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셋 & 카페 프로토콜
이름은 익숙하지만 아직은 내게 낯선 동네, 연희동을 찾았다. 왠지 ‘아기자기함’, ‘차분함’이라는 단어와 어울리는 곳에서, 그에 걸맞은 두 공간을 방문해 보기로 했다.
1. 포셋 Poset
엽서 라이브러리라고 불리는 이 소품샵은 수백 가지의 엽서를 판매하는 공간이다. 엽서부터 스티커, 포스터, 키링 등을 판매하는 타 소품샵과는 달리 포셋에는 엽서 그리고 엽서 봉투, 연필 같은 것이 전부다.
postcard, letter, write, storage.
오직 문 앞 안내판에 적힌 네 가지만을 다루는 상점이다.
가게에 들어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건 엽서의 진열 방식이다. 모든 종류의 엽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펼쳐 놓았다.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르고 발견하기에 최적의 방식인데다, 엽서의 스타일이나 작가별로 분류해 놓은 것도 장점이었다. 이리저리 뒤적이지 않고 한눈에 훑기만 해도 충분했다.
한 벽면에는 책상과 메모지, 펜을 배치해두었다. 단순한 ‘판매점’을 넘어, ‘씀’에 대한 낭만을 담은 공간을 만드는 역할을 톡톡히 한다. 정돈된 가구와 책상 위 미니멀한 시계, 조명이 공간과 잘 어울린다.
반대쪽 벽에는 네 가지 중 마지막 ‘storage’가 있다. 실제로 돈을 내고 물건을 넣을 수 있는 보관함이다. 스스로 쓴 글을 담아두거나, 누군가에게 전하는 편지를 숨겨두었다 선물함으로써 기록에 시간의 가치를 더할 수 있는 곳이다.
다른 이를 상상하며 어울리는 엽서를 고르고, 마음을 담은 편지를 전하고 싶은 날이면 꼭 다시 한번 찾게 만들 작은 편안함이 있었다.
2. 카페 프로토콜 PROTOKOLL
작업하기 좋은 카페로 잘 알려진 프로토콜은 유명세만큼이나 사람이 가득 차 있었다. 그에 비해 소란스럽지 않은 분위기가 신기했다. 수납을 해 놓은 듯 가지런한 공간 때문일까?
약간의 웨이팅 시간 동안 앉을 수 있는 바 자리를 내어주셨다. 전체적으로 어두운 무드의 공간이라 바깥 창으로 보이는 초록빛이 더 눈에 들었다.
내부를 넓게 차지한 바에는 주문을 받는 게 아니라 커피 내리는 모습이 보였다. 판매보다 커피를 만드는 것이 우선인 듯한 인상을 준다. 주문 공간을 옆으로 분리하니 커피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이 가능하고 공간도 더 단정해진다.
안내받은 테이블로 이동해 노트북을 꺼내들었다. 테이블마다 같은 디자인의 아르떼미데 조명이 놓여있어 불을 밝히고 집중해 책을 읽거나 작업하기에 좋았다. 게다가 모든 테이블 바닥에는 콘센트가 자리해있어 노트북 작업에도 최적의 환경이었다.
오랜 시간 앉아있어도 불편한 느낌이 없었는데, 의자 폭이 크지 않고 바닥에 발이 닿는 높이라 여자들이 앉기에도 편한 사이즈였기 때문이다. 음악이 시끄럽지 않고 잔잔한 것도 한몫을 했다.
커피에 대한 진정성은 음료를 건네받을 때도 느낄 수 있다. 프로토콜이라는 브랜드나 선택한 커피에 대한 설명을 곳곳에 써두어 더 들여다보게 하고 소통하는 느낌을 준다.
인기 있는 장소에 방문했음에도 사람이나 소란스러움에 치이지 않고 재방문을 마음먹게 되는 건 꽤 귀한 경험이다. 좋은 곳이어서 그런지, 좋은 시간을 보내서인지. 다시 찾아도 같은 경험을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