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
살다 보면 불현듯 눈물이 말을 걸 때가 있다
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
살다 보면 그럴 때가 있다. 누구라도 붙잡고 울고 싶은 순간. 일부러라도 엉엉 울며 눈물을 쏟고 싶은 순간. 이유도 모른 채 눈물이 차오르는 순간. 예고 없이 눈물이 터져 나오는 순간.
갑자기 흐르는 눈물은 상대를 당황하게 한다. 나도 당황스럽다. 이유라도 알면 좋을 텐데. 그런 눈물은 주책이고 청승맞다. 불쑥불쑥 왜 그럴까. 이렇게 나이가 드는 건가. 참아야 미덕이라고 배웠는데. 눈물과 울음이라면 더더욱.
과연 그럴까? 웃음과 기쁨만큼 눈물과 슬픔 역시 보편적 감정이다. 우울감도 마찬가지고. 잘 웃고 사는 일만큼 잘 울고 사는 일이 중요하다. 아니, 어쩌면 잘 울어내는 일이 더 중요한 것이 우리 인생일지 모르겠다. 울다 지쳐 쓸쓸하게 가버리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엄청난 책을 만났다. 좋아도 나만 알고 싶은 게 있고, 나누고 싶은 게 있다. 이 책은 후자다. 세 권을 주문했다. 눈물이 많은 친구, 비움의 결이 맞을 누나, 그리고 나를 위해. 수집한 문장마다 마음이 닿는다. 어쩜 이렇게 본인의 감정을 오롯이 마주하고 토해낼 수 있는지. 어쩜 이렇게 글을 쓸 수 있는지. 그녀가 흘린 눈물만큼, 아픔만큼 진실하고 깊이가 있다. 나누고 싶은 문장이 많아 오늘은 우선 1부만 올린다.
살다 보면 불현듯 눈물이 말을 걸 때가 있다. 가장 정직한 내 모습을 마주하는 시간이다. 통증은 아프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음을 안다. - 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
글 적으며 정직한 내 모습을 마주함에도 어딘가 공허할 때가 있다. 울고 싶을 때가 있다. 우리가 세상에 나올 때처럼 원초적으로. 내 마음이 이렇게 반응하는 건 그만큼 내게도 울고 싶은 순간이 많았기 때문은 아닐까. 누구나 울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울음은 쓸모가 있으니까. 이 책 덕분에 더는 눈물에 인색하지 않기를. 마음껏 울어낼 수 있기를.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
이불을 뒤집어쓰고 울었다. 소리가 새어나가지 않도록. 미어지는 가슴 앞에서 무너지는 몸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녀를 보자마자 터져버린 눈물은 30분 넘게 이어졌다. 말 그대로 오열이었다. 화가 나지는 않았다. 목 놓아 울고 나니 단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그녀를 데려다줘야겠다고. 셀 수 없이 오고 간 길을 마지막으로 향했다. 그녀의 집 앞에서 말했다. “우리 그만 만나자고.” 이유를 묻는 그녀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묻고 싶은 말, 하고 싶은 말을 억지로 삼켰다. 뱉으면 내가 너무 초라해질 거 같아서. 그렇게 마음을 닫았다.
돌아오는 길에 차를 세우고 한참을 또 울었다. 내 몸의 반쪽이 잘려나가는 심정으로. 내 20대를 몽땅 잃은 마음으로. 모든 것을 함께했던 사람. 내 모든 걸 주었던 사람. 그런 사람과의 만남이 그렇게 끝이 났다.
이별의 슬픔은 남겨진 자의 몫이다. 존재할 때 품어주는 것만이 남겨질 자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이별의 시간이 고통스러운 건 보낼 수 있을 만큼 사랑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 이은정, 『눈물이 마르는 시간』
어디 그때뿐이었을까. 보낼 수 있을 만큼 사랑하지 못했던 대상이. 이별의 아픔이 남기고 간 슬픔이. 그리움은 그리워서 아팠고, 허무함과 공허함은 메어지지 않아 아팠다. 눈물이 마르는 데는 언제나 시간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