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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J크로닌워너비 Jun 23. 2023

우울, 그리고 '카르페 디엠'

우울 자각하기

2023년 6월 21일 오늘은 비가 부슬부슬 내리면서 21도로 살짝 폭염이 비껴가네요. 3일 전에는 37세의 BJ 임블리 자살 소식이 뉴스를 달궜고 어제는 가수 최성봉의 자살 소식이 인터넷에 올라왔네요.

어찌 됐든 같은 시대를 살아가면서 이렇게 사라져 가는 것은 가슴 아픈 일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위기의 순간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다지만, 개인의 문제가 되면 심각 그 이상의 곤란을 겪습니다. 다행인 것은 수많은 매체에서 우울증을 얘기하다 보니, 예전에 비해 ‘나 우울증이야’라고 밝히기가 쉬워졌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우울 증상이 있는 환자분들이 '나, 우울증인가?'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스스로가 우울을 질병 자체로 인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제 경험을 들어볼까요. 저는 어릴 때부터 우울한 기분도 잦았고 불안한 생각도 많았어요. 부모님이나 선생님의 말씀에 쉽게 불안해했고, 습관적으로 손톱을 물어뜯고 입술 각질을 뜯기도 했어요. 오랜 기간 그런 기분과 함께해서 그런지는 몰라도, 상담을 제대로 받기 전에 저는 제 우울한 기분이 타고난 성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우울한 기분 외에 특별한 증상이 없었거든요. 아마 제 학창 시절까진 학업에 전념할 에너지가 남아있었고, 기능상의 문제는 보이지 않았기에 우울증의 발견이 늦어진 게 아닐까 싶습니다. 주요우울장애의 진단 기준에선 우울한 기분 증상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일상생활에서의 기능에 문제가 생기는지를 중요하게 보니까요.

처음 증상이 나타난 것은 의대에 입학하고 1년 정도 지나서였습니다. 사람들과의 만남이 귀찮아졌고, 의무적으로 나가야 하는 모임에만 나갔습니다. 방학엔 종일 방에서 누워있었고, 식욕이 증가해 체중이 증가했습니다. 흥미도 감소하여 친한 선배에게 조언을 구하기도 했지만, “원래 그 시기엔 다 그래 인마. 술이나 마셔.”라는 의미 없는 조언을 듣기도 했어요. 설상가상으로 학업을 따라가지 못하게 되자, 우울감은 더 심해졌죠. 수업에 도저히 집중할 수가 없었고 핸드폰만 바라봤습니다. 이인증(내 몸에서 분리되어 자신의 관찰자가 되는 느낌)을 겪으며 주변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기도 했어요.
 
결국, 이 상태로는 어떤 것도 못 하고 돈과 시간만 낭비할 듯싶어 휴학을 신청했습니다. 휴학하고도 한동안 저는 자책과 우울감 속에서 허우적거렸고, 숨 막히는 현실로부터의 도피처로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하루에 10시간 이상을 게임에 매달렸죠. 그때까지도 저는 내가 아프다기보단 그저 내가 나약하다고만 생각했습니다. 당시는 정신의학을 배우기 전이라, 스스로에 대한 병식이 없어서 그런 탓도 있었을 겁니다. 저를 보다 못한 어머니의 ‘상담을 좀 받아보는 건 어떻겠니’라는 말씀이 있고 나서야 저는 자신을 돌아보고 상담받으러 갔습니다.
 
돌이켜보면, 당시 제게 필요한 물음은 “나, 우울증이 아닐까?”이었습니다. 문제는, 계기가 없으면 그 질문을 떠올릴 수조차 없다는 것입니다. 우울증은 눈치 못 채게 조금씩 나를 좀먹다가 어느 순간 정신 차리면 깊숙이 빠져있는, 늪과 같은 성질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 늪에 깊이 빠지기 전에 나올 길은 주변에서 괜찮냐고 물어보거나, 자문해서 깨닫는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의 상태에 대한 인식이 나아지기 위한 첫 발걸음이기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주변에서 지금 너 우울해 보인다고 얘기하거나 자신의 생활이 예전 같지 않을 때, 더 피곤함을 느끼고 평소 하던 취미가 재미없을 때, 평소보다 입이 짧아졌거나 잠을 못 잘 때 한 번 정도는 의심해 보세요. 나도 모르게 우울의 늪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생각해 보시고, 평소의 나와 지금의 내가 다르지 않은가 고민해 보세요. 인간은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는 동물이니까요.

꼭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매 순간을 즐기려고 노력하며 사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극한의 일들과 극한의 상황으로 ‘번 아웃’이 올 때라도 필사적으로 즐길 거리를 만드는 능력은 어쩌면 수능의 킬러 문항처럼, 갖기 매우 어렵지만 현대인에게 꼭 필요한 능력 아닐까요? 여러분들에게 익숙한 단어로 화두를 던지고자 합니다.

 카르페 디엠(Carpe Diem)


머리가 복잡하고 우울할 때, 곰곰이 생각해 보면 내 발목을 잡는 후회와 앞으로 생길 일에 대한 과도한 불안은 말 그대로 머리만 복잡하게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 것들을 내려놓고 지금을 즐기면서 스스로에 대한 메타인지를 기른다면 내가 아픈 걸 금방 눈치채는 것도, 이를 넘어 즐겁게 사는 것도 다 가능합니다.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 과거에 얽매이거나 미래를 걱정하면서 매 순간 정성을 쏟아야 하는 현재를 도외시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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