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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어수정 May 22. 2024

두 달이 지나고 스무이레

2월 말 여행 중에 다친 나의 오른손 엄지 손가락. 

손가락 끝이 골절됐지만, 깁스를 하기가 어려워 그냥 시간이 가기를 기다려야 한다고 의사선생님은 말했다. 처음 일주일은 약을 먹고 소독을 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붕대를 풀고 지내야했다. 

정말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생활해야만 했다. 

설겆이를 남편이 해 주는 것은 좋지만, 한 손으로 세수도 해야 하고 

또 대부분 왼손으로 해야 하니 더디고 많이 불편했다. 

화실에서 그림을 그릴 때도 아파서 힘을 줄 수도 없고 왼손으로 그리기도 하지만 어설퍼서 잘 되지도 않는다.

열 개의 손가락이 하는 일들이 있지만, 이렇게 엄지 손가락의 역할이 대단함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엄지 손가락이 하는 일을 마음대로 할 수가 없으니 일상의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아픔을 참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하면서 그냥 마냥 기다려야 한다. 

감내해야 한다. 어쩔 수 없이 '~~해야만 하는' 하루하루가 답답하고 힘들었다. 


나의 순간의 실수로 손가락을 다쳤으니 누구를 원망할 수도 없고 누구를 탓할 수도 없다. 

오호! 내 탓이로다. 인생을 살아오면서 많은 크고작은 실수를 하면서 지내지만,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삶의 교훈을 주는 일이다. 

한 달 정도가 지나니 내가 생활하는데 온통 신경이 쓰이는 것은 오른손 엄지 손가락. 

오른손으로 못하면 왼손으로 하거나 다른 방법을 생각하여 활용하였다. 

다른 방법은 없을까를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다가 창의적인 방법을 찾아내기도 하고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해라' '나가는 문이 닫히면 또 다른 문으로 나가면 된다'고 하듯이 하루하루 덜 불편하게 지내는 방법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인간의 본성이랄까, 극복하려는 내구력이 생기는 것 같다.

다양한 방법을 활용하여 그럭저럭 생활하는 데는 별 지장이 없게 되었다. 


엄지 손가락의 상처


어쨌든 오랜 시간이 지나 아픈 손톱은 떨어질 것이고 이제 새 손톱이 생기기를 기다려야 한다. 

또 몇 달의 기다림이 필요한 것이다. 끊임없는 기다림. 

30대 때 여름에 샌들을 신으면서 처음으로 페디큐어를 칠한 후에 엄지 발가락 발톱이 빠져서 매우 당황한 적이 있었는데, 이번에는 엄지 손가락이 빠지는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오랜 시간이 지나 엄지 발가락 발톱은 다시 생겼고, 엄지 손가락 손톱도 생길 것이다. 

다치기 전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갈 수는 없지만, 그래도 일상생활하는데는 불편함이 적다.

오랜 시간 끊임없이 기다리면 완치되는 아픔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 

그렇지 못한 아픔은 더 큰 아픔과 절망을 준다.

이만하기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감사함을 느낀다.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고 하듯이 더 큰 실수를 하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살아가야겠다는 지혜를 준다. 그리고 삶의 방식은 정해진 것은 없고 다양한 것임을, 

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활용하면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아프고 불편했지만 괜찮은 경험이었다. 그나마 엄지 손가락이어서 다행이었다.

이번 기회로 또 다른 삶의 방식을 터득한 셈이다. 

나이를 많이 먹어도 끊임없이 배워야 한다더니 정말 끊임없이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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