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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해

by 안나

이냐시오! 잘 지냈니?

이번주엔 우크라이나에 전쟁이 일어났다. 기가 막힌 일이지!

요즘 같은 때에 전쟁이라니 도무지 이해하기가 힘들구나. 전쟁이라는 단어가 사실 TV나 어른들로 부터 들었던 진부한 이야기였는데, 이웃 나라에 전쟁이 일어났다는 게 참 혼란스럽다.

이번 주 수요일은 재의 수요일이기에 미사에 갈 것인데, 프란치스코 교황이 말씀 하신 것 처럼 이번 주 수요일저녁은 금식과 기도로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하려고 한다. 개신교에 다니는 친구들에게도 다 같이 기도 해 주자고 부탁했다. 너도 하늘나라에서 그들을 위해 꼭 기도 해 주렴.

111311406.1.jpg 전쟁은 참 잔혹하다. 출처: 동아일보

푸틴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해졌다.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의 삶이 어떻게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는지도 무척 궁금했다. 인터넷을 검색하며 몇몇 그를 알 수 있는 자료들을 찾을 수 있었지만, 직접 만나본 사람이 아니기에 쉽게 수긍하기는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전쟁만은 멈추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치인은 시민이 뽑지만, 최악의 경우 시민은 언제나 약자이고 정치인은 권력자가 된다. 아무리 좋은 일을 해도, 마지막에 화내고 소리지르고 역정을 내면 이제까지 내가 했던 모든 일이 무산이 된다. 푸틴도 마찬가지다. 어떤 좋은 일을 했다고 하더라도, 전쟁을 일으킨 한 모든 일이 무산이 되는 것이다.

84071331.1.jpg 비교를 하면 결국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된다. 출처: 동아일보

오늘도 다양한 사람들을 다양한 장소에서 만났다. 늘 그렇듯 대부분의 주제가 비교이다. 가만히 듣다 보면, 어떤 이들은 돈을 이야기 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돈에 빗대어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를 하고 있고, 어떤 이들은 다른 이들의 자녀와 자신의 자녀를 자신의 인생에 연결하여 비교하고 있다. 비교는 그 자체만으로 나쁜 것은 아니다. 비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은 어떤 점에서 성장의 가능성을 주는 요인이 될 수도 있다.그러나, 비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 목적이 되는 순간, 나의 인생이 가장 보잘 것 없는 인생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오늘 만난 사람은 내가 최근에 만난 사람 중에서도 참 멋지게 인생을 사는 사람이였다. 그녀에게도 여러가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것을 잘 극복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진짜 행복을 추구하며 사는 사람이였다.

998D8E505E7C0B2305 십자가는 언제나 버겁다 출처:매일묵상

우리 모두에게는 십자가가 있다. 내게도 그 십자가가 있다. 세월이 흐르며 그 십자가가 이제는 짊어질 만 해졌다. 아마, 오늘 내게 많은 이야기를 해 주었던 그 사람도 이제는 그 십자가가 짊어질 만 한 것 같다. 우리가 강해져서가 아니라, 짊어져도 큰 일 나는 것도 아니고 짊어지는 것에도 끝이 있다는 확신이 보장되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 해 본다. 가끔은 아마 뒤에서 살짝 들어주시는 누군가가 계신 것 같다. 부처님을 믿는 사람들이라면, 부처님께서 도움을 주실 것이고 그리스도교 형제들이라면 예수님께서... 뭐 그렇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힘이 너무 들 땐, 정말 그 십자가를 뒤에서 같이 들어주고 계신지 의문이 생긴다. 그러나 상태가 좀 괜찮아 지면 십자가의 크기와 포스만 보고 지레 겁을 먹어 생난리를 쳤을 때가 더 많았던 것을 보게 된다.


x9788925403748.jpg 에릭슨의 인간이해, 박아청 교수, 출처: 교보문고


어제 에릭슨의 인간이해라는 책을 읽다가 많이 멈추어 서고 줄을 긋고, 돌이켜 보고 혼자만의 시간을 만끽 해 보았다. 모든 인간과의 관계는 다 의미가 있는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든 장점만 있을 수도 없으며, 단점이 나쁜점이 아니라는 것 정도는 책을 통해 많이 배운다. 에릭슨이 이야기 한 대로, 나도 나의 모라토리움의 시간을 사랑하려고 한다. 그 시간이 막연하고, 답답하고 숨쉬기 어려웠는데 지금 생각 해 보니 그 시간 만큼 내가 성장하는 발판을 주었던 시간이 없었던 것 같다. 에릭슨 덕분에, 나의 부정적인 요소 긍정적인 요소 모두 잘 받아드리고 있는 중이고,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도 확장 되어간다. 사람을 좋은 사람, 나쁜 사람 두 종류로만 보았던 내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thumb-1dfd3aad695495d0c4726fc6e7d03335_1493791652_0424_600x600.jpg 재의 수요일, 출처: 바오로딸

미사에 다녀왔다. 너에게 쓰는 일기를 잠시 저장해 두었다가, 미사가 끝난 다음날인 오늘 조용히 책상에 앉아 다시 너에게 편지를 쓴다. 직장에서 가까운 성당에 다녀왔다. 모르는 사람으로 둘러 쌓인 공간에서, 오히려 안정감이 느껴졌다. 가끔은 나를 아는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게 힘들 때도 있기 때문이다. 미사가 시작되자 해설자께서 오늘이 재의 수요일이라는 것과, "사람아, 너는 먼지이니, 먼지로 돌아갈 것을 생각하여라"라는 재의 예식 말씀 한마디에 숨이 멎었다. 그리고 "저희가 모르고 죄를 지었을지라도 뉘우치며 살고자 하오니, 갑자기 죽음을 맞지 않게 하시고, 회개할 시간을 주소서."라는 말을 듣는 순간, 주저 앉아 울고 싶어졌다.


내 인생은 단 한번이고, 단 하나이다. 이냐시오 네가 항암을 받을 때, 내게 그랬었지. "행복하게 살걸! 누나, 정말 행복하게 살아야해" 라고... 너의 목소리가 갑자기 미사의 시작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네가 그리워서 울었고, 늘 더 나은 삶을 찾느라 주어진 삶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은 내 모습을 보니 안스럽고 서글퍼서 울고 싶었다. 그래. 나도 먼지로 돌아간다. 그러니 잘 살자.


오늘 미사 때 강론의 내용은 양심성찰에 관한 것이였다. 양심성찰을 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것이 바로 절제하고, 금육하고, 단식하는 행위라고 신부님께서 이야기 하셨다. 그리고 인간의 본연성에 대해 잠시 설명하시며, 늘 우리가 자신을 성찰하고 돌아봐야 한다고, 그리고 무엇 보다도 사람을 사랑해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 하셨다. 내 인생이 단 한번이라고 생각했을 때, 그렇다면 가장 소중하고 추억에 남는일이 무엇이냐고 물어본다면 아마 다른 사람과 행복하고 사랑하며 살았을 때가 아닌가 싶다. 너무 늦게 알아, 너와 소중한 시간을 못 보냈지만 너를 통해 남은 날들은 언제나 행복과 사랑을 항하며 살고 싶다.

rqh08pp142.jpg 이성과 감성, 출처: 펭귄북스

시간이 날 때마다 요즘 제인 오스틴의 책의 책을 다시 읽고 또 읽는다. 읽을 수록, 제인 오스틴에 대한 놀라움이 가득하다. 자신의 형제들을 묘사하는 그녀는, 아마 심리학 교재를 통독이나 한 듯, 분별력있고, 이성과 감성을 분리할 줄 아는 대단한 작가였음이 틀림없다고 생각이 든다. 어릴 적엔 몰랐는데, 시간이 흐를 수록 고전의 깊이는 이루 말 할 수가 없다. 책장에 제인 오스틴의 칸이 가득하다. 그녀의 책만 봐도 기분이 좋다. 그리고 그녀가 이야기 하는 모든 말이, 내 인생에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쳤는지도, 그리고 그녀가 나의 스승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에 알게된 브런치 작가(?)들이 생겼다. 브런치를 아직도 어떻게 하는지 몰라서 헤매고 있는 나는 얼마나 이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고, 다양하게 생각하며, 멋진 사람들이 있는지에 대해 놀라곤 한다. 세상엔 미친 사람이 반이라고 이야기 했던 나의 과거는 잊어주기 바란다. 세상엔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참 배울 점이 많고, 훌륭한 점이 많은 사람들이 더 많다. 그것을 브런치라는 글쓰기를 통해 이제야 알게 된 것이다. 사는 모습, 생각하는 모습은 모두 다르지만 그래서 더 즐겁고 재미있다. 그리고 듣는 것 보다 말 하는 것을 더 잘하는 참~잘난 내게 다른 이들의 이야기들을 천천히 읽어 내려가면서, 그들의 생각을 읽고 듣는 연습을 하는 또 다른 좋은 수단이 되기도 하였다. 나의 단점은 듣는 것에 대한 인내심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누나는 다시 또 논문을 써야겠다. 쓰기 전에, 좀 읽어봐야 할 책들이 있는데 사실 너무 어렵고 지겹고 힘이 드는구나. 그래도, 어렵고 힘든 사람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연습을 하 듯, 지겨워 하지 않고 한번 마음을 가다듬고 천천히 읽어 봐야겠다. 이야기를 끝까지 못 듣는 것은, 결국 내 단점이 드러나는 것이겠지?


하늘나라에서 아는 분들이 있다면 함께 우크라이나 사람들을 위해서 기도해주렴.

나를 위해 기도해주는 이가 있다는 것은 참 복되고 행복한 일이다. 누나도 한번도 만나보지는 못 했지만, 틈 나는 대로 그들을 위해 기도한다. 가끔 브런치를 읽으며 안스러운 마음이 드는 사람들이 있으면, 글을 보며 짧게라도 기도한다. 어제 완전한 금식은 실패했다. 결국 바나나 우유와 김부각을 단짠으로 먹어버렸기 때문이다. 간식이니 하느님께서 웃으실 것이다. 내가 행복해야 다른 사람도 행복하고, 다른 사람도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것이다. 힘들고 지치는 상황이 오더라도 일단 행복하게 살자.


보고싶구나.

누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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