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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뭐야?' '강.현.미'

같이 커간다는 것이 무엇인지 보여준 단체생활 | 0103

[2020년 8월 18일 화요일 오후 1시 42분]

원래도 아이디어가 뿜뿜 쏟는 나인데, 글을 쓰기 시작한 후, 정말 장난이 아닌 것 같다. 글쓰기는 정말 생각을 정리하는 것에도, 생각을 발전시키는 것에도 엄청난 힘을 주는 것 같다. 정식으로 맘을 먹고 긴 글을 쓰기 시작한 지 고작 한 달 정도밖에 안된 것 같은 데, 그동안 더 많은 생각들이 오고 갔고, 내가 오랫동안 상상만 해왔던 것들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가 보인다. 과연 우리는 올해 2020년 12월이 끝나기 전에, 다 같이 인사를 할 수 있을 까. 오묘하게 실룩거리는 내 입술 양쪽 끝은 이미 답을 아는 듯하다.


나는 말했고, 그들은 들었다.

왠지 모르게 그들의 입술 끝도 교묘하게 실룩거렸던 것 같다. 모두가 뜨거워지기 시작한다.


까망머리앤, 미시즈피커링 1-꿈꾸는 키큰  소녀

03 동네에서 가장 큰 가족과 함께 살기 시작한 앤


커다란 운동장이 두 개나 있고,

도서관과 목욕탕이 따로 건물이 있고,

대나무 숲이 빽빽하고, 갖가지 과일나무가 있던,

동네에서 가장 큰 집. 내가 자란 곳.


에덴동산


내 색깔을 더 선명히 할 수 있었던 이곳으로,

나와 내 동생은 왔다.


간단한 서류 작업을 마치는 동안 사무실이라고 불리는 곳에 동생이랑 두리번거리며 앉아있다가, 우리가 지내게 될 방을 소개받았고, 다른 친구들은 학교에서 아직 안 왔으니 둘러보고 있으라 해서 그러기 시작했다.


모두가 학교에 가버려 텅 비어있는 큰 방들, 그래도 햇볕이 쏟아져 들어와. 보기에도, 느끼기에도 따뜻했기에 이때의 장면이 기억에 남아있다. 정리가 된 듯하면서도, 뭔가 제각각 많은 것들이 들어차 있는 방들.


책과 만화책들, 가위와 풀들, 학 모양으로 접어진 다양한 종이들, 세로로 빈틈 사이에 끼워 넣어둔 몇 개의 훌라후프들, 구석에 엉켜있는 줄넘기들, 커다란 통에 가득들은 알록달록 공깃돌들..


꽉 끼어 잘 안 열리는 옷장문을 두 손으로 힘껏 잡아당겼더니, 포근한 먼지가 따뜻한 공기 중으로 밀려 날아가며 열렸다. 방마다 한쪽은 이불과 베개를 쌓아 넣어 정리를 하고, 한쪽은 한방 사는 친구들 모두가 옷을 같이 입는 듯한 정말 많은 옷들이 납작하게 잘 접혀, 그 공간을 꽉 채울 만큼 쌓여들 있었다.


확실히 아동일시보호소보다는 좀 큰 친구들이 사는 듯함을 보여주는 물건들.

같이 살게 될 친구들은.. 어떤 아이들일까.

설레이면서도 조금은 경계해야 할 것 같은 분위기.


둘러보는 것도 잠시, 난 읽어보지 않은 처음 보는 책들에 이미 정신이 팔렸다. 읽어보고 싶은 책들을 꺼내와 햇볕이 잘 드는 곳에 쌓기 시작했다. 지겹도록 읽었던 위인전들이 아닌 다른 많은 책들.


오예.

정말 신났었다.


깔끔한 낮 볕에서 따스한 오후 볕으로 바뀌어 갈 때쯤.

아이들이 몰려왔다.

가방을 내려두며 시선이 고정됨을 참을 수가 없는 아이들.

궁금한 아이들.

뭔가 서로 먼저 시작하기 어려운 기운이 바닥부터 천장까지 꽉 찬 이방에서,

이 새 가족과 새 삶이 시작되었다.


그들에게도 내게도 시작되는 것이다. 같이 사는 삶이.

그냥 그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언제나


'이름이 뭐야?' '강현미'

'몇 살이야?' '10살'

'둘이 자매야?' '응'

......

'그거.. 다 읽는 거야?

"응"


땡! 땡! 땡!

'아싸~ 밥 먹으러 가자' 한 명이 방 밖으로 뛰어나가기 시작했고, 그들이 움직이는 쪽으로 나도 향했다.

건물 뒤쪽을 향한 여학생 방 입구 계단을 내려와 오른쪽 놀이터를 가로질러도, 왼쪽 사무실 쪽으로 돌아가도 나오던 식당.


항상 오후 5시면 종이 울렸다. 진짜 종이.. 6시 인가? 암튼

소리가 진짜 크다. 그냥 땡땡땡이 아니다. 진짜 종은, 땡 소리가 공기를 찢으면서 나와서 근처에 있으면 머리까지 울린다. 준비가 끝나면 밖에 놀고 있던 아이들에게 소리치는 식당이모님.

'종철아- 종 쳐라-'

식당이모는 종철이 오빠를 그리 찾았었지.


이 진짜 종이 저녁 식사 시간을 알렸다.


처음 들어선 식당. 식당도 건물이 따로였다. 여기선 남자애들도 보였다. 자연스럽게 줄을 섰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살짝이 빼내어 훑어보니 저 앞에서 식판과 수저, 젓가락을 챙기면 되는 것 같고, 왼쪽 앞을 보니 내 차례가 되면 국이 담긴 그릇이 내 식판 오른쪽 밑 칸에 놓이고, 왼쪽 밑엔 밥, 위에 작은 세 칸에는 3가지 다른 반찬들이 담기는 것 같았다.


식당을 가득 채운 맛있는 냄새와 처음 보는 많은 아이들.

이만한 공간에 이토록 음식 냄새가 가득 찬 적이 있었던 가?

너무 맛있어 보였다. 침이 고였다.

게다가 많이 먹어도 되는 듯 보였다.

한참 줄을 서서 기다려도 좋았다.

오늘 저녁 안에 눈앞에 보이는 저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면야.


자꾸만 보이는 것에. 냄새에. 상상에. 정신줄을 놓았다.

하지만 정신이 계속 차려지는 것은 첨 뵙는 친구님들 덕.

왠지 넘 릴랙스 하게 있는 것보단 각 잡고 있어 주면 다들 편할 것 같은 분위기.

주변도 살펴야겠고, 밥도 먹어야겠고.

정신없던 첫 식사시간.


커다란 은색 5구 식판이 이날 나를 가장 반겨주었던 것 같다.

지금이나 이때나 배부름은 날 쉽게 행복하게 만든다.


텃세가 있을 법도 한데, 책을 쌓아두고 구석에서 조용히 읽기만 하는 나는 아무도 건드리지 않았다. 손에 든 책은 언제나 멋진 방패이다. 다른 걸 하면 간섭을 해도, 책을 읽는 사람에게는 따뜻한 시선을 준다. 그게 가장 재밌어서 하던 것이 었지만, 책 좀 들고 있어 보니 책을 든 손은, 힘이. 있더라.


이리 뒹굴, 저리 뒹굴. 많은 시간 읽고 또 읽었다. 도서관엔 책이 넘쳤고, 티비는 정해진 시간에 언니들 사이에 눈치껏 끼여서 봐야 했는데, 티비도 재밌지만 뒹굴거리며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좋았다. 그러다가 친구들이 자고 하면, 무엇을 할 건지. 무엇을 하고 있는 지를 물어보고 들고 있던 책 보다, 지금 읽고 있는 기분보다 더 좋은 기분이 생길 것 같다면 콜 했다. 좀 조르면 대부분 콜 하기도 했다. 놀기도 잘 놀았다. 빠르고 잘 뛰어다녔다. 몸을 쓰는 게임에 데려가면 이득이 되는 친구였다. 항상 같이 놀진 않아도 놀 땐 심장을 터뜨릴 기세로 놀았다. 그런 나를, 많은 친구들이 경계를 하지 않았다. 나를 좋아하지 않을 순 있어도, 경계를 하지 않았다. 책을 읽고, 무엇인가를 배우고 있는 모습은 경계할 대상이 아니다. 무엇이 그렇게 재미있을 까 궁금하게는 할 것 같다. 나는 이렇게 손에 든 책과 함께, 배경이 되어 내 자리를 지키는 법을 알아가게 되었다. 주인공이지 않아도 괜찮았다. 책을 읽는 데 방해만 안 했으면 좋겠다가 컸다. 도서관에 꽉꽉 차서 썩어가기 시작하는 그 많은 책들을 다  읽으려면 난 계속 읽어야 했다.


다 읽으면, 뭘 좀 알 수 있을까?

혼자서 잘 살아가는 방법이 나와 있을까?

다들 대단하다. 난 뭘 하지?

내가 잘하는 것이 있긴 할까?

난 뭘 좋아하는 걸까?

어떻게 살고 싶은 것일까?

...


10년 뒤에 이 곳에서 나가야 할 때,

나는 뭘 좀 알아야 할 텐데..


읽으면 읽을수록, 궁금함은 더 생겼고,

답은 안 보이고, 질문만 늘었다.


읽은 만큼 알게 된다

함께 살아가는 방법이 나와 있다

나도 대단하고, 너도 대단하다. 우리 할 거 많다

나 잘하는 거 엄청 많다

좋아하는 것도 엄청 많다

사랑과 이야기를 나누며 살고 싶다


10년 뒤 그곳을 나왔을 때,

아는 것보다 가슴이 끌리 것을 따랐다

그리고 그 마음이 더 안다고 보면 된다


새로운 것을 보면, 당연히 흥미로운 점들이 많다

정답은 없고, 질문이 느는 것은 좋은 것이다.


은미와 멀어졌다. 우리는 서로 다른 방으로 배정되었었다. 그나마 있는 한 명의 가족이 같이 있음에도 서로를 보지 않고 지냈다. 은미는 은미 친구와, 난 내 친구와 놀기 바빴다. 중고등학생이 되어서야 맘을 고쳐먹고 동생에게 다가갔다. 하나 있는 가족을 놓치고 싶지 않았다.

우린 이미. 밥 잘 먹고, 잘 자고, 친구들과 잘 놀고. 서로 위로가 필요 없을 정도로 잘 지냈다. 서로 알았다. 지나칠 때마다 잠깐씩 마주쳤던 눈빛에서 말하지 않아도 서로 알았다.

우리는 지금도 말보다 가슴으로 서로를 안다.


어린 나는 어린 동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지만,

중고등학생이 된 나는, 이젠 대화를 할 수 있는 내 동생이 좋았다. 내가 놓친 만큼 더 잘해 주고 싶었다.

내가 책을 읽으면서 나를 키울 때,

은미는 혼자서 자라 있었다. 그것도 훌쩍.


놓친 만큼 잘하고 싶은데, 낯선 사람처럼 자라 버린 동생에 익숙해지는 데에 시간을 많이 보내야 했다. 은미에게 나도 그랬을 까. 먼저 뉴질랜드에 와서 4년을, 혼자서 이 악물고 버틴 은미를 마주하고 난 또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내가 키울 수 없는 이 영혼은 혼자 크느라 참 많이 단단했다.


난 내가 고아원에서 부모 없이 자라서 지금 내 아이들에게 더 애정을 쏟는 다라기보다,

우리 은미를 더 안아 주지 못한 거 같아서, 미안하고.

다시 온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맘이 클 수도.


"은미야. 언니가 많이 많이 사랑해.

너도 이제 곧 두 아이의 엄마가 되는구나.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서 받은 사랑만큼,

너도, 아니 더 많이. 받을 거라 믿는 다.

서로를 키워주진 않았지만,

같이 큰다는 게 무엇인지 아는 우리.

비록, 가까이는 지내지 않지만 각자의 자리에서

우리만의 방식으로 다 같이 커나가자!

이 책이 나오면 꼭 주고 싶구나, 번역해서 블레어에게도"


혼자 방에서 책을 보던 것보다 집중이 안되고 시끄러웠다.

조용함도 좋아했지만, 시끄러움도 나쁘지 않았다.

아무도 없어서 혼자 있던 것보다. 다 같이 있는 데 혼자만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맘에 들었다.


귀찮지만 자꾸만 다가오는 동생들이 좋았고, 밖에서 많이 모여서 놀 때 같이 나가자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따뜻했고, 실력이 되지 않아도 일단 끼워주고 연습할 기회를 주는 문화가 좋았고, 초딩부터 고딩까지 함께 지내서, 언니들을 보며 1년 후, 5년 후 나의 모습들을 상상해 볼 기회가 많았고, 남자아이들과 놀면서 힘과 스피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었고, 따르는 동생들을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싶어. 내 방식대로 리드를 하며 도와도 줘 봤고, 동갑내기 친구들과 다투기도 해 봤고, 결국엔 서로 사과하고, 같이 울며 드라마도 많이 찍었고, 방학마다 큰 이벤트들이 있어. 방마다 장기자랑도 준비하고, 불타는 휴지가 긴 쇠 줄을 타고 날라와서 장작에 불을 붙이며 시작되던 여름날의 캠프파이어. 장기자랑에서 이긴 방은 과자가 잔뜩들은 커다란 박스를 가져갈 수 있었다.  박스 일 때도 있었다. 우리는 치열하게 준비했었다. 내가 센터였던 적도 있다. 박진영의 '엘리베이터안에서'를 췄고, 키가 큰 나는 후디 같은 걸 뒤집어쓰고 박진영을 맡았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그룹은 룰라, 곡명은 '날개 잃은 천사'. 내가 이상민이 었나? 암튼 네 명 중에 한 명을 맡았고 그 해 여름 행사도 많아서 정말 많은 곳에서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하도 찰싹거려 잘 나가던 지현언니만큼 멍을 달고 지냈던 때가 생각난다. 그래도 좋았다. 유행의 중심에 있는 듯한 느낌. 너무나 떨리지만 멍이 든 곳을 치고 또 치지만 즐거웠다.


시대의 한 흐름에 끼여 같이 흘러가는 나를,

수 있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커가는 것이,

던 것이

맘에 든다.

그리고 감사하다.


결혼을 하고 가족이란 단위로 또 다른 삶을 시작해보니,

애가 셋임에도, 그렇게 시끄러워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보였다.

깜짝 놀랐다. 진심.. 저 많은 다른 가족들은 이렇게 살아왔단 말인가..? 몇 되지 않는 식구끼리.. 만..?


쇠로 만들어진 밖과 안이 다 보이는 커다란 정문을 지나,

기다란 사각 건물을 지나, 계단을 올라가야 있던 내방.


내가 시작한 곳은 구 건물.

지금은 위쪽에 새로 지어진 건물로 모두 옮겨서,

이젠 없어졌을지도 모를 그 건물.


기다란 사각 2층 건물. 왼쪽 끝, 툭 튀어나온 곳은 사무실.

사무실 밖, 뒤쪽에서 올라가는 계단은 여학생 방으로 가는 계단.

사무실 위쪽은 여학생 방에 들어갈 수 있는 사람이면 이용 가능한 넓은 발코니.

오른쪽 1층 입구는 남학생방 입구.


건물 뒤쪽엔 안 쓰는 듯한 작은 건물과 무화과와 석류나무들.

건물 앞쪽엔 커다란 운동장과 1층엔 목욕탕, 2층엔 도서관이 있는 작은 건물이 왼쪽, 오른쪽엔 상당히 빽빽해서 해가 지면 바로 앞줄에 살짝 숨어도 잘 보이지 않던, 작지 않은 대나무 숲. 대나무 숲 옆 식당 건물. 식당 뒤로는 감나무들.


가장 좋아했던 곳은 볕 잘 들고, 운동장과 숲이 훤히 보이는 의자들도 놓여있던 2층 발코니.

갈 때마다 조금씩 좋아지는 목욕탕.

키 좀 주세요. 도서관.

나 잡아봐라. 운동장.

종은 언제 울리나. 식당.

저녁 7시 반인가 8시쯤이면 스피커에서 들리던 소리.

'아 아 각방 대표는 와서 간식 가져가세요~'

이어지는 우리들의 함성.

'예~~~~~~~~'

그렇게 신나게 달려 내려가던 사무실.


동네에서 가장 큰 집. 이 집이 내 집이었다.

수십 명가족과, 궁궐 같은 집에서 자랐다.



작은 방에서 혼자 티비를 바라보고 있던 내 모습의 기억은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게 되었다.

재잘거리고, 웃음이 빵 터져서 다 같이 배를 잡고 쓰러지고, 지지고 볶고, 숨고, 찾고, 뛰어다니고, 조르고, 달래고, 겨루고, 지고, 이기고, 연습하고, 선보이고, 혼나고, 혼내고, 용서하고, 사과하고, 같이 보고, 같이 먹고, 같이 자고.


내 기억은 혼자 일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받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을 10년에 걸쳐 받은 것 같다.


나는 이 선물을 어떻게든,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과 나누고 싶은 사람으로 성장했다.

특히, 아이가 있는 가정과 그 부모들에게 선물하고 싶다.


많지 않은 식구수가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부모 둘이서 해보겠다고 용쓰는 우리 세대. 힘내라고 하고 싶지 않다. 힘 그만 내고, 편안하게. 놀아주지 말고, 그냥 같이 놀으라고.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 같이 살아갈 친구라 생각하면 편할 것 같다.


제는 같이 살지 않는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같이 살면 자주 봤을 그들의 수많은 친구. 지금의 작은 가족들은 그들의 빈 공간을 우리끼리 채워보려고 하는 것 같다. 뭔가 부족하고 자연스럽지 않은 것 같다.


덩그러니 우리 가족 다섯만 살아보니. 뭔가 말이 안 되더라. 그래서 난 지금의 쉐어메이트들과 같이 사는 삶을 시작했다.

지켜야 될 것 같았던 프라이버시보다 그들에게, 우리에게, 아이들에게 내가 봤던 세상을 보여주고 싶었다.

불편함 속에 피어나는 따뜻함을 공유하고 싶었다.


우리가 함께 있는 곳이 에덴이었으면 한다.


몇 달 전, 창밖을 물끄러미 바라만 보던 나보다,

조사장과 재잘거리는 지금의 내가 좋고.

묵묵히 혼자서 할 일을 했던 네이보다,

자기가 만든 막걸리를 녕이와 나누어 마시는 네이가 좋고.

우리들만 바라봤던 우리 아이들이, 그들 사이사이에 끼여서 서로 교감하며 함께 성장하는 것도 좋고.

뉴질랜드에 오자마자 락다운이 시작되어 시티 한복판 아파트에서 답답하고 고독한 시간을 보냈던 조사장이,

같이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요리를 하고, 타카푸나비치를 산책을 하고, 앞마당에 나와 햇볕을 즐기는 모습이 좋고.

일주일만 살려다가 락다운이 시작돼서 우리 집에 갇혀버린 녕이,

간 자유만 공략하더니, 결국 자유가 두 팔 벌려 뛰어가 안기는 형이 된 모습이 좋고.

밤늦게 일하다가 미끄러져서 팔에 크게 화상을 당해 한동안 아파서 고생하고, 덕분에 좀 서러웠던 명이가,

우리 집에 들어오고, 사준 코코넛 오일을 바르고 나아지는 것이 보이고, 근무시간이 비슷하여 녕이를 태우고 같이 출퇴근을 하고, 둘 다 밤늦게 일 마치고 조용히 혼자 들어가던 집들이, 마치고 같이 들어오는 집으로 변한 모습이 좋다.


이 모든 것들이 내가 글을 쓰게 만든 것들이며,

이 글로 나누고 싶게 만든 것들이다.

사랑은 나누면 나눌수록 커진다. 더 나누고 싶다.

시간을 나누면 이야기가 늘어간다. 너무 좋다.


'이름이 뭐야?' '녕이요' '조사장이요' '명이요'

'몇 살이야?' '스물아홉이요' '스물일곱이요''스물셋이요'

'워홀이야?' '네'  '네'  '아니요, 워크비자요'

...

'어때.. 우리 집에 들어올래?'

'네-'


이들에게도 내게도 시작되는 것이다. 같이 사는 삶이.

그냥 이렇게 시작되는 것이다. 언제나


같이 살면 같이 큰다


이들에게도 내게도 시작되는 것이다.같이 사는 삶이



가지고 있던 사진들을 좀 공유해 볼까 한다.

그림 다 그리고 나서 찾아본 건데, 글 읽고 보면 재밌을 듯.

도착한 날 사무실앞에서 찍었던 사진 - 그냥 그렸던 그림인데 진짜 줄무늬에 빨간색이다. 깜놀.게다가 월드스타란다ㅋ. 소오름 ㅋㅋㅋ
좀 큰후에 찍힌듯한 은미와 도착한 날 찍은 사진. 날짜를 보니 92년 10월 2일이다. 나이를 따져보니 앞에 글과 그림속의 나이가 틀렸길래.      수정했다.ㅋ
정문에서 사무실까지 이어지는 길이 새로 포장되던 날
매년 포스코에서 후원의 날이 있었던 것 같다. 이 사진을 보니 구건물에 강당도 있었던거 같은 데..기억이..ㅋ 1993.12.23
몇살인지 모르겠지만 시간이 지난후의 나와 현재 내 첫째딸 아로하와 나
막내자유와 나 그리고 첫째 시고니와 은미 - 웰링턴에 얼굴보러 갔을 때, 오클랜드로 돌아가는 비행기 타기전 식사
은미네 사진과 나랑 은미가 웰링턴에서 같이 장사했을때 사진, 우린 어쩌다 보니 둘다 남편이, 외국인이다ㅋ

[23082020 SUN 12:32 AM]

맞춤법 검사가 자꾸 오류 나서 안돼서 그냥 우선 올리고 담에 다시 해 볼게요ㅋ 이쁘게 봐주세요

뉴질랜드가 다시 락다운에 들어가서 애셋이 다시 저랑 하루 종일 같이 있어서 글이 좀 늦네요. 워이~ 코비드.. 제발.. 가라

다들 햇볕을 놓치지 말고 목마를 때까지 두지 말고 걸을 수 있을 때 무조건 걷기. 행복해요 우리. 아프지 말고.


더 많은 사진은 인스타에. 윙크


인스타 @hyunmipickering
브런치 @hyunmipicke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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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미시즈 피커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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