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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Mar 18. 2023

13살 아이들에게 찾아온 봄

시 속에서

어떤 아이에게 봄은 기다림이다. 

그 기다림은 자신이 좋아하는 떡볶이가 배달되는 것을 기다리는 마음이란다. 아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떡볶이인가 보다. 떡볶이를 기다리는 마음과 봄을 기다리는 마음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진다. 기분 좋게 기다리는 그 마음이.


어떤 아이에게 봄은 랜덤박스다.

새 친구를 만나는 일이 랜덤박스 같단다. 상자를 열기 전에 두근두근한 그 마음과 어떤 친구를 만날지 알 수 없는 우연이 랜덤박스와 같으니 말이다. 첫날 조용했던 아이들 모습이 떠올라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올해 랜덤박스를 열어 본 그 아이는 기다리던 것이 나왔는지, 만족스러운지 궁금하다.


어떤 아이에게 봄은 투바투의 신곡이다.

투바투(투모로우바이투게더라는 걸 이번에 알았다.)의 신곡 같단다. 투바투의 신곡을 자꾸 듣고 싶은 것처럼 벚꽃을 자꾸만 보고 싶단다. 청각과 시각이라는 것만 다를 뿐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이 꼭 맞아떨어진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음반을 사서 밤새 들었던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올랐다. 아이들이 보내고 있는 이 시간이 나에게도 있었다는 것이 새삼스레 다가왔다. 13살의 봄을 한참 전에 지나온 나는 아이들에게서 지나온 시간을 더듬어보며 봄도 벚꽃도 시간도 찰나 같다 생각했다.


나에게 올해 봄은 13살 아이들 마음을 열어보려고 무던히 애쓰는 시간이다. 조용한 교실을 떠들썩하게 만들려고 애쓰고, 관심 없던 아이돌 그룹을 검색해 보고, 투톤 염색한 아이에게 선생님도 해보고 싶다는 실없는 말을 건네보고, 내 말에 서운한 아이가 있는지 자꾸만 눈빛을 살피게 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찾아온 올해의 봄이 기다렸던 만큼 찬란하게 빛나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 봄을 잘 보내고 여름, 가을, 겨울을 보내고 나면 14살 중학생이 되어 또 새로운 봄을 맞이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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