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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Mar 29. 2023

계란프라이+밥+간장+참기름

계란밥

"또야? 아무튼 네 엄마는 할머니만 없으면 계란밥을 해준다니?"

둘째와 영상통화를 하는 소여사 말이다.


오늘따라 무척 피곤해 보이시는 소여사에게 이른 퇴근을 권했다. 평소 같으면 두 아이 들어오는 것까지 보고서야 집을 나설 텐데 몸이 좋지 않으신가 보다. 


먼저 학원에서 돌아온 둘째가 집에 들어오자마자 배고프다고 성화다. 좀 전에 안친 밥은 아직 끓지도 않았는데....... 딸기 몇 개를 먹여 달래 목욕을 시키고 저녁을 준비했다.


달궈지지 않은 프라이팬에 계란을 깨 놓고 냉장고에서 소여사가 해놓은 반찬통을 꺼냈다. 계란이 익을 동안 밥에 콩나물, 시금치나물, 볶은 김치를 올리고 가위로 잘게 썰었다. 참기름 듬뿍, 간장 한 스푼, 그 사이 익은 계란프라이를 넣고 잘 비벼주었다. 배고픈 아이는 허겁지겁 계란밥을 뚝딱 비웠다. 시장이 반찬이겠지...... 둘째는 먹어본 계란밥 중에 최고란다. 


1시간 후에 들어온 첫째 역시 신발을 벗자마자 할머니를 찾더니 저녁 메뉴를 물었다. 계란밥이라니 잔뜩 실망한 표정이었다. 둘째에게 해준 것과 똑같은 계란밥을 다시 한 그릇 만들고 아이 옆에 앉았다. 늦게 들어온 아이가 안쓰러워 몇 숟가락 떠먹여 주었더니 아이는 나를 보고 배시시 웃는다. 실망한 것에 비해 맛이 좋았나 보다. 


나 역시 소여사가 해준 계란밥을 먹고 자랐다. 나는 동생과 달리 입 짧고 편식 심했다.(어른이 되고 좀 나아졌지만 아직도 못 먹는 음식이 꽤 많다.) 반찬 없다고 투덜거리면 소여사는 계란프라이에 간장, 참기름을 넣고 쓱쓱 비벼 주었다. 계란밥에 잘 익은 배추김치를 올려 먹으면 반찬투정이 쏙 들어갔다.


계란밥은 특별한 반찬이 없을 때 간편하게 해 먹을 수 있는 메뉴다. 계란밥을 먹고 자란 내가 아이들에게 계란밥을 해주는 엄마가 되었다. 편식도 심하고 운동도 많이 하지 않은 내가 165cm까지 클 수 있었던 건 소여사가 해준 계란밥 덕분이 아닐까. 


내일 아침에는 나도 오랜만에 계란밥 먹고 출근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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