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제목부터 시선이 가는 책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사랑의 과정’인 원제보다 훨씬 매력적이다. 낭만적 연애는 있을지 몰라도 낭만적 결혼은 있을 수 없다. 결혼은 현실이다. 현실에서 낭만적인 순간이 있으면 얼마나 있겠는가. ‘결혼은 사랑을 완성해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덕스러운 삶에서 사랑을 지속시켜주기 위해 존재하는 거’라고 한다. 흔한 주례사처럼 사랑의 결실이 결혼으로 맺어지는 것이 아니라, 결혼은 사랑의 한 과정일 뿐이며 사랑을 지속시켜주는 보조 장치에 가깝다.
우리는 왜 사랑에 매번 실패하는가. 결혼은 정말 미친 짓인가. 알랭 드 보통은 사랑은 단순한 열정을 넘어 ‘기술’이라 말한다. 꺼지지 않는 불꽃은 없다. 제아무리 열정적인 사랑이라도 마음은 식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관계가 변하거나 어긋나는 순간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사랑은 기술에 가깝다. 너와 나의 다름을 인정하는 끄덕임. 이해할 수 없을지라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이해해보려는 노력. 가르침으로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는 것. 모두 숙련 가능한 스킬에 속하는 영역이다.
우리는 너무 다양하고 특이하다. 영구적인 조화는 불가능하다. 우리에게 가장 적합한 파트너는 우연히 기적처럼 모든 취향이 같은 사람이 아니라, 지혜롭고 흔쾌하게 취향의 차이를 놓고 협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 알랭 드 보통, 『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누군가에게 마음이 가는 순간, 우리는 그에게서 공통점을 발견하기 시작한다. 어? 나도 그거 좋아하는데. 좋아하는 게 이렇게나 겹치다니. 그렇게 찾아 헤맨 운명의 상대인가 싶다. 하지만 그런 사람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 다양한 모습 중 내가 보고 싶은 모습만 골라 보고 있을 뿐이다. 콩깍지를 뒤집어쓴 채 운명이라 믿고 싶을 뿐이다. 연애와 사랑의 시작은 취향과 같은 뜻밖에 사소한 순간에 있어도, 그걸 지속 가능하게 하는 것은 결국 차이를 조율할 수 있는 존중과 배려, 대화에 있다. 사랑에 대한 이해와 기술이 부족해 파국으로 치닫는 경우가 얼마나 허다한가.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사랑에도 확실히 기술이 필요하다. 어쩌면 그것도 아주 많이.