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렁그르렁
끙끙
하...
코 속에 콧물이 그르렁
끙끙 앓는 소리로 잠을 자다가
결국은 턱 하고 한숨을 토한다
그놈에 소리들이 안쓰러워 누워있던 이불을 걷어차고
딸 옆으로 가 등을 톡톡 두드렸다
“입으로 숨 쉬어봐 입으로 후후...”
코가 막히면 기계적으로 입으로 숨 쉴 수 있는 나는
아직 터득이 안돼 다시금 코로 숨을 들이마시다
모자란 숨에 울고 마는 딸 뒤에서
잠결에 들리지도 않을 속삭임을 주문처럼 읊조린다
쌀 한 톨의 과장도 없이 1분마다 한 번씩 코를 풀었던 오늘
이게 과학적으론 지 생물학적으론 지 어쨌든 생성 가능한 아이 콧물의 양인가 싶어 닦을수록 놀랍던 오늘
평소와 다름없이 토마스를 굴리며 기차놀이하는 게 대견하고
처음에는 손으로 스윽 닦아 기어이 볼 옆으로 콧물길을 만들더니 “콧물 나오면 엄마 불러 엄마~” 몇 번을 단속하니 처음으로 “콧물”소리 내뱉는 게 천잰가 싶고
내 맥주 안주 북어채를 나와 같이 마요네즈에 푹 찍어 질겅질겅 씹더니 엄지척한 것도 기가 막히고
뭘 저렇게 쭈그리고 앉아서 만지작 거리지? 싶어 가보니 어제 선물로 받은 내 쌔삥 ‘밤’을 무차별 손가락 어택 후 발에 바르고 있던 것에 말문이 막히고
하루 종일 “콧물 콧물” 하며 30초 만에 늘어진 콧물 닦아 달라고 닦달하더니 뽀로로 보면서는 턱까지 코가 데롱거리는데도 해롱거리며 웃고 있는 모습이 안쓰럽고
하필 이럴 때 주말 근무에 야근까지 하는 남편이 아쉽고 불쌍하다가 본인 담당인 가습기 세척을 안 해서 끝내는 내 몫이 되어 에라이 화도 나고
다이어트 중이지만 딸이 먹다 남은 밥이니 버리기 아깝다며 잔반을 처리하고는 또 조금 행복하기도 하고
토닥토닥이 최선인 지금
열심히 토닥거리기를 하였더니
아이의 숨소리가 잠시 새근새근 평온해져
오늘 느낀 만감을 떠올려보는 사치스러운 시간을 가져보았다
그리고 문득 다가온 오늘의 마지막 잔상은
나 어렸을 때
아파서 밤새 깨던 어느 날 밤
등 뒤에서 따뜻하게 울리던
졸림에 점점 느려지던 엄마의 토닥토닥 손길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