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어린이도서관만들기 기록 19.
2007년 6월 12일(화)
어린이문하가에 말걸기 아동문학평론가 김상욱과 작가 이현 강연회/ 두 번째 주민욕구조사 발표
<구름빵>
‘고양이 형제가 아침에 일어나 나뭇가지에 걸린 구름 한 조각을 엄마에게 가져다주었다. 엄마는 구름에 물과 이스트를 넣어 빵을 굽는다...'
멀티동화 <구름빵>을 보는 순간, 맛있게 구워질 구름빵이 먹고 싶어 군침이 돈다.
모퉁이어린이도서관장 박미라씨
강연장에는 반디들과 어린이도서관에서 활동하는 봉사자들이 모였다.
강연회가 시작되기 전, 계룡문고에서 마련한 책읽어주기는 ‘아기코끼리의 걸음마' 연주곡을 배경으로 국내 창작그림책 <구름빵>이 소개되었다. 책 속의 그림을 영상으로 보니 책이 새롭게 탄생되는 것 같다.
‘창비'에서 후원하고 계룡문고와 대전마을어린이도서관협의회가 함께 한 강연회는 ‘모퉁이 어린이도서관' 박미라 관장이 사회를 맡았다. 박미라 씨는 ‘좋은 마을이란 어린이도서관이 있느냐 없느냐에 나눠진다' 는 말로 인사를 하면서 어린이도서관 만들기 모임들이 대전을 움직이게 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했다.
아동문학평론가 김상욱 선생.
아동문학 평론을 하는 김상욱 선생이 쑥스러워 하는 아이처럼 마이크를 잡았다.
"어린시절에 좋은 책을 많이 읽으면 아이들이 변할 수 있을까, 아닐 것 같다. 전혀 변하지 않고 조금 변할 것 같다. 진짜 변한다는 건 나무가 자라는 것 같지 않을까?"
어린이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모인 사람들과 현재 작은도서관이나 어린이도서관에서 자원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선생의 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선생은 ‘이 사람과 저 사람의 작은 차이가 다른 길을 선택하게 한다.'는 말로, 학창시절 처음 도서관열쇠를 맡겼던 담임선생님 얘기를 들려줬다.
‘화를 내거나 매를 들어 때리면 얼굴이 불독으로 변하는 선생님이 비록 청소 시킬 의도로 도서관 열쇠를 맡겼지만 그래도 그때의 불독 담임선생님에게 감사한다.'고 했다. ‘‘플란더즈의 개'를 읽으면서 도서관 문을 잠그던 기억'과 ‘아, 나는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고 꿈을 키우던 시절, 그리고 저학년 아이들 옷매무새를 다듬어주고 싶어 학교 전체‘주번'이 되고 싶었던 소년.
선생은 시인 이수영의 그로데스크한 시 ‘귀가'를 읽고 저녁 산책길을 가는 것이 두려워졌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았다. 그래서 걸어갈 때는 자신의 발에 밟히는 개미(생명)가 생각나곤 했단다. ‘생명'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김곰치의 르포집<발바닥 내 발바닥>을 소개해 주었다. 그리고 ‘생명의 문제에는 대안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는 지율스님의 생명관을 들려주었다.
책을 읽으면서 삶을 거듭 성찰하게 된다. 그 성찰은 바로 ‘생명'에 대한 성찰로 이어졌던 것이다. 선생은 현재 춘천교대 국어교육과 교수이다. 교대학생들을 바라보는 선생의, 자기 자신의 불만은 학생들이 ‘나는 늘 선생님이 될 사람이야' 라는 시각이란다.
우리는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을 만나면 ‘여생'에 대해 얘기하곤 한다. 하지만 지금도 삶을 뜨겁게 살고 있는데 여생이란 말이 불만스럽다. 지금 이 순간이 가장 중요한 것이다. 우리 아이들도 지금 자기 생을 성찰해야 하므로 책과 경험도 중요하다. 경험에 대한 성찰은 더욱 중요하다.
어린시절 돌멩이를 차면서 학교 갈 때까지 그 돌멩이를 차고 또 찼다. 그러면서 어머니를 생각하곤 했는데, 왜 어머니는 내가 ‘도화지를 사게 돈 좀 달라고 하면 바로 주지 않았을까' 한참 실갱이를 하고난 후에야 꼬깃한 돈을 ‘몸빼바지'에서 꺼내 주었다. 나는 그때 불만이 어머니가 돈을 처음부터 쉽게 주시던지, 아예 주지 않던지, 결국은 줄 거면서 뜸을 들이는지 알 수 없었다. 어머니에 대한 선생의 경험이다.
책은 많은 경험을 대체한다. 어른들은 삶에 대한 자기 생각이 고정되어 있고, 자기 이미지에 나무가 박혀있기 때문에 그림책도 잘 못 본다. 아이들은 어떤 것에 고정되지 않아서 마주치는 모든 세상들이 다 자기 이미지가 된다. 책은 아이들에게 안정감을 준다. 책장을 넘기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분명하게 드러나기 때문이다. 때로는 아이들에게 엄마의 존재는 자기 기분에 따라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심지어 때리기까지 하는 불안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한 번 읽은 책인데도 말랑말랑한 머릿속에 선명하고 감동 있게 박히는 경험을 무엇으로 대체할까?
책을 사는 비용은 줄고 책 읽는 사람은 늘었다는 사람과 여하튼 책은 읽지 않는다는 양극화현상은 독서이력철 등을 만들게 한다. 이는 출산율이 떨어졌다고 해서 국가가 강제로 부부의 성행위를 조절할 수 있을까? 중요한 건 책 읽는 문화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권장도서, 필독도서는 똑 같은 책을 보며 같은 정보와 같은 시각으로 바라보는 끔찍한 문제점이 있다. 책은 이 책, 저 책을 읽어야 한다. 국가가 이미 정해 놓으면 문화적인 자생력을 갉아먹는다. 책 선정을 해 놓고 억지(강제)로 독후감을 똑같이 쓰게 하는 것은 파시스트적인 발상이다.
‘나는 누구인가'를 뚜렷하게 알아가는 과정과 함께,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 그리고 나와 함께 살아가는 다른 사람들을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겠다. 이것이 책읽기의 목적이다. 익숙한 것들을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것, 마음의 결들을 읽어내는 것은 문학작품을 읽지 않고는 어려운 일이다. 독서계획, 독서교육은 나 자신 엄마(부모)가 먼저 좋은 작품과 함께 독서의 출발점이 된다.
목이 마른 사람은 물을 먹어봐야 물맛을 알 수 있듯 가상의 경험보다 직접 해보는 경험이 중요하다. 시간이 지난 후에 경험은 언제나 파편으로 남아 있다. 그것으로부터 의미를 끄집어 낸다. 하지만 경험 그 자체로는 부족하다. 성찰을 통해 온전히 내 ‘경험'이 된다. 감동을 받을 때 즉각 반응하지만, 이때 성찰이 뒤따르지 않으면 온전한 내 경험이 될 수 없다. 반드시 멈춰 서서 냉철하게 뒤돌아보는 성찰이 필요하다.
콩나물대가리가 내용이면서 형식이 되듯 아이들이 ‘사는 게 뭘까'를 묻는 질문에 ‘동화'를 통해 상처를 건네주지 않고도 경험을 전달해 줄 수 있다. 신발장을 열면 수명이 다한 낡은 구두가 있다. 버리기엔 아깝고 새 구두로 자리를 내줘야 하는 구두를 끄집어내서 경험을 되살리는 언어는 ‘구두'만 집중적으로 볼 수 있게 한다.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 라는 광고가 있다. 지금 여기를 떠나서 생각하는 능력과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능력은 상상력이다. 법관이 법문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릴 수 있을까?
작가 이현
김상욱 선생에 이어 창비에서 나온 <짜장면 불어요!>와 <우리들의 스캔들>을 쓴 작가 이현씨가 나왔다. 감기가 걸려 잔뜩 쉰 목소리로 ‘작품 속의 어린이와 청소년'의 주제로 강연을 했다.<우리들의 스캔들>은 청소년소설이다. 창비에서 나온 청소년 문학시리즈로 나온 책이다. 작가는 ‘지금 여기' 우리 청소년들 모습을 그리고 싶었다는 것을 강조한다. 작가가 드러내고 싶었던 내용은 무엇이었을까, 그 내용을 중심으로 정리해본다.
"학교문제와 인터넷 문제를 던져놓고 싶었다. 인터넷을 빼놓고는 말할 수 없는 아이들의 외면과 내면, 아이들이 직접 부딪쳐서 길게 인생을 바라보는 것이 나중엔 자기정리와 판단하는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를 그리는 데 있어서 몇몇 독자의 질문이 있었다. ‘현실을 좀 더 들여다봐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것과 내용 중에 ‘결말이 다소 긍정적인 측면이 있지만 착한 사람으로 갑자기 변하는 것은 설득력을 잃어버리는 것 아닌가?' 하는 문제였다.
작가는 현실보다 추리형식을 빌어 학교와 아이가 겨누고 있는 상황에 어떤 결말도 가능하지 않을까, 라고 말했다. 설득력의 문제에서는 그럴 수 있는 순간, 가장 나쁜 상황을 보여주면서 초등 고학년 정도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짜장면불어요!>는 동화집으로 ‘우리들의 움직이는 성'은 연애동화이다. 극단적이고 개방적인 반면에 다른 시각을 갖는 아이, 자기 잘못을 ‘사과할 줄 아는 멋진 남자'를 보여주고 싶었고 아이들의 사고방식을 보여주고자 했다.
<지구는 잘 있지?>는 우주선에 타고 있는 소년의 이야기이다. 나름대로 작가가 공들였던 작품이라고 말하는 이 동화는 미래에 대한 약속이 오히려 나를 속박하는 얘기로 아이들뿐만 아니라 우리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다.
작가는 <짜장면 불어요>를 한 번도 의심 없이 걸어왔던 것에 대해 뒤집어 볼 수 있는 걸 표현하고 싶었다면서 부정적인 현실인식도 해 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반디독자에게 사인해주는 작가
작가의 책을 미리 읽고 들었다면 훨씬 내용에 많은 공감을 했을 텐데, 상황을 짐작하고 상상하는 수밖에 없어서 그 점이 못내 아쉬웠다. 물론 책을 읽고 작가를 만난 사람들도 있었지만. 청소년 소설을 통해 작가와 나눈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사회를 맡은 박미라 관장은 ‘공감이 되면서 섬뜩하다. 어른들의 시각이 바뀌고 이 행동이 자기 성찰로 이어졌으면 좋겠다'는 말로 강연회를 정리했다.
(*)두번째 주민욕구조사 발표
대전 계룡문고에서 반디들
강연회가 끝난 그 자리에서 반딧불터의 반디들이 빙 둘러앉았다. 강연장에는 동화 속에 나오는 그림(원화)을 전시하고 있어서 익숙하고 친근한 주인공과 함께 하는 것 같았다. 김성훈씨의 진행으로 어린이도서관에 대한 주민들의 욕구를 조사하기 위해 직접 주민들과 접했던 이야기들이 다양하게 나왔다.
강연회가 끝난 자리, 원화전시장에 둘러앉은 빈디들
- 반디들은 각자 살고 있는 동네에서 설문지를 이용하거나, 설문지 없이 만나기도 했다. 설문지로 접근하는 방법이 빠른 시간에 전달력은 있었다.
- 사람들은 거의 어린이도서관이 우리 동네 가까이에 세워지기를 원했다. 처음 주민욕구조사와 달리 이번에는 있는 그대로 주민에게 ‘도움을 주세요'라고 말하니 마음이 편해졌고, 설문지에 전화번호를 남긴 것이 나중에 다시 만날 연결선이 될 것 같다.
- 상대방은 ‘도서관'에 대해 인식이 부족해서 수다를 떨면서 알아보는 정도였다. 어린이집원장이 의외로 어린이도서관에 대해 부정적이었다.
-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문 밖으로 나간 아이들이 부모에게 상처받고 방치되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들이 쉬어야 하는 도서관이 화두로 다가왔다. 계단에서 넘어진 아이에게 어른은 아이가 다쳤는지 먼저 봐야하는데 아이가 조심하지 않은 것을 지적하고 쌍욕을 하면서 야단을 치는 모습에 ‘참 사는 모습들이 각박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분명한 목표와 후속활동의 계획, 할일과 앞으로 해야 될 일들에 대한 의지가 더 커졌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맺게 해주는 문제도 중요하다.
어떤 동아리를 하고 싶은지 각자 메모지에 적어 붙이기
*1차교육(5월14일-6월22일) 이 마무리 될 즈음해서 2차(6월 25일 ~)에는 동아리(영화/영상, 책읽기, 생태와 육아모임 등)가 꾸려진다. 전체교육은 일주일에 한번이며 지역모둠별로 활동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