맙기 시작한 거 같아. 너를 만나기 전까지의 나를 적어보겠어.

우리아이들과 그들의 아이들, 그리고 그들의 아이들에게 자신들이 어디서 왔음을 알려줄꺼야.

우리는, 우리 피커링가문은 끊임없이 꿈을 꾸며,

꿈을 이루기 위해 먼길을 마다 하지 않는 용감하고 재미있는 가족이라는 것을.

그리고 네이, 너가 언젠가 내 글을 다 읽고, 나를 더 알 수 있는 날들이 오기를. 그리고 내가 더 너를 알수있기를.

자. 그럼 시작해 볼까!


까망머리앤, 미시즈 피커링 1 - 꿈꾸는 키큰 소녀

01  동생과 집을 나오기로 결심한 10살의 앤


부모님이 싸우는 소리가 내 동생과 내가 자고 있던 방문 넘어로 들렸고, 두분이 이혼을 하겠다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내일 아빠가 우리를 데리고 나가겠다고 들은 것 같다.

시끄러워서 잠도 오지 않았고, 내일 언제쯤 갈 지도 모르고, 내 물건들을 빠뜨리고 싶지 않았다.

조용히 일어나서 가방에 짐을 싸고 있는 데, 엄마가 문을 열고 들어오다가 나를 보고는 어이가 없어 했다.

나도 맘이 아팠지만, 난 현실을 똑 바로 보며 속으로 말했었다.

'아무튼, 헤어지는 거잖아요. 우리와 같이 안하기로 결정한거잖아요. 내가 당신을 위로까지 해야하는 건가요?'


순서가 뭐 부터인지 모르겠다. 달동네에 있던 친척집에 몇개월 있었던 것 같고, 아빠 친구 집에 좀 있었던 것 같고, 그러다가 새엄마랑 아빠가 살 고 있는 집으로 들어가게 된 것 같다. 순서는. 정확하지 않다.


새엄마는 어쩜 그렇게 전형적인 새엄마 였을까. 지금의 내 나이 38세. 아이셋. 결혼생활 6년차.

조금은 알 것 같기도, 그때의 그 여자의 질투, 화 등등의 감정들을.

하지만 그 때 내 나이는 9살인가 10살 쯤이었다.

힘들었고. 무서웠다.

눈치가 보여서 문열고 화장실도 못 가겠어서 참다못해 옷에 싼 적이 한두번이 아니며, 그래서 더 혼이 났다.

한 겨울에 우리를 씻긴다 치며, 욕조 가득 찬물을 받아두고, 머리를 집어 넣었다. 잊혀지지않는 기억이 되었다.

정말 추웠다, 지금와서 더 맘이 아픈건 내 동생은 더 어렸다는 거. 하지만 내 동생을 챙길 여유가 그땐 없었다.

찬물에 몸과 마음이 얼어버린 것 같았던 그때.

나가야 할 것 같았다. 어차피 이 집에 우리를 향한 사랑은 없었음으로.

가끔 너무 혼내 불쌍하고 미안함 만이 간간히 느껴질뿐.


두분이 이혼하시기 전에는 우리를 사랑해줬는 지도 모르겠다. 기억이 많이 없다.

기억할 것이 없는 건지, 기억을 못하는 건지.. 여튼 내가 가진 기억이 별로 없다.

내가 아이를 키워보니 그래도 6살 이전까지는 엄마랑 같이 있었었는데, 사랑은 없었어도 고생은 많이 했겠다 싶다. 그 정도 세월이면 사랑을 하고 싶지 않아도 마음이 생길 수 밖에 없는 시간.

엄마는 나를 사랑하고 싶지 않았어도 사랑했으리라.

기억은 나지 않아도 그녀는 우리를 사랑했고, 그녀 나름의 최선을 다 했으리라.

나도 아이를 낳았다. 셋이나, 그리고 연년년생으로. 정말 정신이 하나도 없고.

이쁜 순간보다 미운 순간이 차고 넘치지만.

그러면서 나는 이 아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

당연히 사랑했으리라 믿으며,

나도 그녀를 많이 힘들게 했겠지 싶다.


두분다 일을 하셨는지, 어쨌는 지. 내 기억에 속에 나는 항상 홀로 있다. 혼자서 책을 읽거나 비디오게임을 하거나 티비를 방 한 가운데 혼자 앉아서 보고 있는 장면이 가득하다.


내가 선택을 한 것인지, 그 중에서만 선택을 했어야 했는 지 모르겠으나. 나는 좋았다.


조용한 집안은 지루했고,

어린아이였던 내가 걸어 나가기에는

뭔가 복잡하고 위험해 보이는 바깥세상이었으나,


티비에서 볼 수있는 다양한 세상과 수많은 이야기들은

내 머리 속으로 흘러들어와

내 이야기는 어떤 내용일까 나를 궁금하게 했으며,

비디오게임을 할 때에는

계속 다시 도전하고 부딪히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용기있고 자신있는 나를 발견하게 해 주었으며,

누가 사다 놨는지 모를 백명의 위인들?이란 책을 읽고

또 읽으며 세상엔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많으며,

나도 그 다양함 중에 하나임을 알 수 있었다.


혼자 집중해서 뭔가를 배우고 알고 헤쳐나가는 그 기분이

나는 좋았다.


부모들이 버리기 전. 내가 먼저 그들을 버렸다고 해도.

왠지, 말이 될 것 같다.

난 내 머리속에서. 나와 노는 것이 가장 재미가 있었고,

그 때의 나는 그걸로 충분 했었다.

사랑이 뭔지 몰라도.

나는 부족함을 느끼지 못했고, 충분했었다.

나는 괜찮았다.


10살. 나가야 할 때가 된 것 같았다. 사랑을 바랬던 것도 아니었지만, 미움은 싫었다. 그 곳에 있음으로해서 받아야 하는 미움이라면, 그냥 내가 자리를 떠나는 게 쉬워 보였다.


'은미야, 내가 먼저 나가고 널 데리러 올께'

나가서 동네 건물 중 옥상으로 올라 갈 수 있는 곳을 찾아 큰 박스를 하나 찾아와, 박스안에서 하룻밤을 자며, 상상을 했다. 신문돌리기를 하면 되나? 내 나이도 시켜 주겠지? 내 사정을 들으면 일자리를 줄거야. 그래 그럴거야.


걱정과 두려움보다

설레임과 신남으로 범벅이 되어 잠이 들었다.


박스는 꽤 따뜻했지만, 웅크리고 자서 온 몸이 뻐근 했다.

내가 없어진 하룻밤, 내 동생..

우리은미는...어떻게 밤을 보냈을 까?   .....괜찮을까?

그냥 데리고 나와서 생각을 해볼까?


돌아가서 창문으로 동생을 꺼내려다 들켜서

하루만에 집으로 다시 잡혀 들어 왔다.


'은미야, 오늘. 가자'

집 밖에 모아둔 술병들을 근처 슈퍼로 가지고 날랐다. 빈병을 슈퍼로 가지고 가면 얼마안되지만 돈으로 바꿔주던 시절이었다. 술병들이 모이기를 눈여겨 봤고, 날씨가 좋은날 움직였으며, 꽤 많은 동전들을 주머니 속에 넣을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은미와 나 버스를 타고 엄마와 같이 살았던 그 시골 집으로, 엄마를 찾으러 가기에 충분했고 어디로 어떻게 가야할지는 알았다. 버스를 타고 가기만 하면 됐다.

엄마와 살던 집은 비어있었던 것 같고, 집 주인 아주머니인지 우리를 기억하는 아주머니가 우리에게 다시 잘 돌아가보라며 손에 돈을 쥐어주었다. 이번엔 큰 엄마 집으로 향했다. 큰엄마란, 엄마의 언니지. 어디에 사는 지 알고, 어떻게 가는 지 알며, 돈도 있다.

'가자. 은미야.'


몇층인지 모르겠으나 계단을 좀 올라 가야 있던 이모집. 아무도 없는 듯 했다. 문이 잠겨 있었다.

남아있는 돈으로 과자를 좀 사와서 동생이랑 나눠 먹으며 기다렸다. 조용한 복도에서 해바라기씨 쵸코렛을 맛있게 먹고 있는데, 내 맘속이 질문을 해오기 시작했다.

'여기엔 왜 온거지? 엄마는 왜 찾는 거지?'

엄마는 더이상 우리를 보지 않기로 했는데 말이지.

이모집으로 찾아온 것이 첨도 아니었다.

그때 이모는 아빠에게 우리를 돌려 보냈었다.


갑자기 큰 결정을 해야 하는 순간이 왔음이 느껴졌다.

집을 떠날때까지만 해도 내 계획은 아빠가 아닌 다른 내 가족을 찾아 나서는 것이었다.

하지만 지나친 조용함 속에서. 나는 곁에 있는 내 동생 말고는 이제 내 가족은 없음이 뚜렷해짐을 보았다.


'은미야, 일어나. 가자.

 여기말고 다른 곳으로 가자'


시장통을 지나, 복잡함을 지나, 사람들 곁을 지나다 보니

내가 가야 할 곳이 보였다.

'경찰서'


내 눈이 번뜩였다.

뚜렷하게 보일수록 생각도 뚜렷해졌다.

입가에 미소가 번졌고 몸이 뜨거워졌다.

경찰서에서 우리를 보지 못하는 구석으로 가서 은미의 어깨를 꼭 잡으며 말했다.

'우린 길을 잃어 버린 거야. 우린 엄마, 아빠 이름을 몰라. 우리 집이 어딘지 몰라. 물어보면 모르겠다고 해.

알았지? 우린 길.을.잃.어.버.렸.어. 은미야!'

'자. 가자!'


우린 두 손을 꼭 잡았고 설레이는 맘으로 삐져나오는 미소를 숨겨가며 억지로 슬픈 표정을 얼굴에 힘들게 올리고 직진했다. 우리는 집을 잃어버리고 싶었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었다.

우린, 적어도 혼자가 아니었다.


'저기요, 경찰관 아저씨.. 집을.. 잃어버렸어요!'


내가 꿈꾸던 내 인생, 내 모험은

병을 돈으로 바꿀 때 부터 이미 시작되었던 것이다.


[2020년 8월 1일 토요일 현재 시각 03:25PM]


더 잘 쓸 수도 있겠지만,

더 잘 고쳐쓰는 건 나중에도 할 수 있는 일이며,

우선 작가신청을 해야 하니 첫 글을 이렇게 마무리 짓는다.

토요일. 아주 많이 쉬고 싶은 오늘.

어깨가 부서질 것같은 지금. 행복하다 그리고 재미있다.

이렇게 제출하고 가족들 곁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

글을 쓰는 2시간 동안, 내 주변에서 알짱 거리는 내 아이들, 그리고 내 남편. 항상 고맙고 미안하다.


제 소중한 2시간. 여러분들을 만나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가족이 없다고, 사랑이 없다고, 용기가 없다고 생각하고 자신만의 모험을 시작할 에너지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친구들이 제 글을 읽고 힘을 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을 가져갔으면 좋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당신은 혼자이기에 더 할 수 있는 일들이 많으며, 더 많은 것들을 할 수 있음을 모르고 있습니다.

10살의 까망머리앤도 시작했습니다.

자신이 정하는 인생의 항로!

자신과 함께 하는 본인을 잊지 말 것!

자신과 함께 하는 본인을 사랑 할 것!

자신과 함께 하는 본인의 용기를 봐 줄 것!


당신의 배는 아주 잘 항해하고 있답니다.

당신이 가고 싶은 곳으로,

당신이 가고 싶은 속도로.

정말 잘 하고 있는 당신이 멋집니다!


그럼 우리.

까망머리 미래소녀 앤이 다시 접속하는 그 시간까지 뿅!


[2020년 8월 3일 월요일 현재 시각 12:56AM]


새엄마랑 같은집에 살때

저녁이면 일찍 잠자리에 들게 했고, 불을 끄고 나가버리면,

그냥 불을 다시 키기가 뭐했다.

방안에 있는 책들은 아직도 위인전 뿐.

그래도 다시 읽고 또 읽었다.

다시 읽을때마다 놓친 것들이 보였고 다르게 재밌었다.

이때 나는 창문에 바짝붙어 달빛으로 책을 읽었다.

난 그때 평온했다.

책장을 넘길때마다 수련이었고 꽤 할만했다.

조용히. 나는 그렇게 밤마다 조용히 내 시간을 가졌다.

두번다시 그런 나를 본 적이 없다. 달빛에 책을? 내가?

꽤 아름다운 밤들도 많이 보냈던 앤이다.


Hyunmi Pickering Mojipop

#글 #그림 #드로잉 #여행 #따뜻한글 좀 할 줄 아는 여자

#모험 #어드벤처 #한국 #여자 #인생 #사랑 #유튜버 #크리에이터 #아티스트 일것 같은 여자

#나그네 #주모 둘 다 되는 여자

#2020 #아일랜더 여자

#바다 곁을 못 떠나는 여자

#쉐어메이트 타블렛을 빌려서 사용하고 있는데, 곧 꿈꾸던 surface pro 로 작업하는 그날이 오기를


출판을 위한 삽화는 훨씬 더 많이 그릴 수 있답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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