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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XAXO Oct 23. 2020

아멜리아와 케이

블라이 저택의 유령을 보고

날의 자화상을 그리려고 작은 손거울을 세워놓고 각도를 조절하는 중이었다. 비니를  체크 셔츠 차림의 여자가 거울에 비쳤다. 아멜리아는 거울을 쳐다보며 콧등을 벅벅 긁었다. 그리고 손톱을 깨물기 시작했다. 그리고 싶은  생기면 바로 그려야 했다. 무언가에 골똘하고 있는  사람의 실루엣을  거침없이 종이에 옮기는 중에도  생각은  들었다.  때까지 뭔가 특별한 느낌은 없었다는 말이다.  그리는  오랜 시간이 걸린 것도 아니었다. 완성된 드로잉 옆에서  번씩 물어뜯긴 짧은 손톱이 종이를 묘한 리듬으로 두드렸다. 아멜리아는 눈살을 찌푸리다가 결국 흘긋 뒤를 돌아봤다.




 여자는 아무 움직임 없이, 누군가에게 관찰의 대상이 되는 줄도 모르는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작업에 바빴다. 아멜리아는 그를 정면으로   있게 맞은편 의자로 건너가 털썩 앉았다. 다른 각도의 그림을 하나  그릴 생각이었다. 분명히 손을 열심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모든  멈춰있었다. 무의식 중에 턱까지 괴고  사람을 빤히 지켜보고 있던 것이다. 하지만 맹세코 그렇게 쳐다볼 의도는 없었으니 다만, 그를 배경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고 해야  것이다. 그래서 놀랐다, 그와 눈길이 마주쳤을 때에, 제가 그를 바라보고 있던 것도 몰랐기 때문에.



우선은 그의 시선에 초점을 맞춰 그가 자신을 보고 있단  알아차려야 했고, 아니  전에 그를 한참이나 응시하고 있던  본인임을 자각해야 했다. 그러니 아멜리아와 ,  사람은 꽤나 오랜 시간 서로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가 이윽고 미묘한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기울였을 때에야, 아멜리아는 번개라도 맞은  눈을 깜빡이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사리 그에게서 눈을 떼지는 못했다. 그래, 눈을   없었다고 했다. 그냥 그러면    같았다고. 결국 고개를 먼저 숙인 것은  사람이었다. 그는 카페를 나갈 때까지 다신  쪽을 보지 않았다. 아멜리아의 손톱이 피를 보고 있었다.


(나머지 내용은 아래에서)


https://sohyeyoon.postype.com/post/8232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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