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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J크로닌워너비 May 30. 2023

왜 그럴까

의료 현장에서 쓴 시 (1)

“선생님 환자 산소 포화도가 낮은데요”

병동에 가서 확인해보니

새파란 입술에 차디찬 손발

쌕쌕거리는 가슴 불편한 호흡

얼른 요골 동맥에서 피를 뽑았지만

동맥에서 나왔다기엔 검붉은 피

마스크를 씌워도 올라가지 않는 산소포화도

혹시나 해서 검사를 반복하고

기관 삽관을 해야 하나 고민할 때

눈물 글썽이던 환자분의 외마디 비명

“아파, 왜 나한테 그래”

얼른 처치를 끝내고 속으로 생각한다


죄송해요 아버님 아프셨죠

아버님께서 아프셔서

저희가 치료를 하려고 한 거예요

아픈 거 조금만 참으시면

덜 아프고 편하게 해드릴게요


근데 그러게요 아버님

세상은 아버님께

그리고 우리에게 왜 그럴까요

왜 아파야 나아질 수 있을까요

이제 초음파도 CT도 MRI도

아프지 않게 몸 상태를 알려주고

하다못해 패치 붙이면

혈당을 알려주는 장치도 나왔는데

왜 아직도 여전히

아파야만 나아질 수 있는 걸까요


아파야만 나아갈 수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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