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하게 헤어지기
오늘은 둘째의 마지막 유치원 등원날이다. 매일 아침 노란 버스를 타고 유치원을 가던 일도 마지막인 것이다. 마지막 등원길이라는 아쉬움과 이제 정말 학교에 가게 된다는 벅참이 교차했다. 괜히 아이의 옷매무새를 가다듬으며 오늘은 특별히 친구들과 더 신나게 놀고 오라고, 마지막이니 선생님도 꼭 안아주라고 얘기했다. 아이는 고개를 주억거리며 내 말을 이해했다는 표시를 했다.
매일 아침 같은 시간이면 어김없이 노란 버스가 아파트 입구로 들어선다. 먼저 보이는 기사님과 인사를 나누면 뒷문이 열리고 인상 좋은 차량 선생님이 내려서 인사를 건넨다. 늘 먼저 줄을 서는 둘째는 다소곳하게 선생님께 인사하고 늘 앉는 첫 번째 창가 자리에 앉는다. 야무지게 안전벨트를 매고 창밖을 보며 내 눈을 마주친다. 함께 타는 동생들까지 모두 차를 타면 버스는 떠나고 둘째는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든다.
월요일 아침이면 유치원에 가기 싫어서 밍기적거리는 아이를 재촉해 버스를 태우면 아이는 입이 삐죽 나와서는 눈도 마주치지 않았다. 그러다가 마음이 불편한지 버스가 떠나기 전 힘없이 손을 흔들곤 했다. 그렇게 3년 동안을 노란 버스를 타고 유치원에 다녔으니 아이도 참 고생했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아이가 아프거나 일이 있어서 등원을 못하면 문자로 등원을 하지 못한다고 연락을 드리고 선생님은 알겠다고 답을 해주신다. 아이 손에 준비물이 있는 날이면 받아서 선생님 자리에 두었다가 챙겨 주신다. 지난 겨울 눈이 많이 올 때는 차량이 늦겠다고 전화를 주셔서 차분하게 기다리기도 했다. 선생님과 개인적인 이야기를 나눠본 적 없지만 아이들을 친절하게 대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선한 분 같았다. 아이 역시 등원 선생님은 친절하시다고 얘기해 주었다.
어젯밤 오늘은 조금 더 일찍 일어나 준비를 하자고 약속하고 잠들었다. 차량 선생님과 기사님께 차를 대접기로 했기 때문이다. 집 앞 카페에 커피와 레몬차를 주문해서 등원 차량을 기다렸다. 아이가 먼저 타고 선생님께 커피와 레몬차가 담긴 컵을 드렸다.
"오늘이 마지막 등원이에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00이가 너무 착해요. 아쉽네요."
가볍게 손을 맞잡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기사님이 커피를 드시지 않는 모양인지 레몬차를 드리면 되겠다고 하셨다.
늘 정든 사람과 헤어지는 게 아쉽다. 예전에는 다음에 다시 만나자는 상투적인 말로 아쉬움을 달래기도 했지만 이제는 잘 헤어지는 방법을 익혀가는 중이다. 아쉬운 대로, 그동안 잘 지냈음을 감사하는 말을 표현하는 것으로 인사를 전한다.
아침 9시, 이른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늦은 시간이지만 매일 아침 같은 곳을 오가며 아이들을 태우고 내려준 분들에게 따뜻한 차를 전하며 마음을 대신했다. 아직 아침 바람이 쌀쌀한데 오늘은 좀 따뜻했길 바라면서.
3월이 되면 우리 아이는 이제 씩씩하게 걸어서 집 앞 학교로 등교할 테고, 노란 버스는 어김없이 그 시간에 아파트를 들어서고 새롭게 유치원을 다니기 시작하는 아이들을 태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